노모와 암호화폐
노모와 암호화폐
근일 일본 코인체크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 피해를 입었다.
해커는 특별히 암호화폐 NEM을 노려 이를 빼간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자면, 우리 돈 5천7백억 원을 이번 절도 행위로 인해,
거래소는 한 순간에 허공으로 날려버린 폭이다.
In a press conference at 23:30 JST (14:30 UST), the exchange's president Wakata Koichi Yoshihiro and chief operating officer Yusuke Otsuka estimated its loss at 58 billion yen (approx. $533 million). According to Bloomberg, which attended the conference, 500 million NEM tokens were taken from Coincheck's digital wallets.
(출처 : https://www.coindesk.com/coincheck-confirms-crypto-hack-loss-larger-than-mt-gox/)
그런데 당해 거래소의 신속하고도 단호한 조치는,
익숙히 겪어온 우리네와 너무나 달라 탄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
(출처 : http://corporate.coincheck.com/2018/01/28/30.html)
(translated by google power)
스마트하다.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겠다는 저런 태도는,
도대체 얼마만한 수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가?
베옷 입고, 천년 동굴을 거치면 이리 될까?
물론 귀책 사유가 밝혀지고,
그에 따른 죄를 확정하고,
벌을 논하는 절차는 의당 따라야 할 일이다.
죄의 내용에 따라, 저들의 오늘 행동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판명날 수도 있다.
이러하다면, 저들의 죄는 배증되고, 벌은 가중되어야 한다.
뭇 사람들의 신뢰를 두 번 배반하였다면,
죽어서도 죄값을 다 감당할 수 없으리라.
우리네도 이와 유사한 사고(事故)가 일어났었지만,
당해 거래소는 트레이더 네들이 불운하였다는 듯,
그저 뭉개며 시간을 낚을 뿐이었다.
헌데, 코인체크는 사장의 인품이 훌륭한 것인가?
아니면 그 지방의 문화 풍토가 지저분한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인가?
우리를 향한 일본의 뻔뻔함을 늘상 우리가 욕하지만,
이런 내력을 잘 살펴, 옳은 것은 바로 배워, 익혀두어야 하리라.
그런데, 이에 못지않은 일이 또 있었다.
이 날의 분위기는 사건 현장을 지나던 나를 잡아끌며,
한 발 더 현장 개입을 유발하고 있었다.
NEM의 설립자인 Lon Wong 트위터엔 이런 문장이 실려 있었다.
사실 이런 언명은 피해자에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역사적 경험으로 이런 따위의 판에 박힌 말씀 부주는,
형식적 의례를 넘어 끝내 구체적 행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이 땅의 형편은 더욱 그러하다.
가습기 피해자는 정권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고통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헤아리기 힘든 밤을 지난다.
유해 생리대를 만든 업체는 아직도 버젓이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엊그제 마트에 들려 휴지를 사려고 하는데,
그 회사 물건은 여전히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伏虎降龍 降妖除魔 天兵天將
그야말로 하늘나라의 군대를 끌어들여,
당장 저들 회사를 박살내고, 공장을 불 질러야 하지 않겠는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저들 악마구리들을 용인하고 있는가?
한심한 세상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난 13일, 땅콩 회항 조현아가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원 주자로 나섰다 한다.
이 땅은 여전히 멋지게 돌아간다.
한편, NEM의 개발자인 Paul Rieger는 이런 말을 떨구어,
현장을 막 벗어나고 있는 나의 소맷 자락을 잡아 이끈다.
‘해킹된 계좌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여,
움직일(추가 이전 거래) 수 없도록 조치를 하였다.‘
피해자들은 이 말을 듣고는 환호성을 지르며 안도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기실 안도를 하기론,
피해자보다 더 큰 책임을 떠안고 있는 코인체크가 그리 하였으리라.
피해자들 입장에선, Paul Rieger의 조치보다,
외려, 코인체크의 발 빠른 피해 보상책 발표가,
더 현실적인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저들에겐 천만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물론 이게 코인 환수 가능성을 예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과연 Paul Rieger의 조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나는 이런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만다.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기치(旗幟)를 들고,
중앙 권력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온 그 의기(義氣)는 어디메에 남아 있는가?
바로 엊그제 그들은 벅찬 감동과 굳건한 의지의 장부(丈夫)이었을 터인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이리 쉬이 타락할 수 있더란 말인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 다시 권위에 복속하고, 절대자의 은혜를 구걸하려 할 양이면,
왜 집을 뛰쳐나와 찬바람 맞으며 싸웠어야 하는가?
Paul Rieger는 열심히 코딩을 하며 NEM을 만들었을 것이다.
과연 그는 그 어떤 중앙화 권력의 개입을 배제하고,
뭇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을 구가할 영토를 구축하려 하였는가?
하지만, 폭풍이 몰아치자, 어미 닭 품속으로 파고드는 병아리처럼,
다시 중앙화 권력에 투항하고, 한편으론 제 스스로를 중앙화하고 말았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스템에 방해 없이 접근하고,
공적 신임(탈중앙화 분산 합의)없이 자의로 손질할 수 있다면,
굳이 탈중앙화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차라리, 충분히 단련되고, 검증된 현행 중앙화 시스템에 복속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말이다.
도대체, Paul Rieger는 무슨 절대 권력을 가졌기에,
임의로 시스템을 개폐, 정지할 수 있는가 말이다.
누가 이런 권능을 부여하였는가?
The accounts with the allegedly stolen funds have been tagged with a non-transferable mosaics already to do exactly that.
이런 단 하나의 문장으로써, 시스템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다면,
도대체 이런 시스템의 보안, 안전은 무엇에 의해 보장받을 수 있는가?
해커의 무력을 차단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인가?
하지만, 무소불의의 Paul Rieger가 악심을 품고 해커가 된다면,
그 때에는 누구에게 의지하려 하는가?
탈중앙화 철학은 어느 한 개인의 절대 권력을 배제하고,
만인의 참여에 의한, 만인의 공정한 사회를 꿈꾼다.
Paul Rieger는 낮에 코딩할 때는, 이 정신에 헌신하지만,
밤이 되어 깡패가 출몰하면, 다시 절대 권왕(權王) 앞에 무릎을 꿇는다.
때론 스스로가 밤의 황제가 된다.
이러고서야, 어찌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 있겠음인가?
사타구니를 노모(no-mo) 처리한다고,
야동이 성스러운 동화(動畫)로 바뀌는가?
Paul Rieger의 누런 입에서 토설된,
단 한 마디 말에,
제가 지은 성은 무너지고 만다.
(출처 : https://upbit.com/exchange?code=CRIX.UPBIT.KRW-XEM)
하지만,
저들의 말 부추김에 따라,
해당 코인은 그늘에서 벗어나 오늘 하늘을 날고 있다.
아, 새털같은 이 가벼움이란 도대체가 ...
Satoshi Nakamoto의 절대 정신의 핵심 내용인,
undeletable, imutable, unstealable.
이게 이를 따른다는,
NEM 문도(門徒) 한 녀석에 의해 간단히 부정된다.
이것 보고 있자니,
우습다 못해, 일각도 지나기 전에 슬퍼진다.
해킹, 도적질을 응징하는 것하고,
제 존재 부정에 이르는 조치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것을 어찌 풀 것인가?
이게 앞으로의 과제 중 중요한 하나가 되길 바란다.
이런 고민이 없다면,
보상과 규제는 오늘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며,
필요시마다 장래에 다시 소환되며, 상시 이벤트가 되고 말 것이다.
(출처 : http://mijin.io)
(獼迅, http://mijin.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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