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나귀

나의 앞선 글 '가창룡(駕倉龍)'에서,

용의 등에 올라타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이하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시장 상황에 준거하였음.

(2018.03.24 업비트)

그림을 보면, 거래대금 기준 어제 상장된 스톰이,

여타 다른 코인을 단연 압도하고 있다.

바로 하루 이틀거리로 앞서 상장된 아이콘, 이오스도,

상장 당시 세인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도 스톰 앞에서 이내 주눅이 들며 밀려나고 있다.

게다가, 기존의 거래량 1, 2위를 달리던,

비트코인, 에이다조차 거래대금이 스톰의 십분지일로 줄어들며,

아연 빛을 잃고 있다.

(20180324 업비트 - 스톰)

누가 뭣이라 하여도,

지금 때의 용, 즉, 내가 이름 붙인 시룡(時龍)은 스톰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저 가슴을 졸이고 바라만 보고,

가룡(駕龍) 용의 등에 올라타지는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좌판 위에는 황금이 벌려져 있다.

어중이떠중이 달겨들어 싸네, 비싸네 하면 아귀다툼질을 하고 있다.

헌데, 여기 혹인(或人) 하나 있어,

남 따라 시장 바닥에 들어오기는 하였지만,

혀를 끌끌 차며, 저들을 나무라며, 시장 뒷전을 애써 찾는다.

마침 할머니 하나,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좌판을 벌이고 있다.

그는 거기 몇 날 며칠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한참 시든 푸성귀를 상대로 몇 줌 주어 장바구니에 넣고 만다.

그리고는 장터 국밥집에 들려,

투실투실 살찐 주모의 엉덩이를 안주 삼아

시금털털한 탁주 한 사발 곁들여 사먹고는 게트림을 한다.

길을 나서다, 운수가 사나운가?

범강장달에게 시비가 붙어, 

멱살 잡히고, 뺨까지 불이 나게 맞고 만다.

오늘밤도 달이 뜨려나?

반평생을 같이 지내온 짐승이었다. 

같은 주막에서 잠자고, 같은 달빛에 젖으면서,

장에서 장으로 걸어 다니는 동안에 이십 년의 세월이 사람과 짐승을 함께 늙게 하였다. 

가스러진 목뒤털은 주인의 머리털과도 같이 바스러지고, 

개진개진 젖은 눈은 주인의 눈과 같이 눈곱을 흘렸다.

몽당비처럼 짧게 쓸리운 꼬리는, 

파리를 쫓으려고 기껏 휘저어보아야 벌써 다리까지는 닿지 않았다. 

닳아 없어진 굽을 몇 번이나 도려내고 새 철을 신겼는지 모른다. 

굽은 벌써 더 자라나기는 틀렸고 닳아버린 철 사이로는 피가 빼짓이 흘렀다. 

냄새만 맡고도 주인을 분간하였다. 호소하는 목소리로 야단스럽게 울며 반겨한다.

나귀를 앞장세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공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 일부 '이효석-메밀 꽃 필 무렵'에서 인용)

***

지금 용의 등에 올라타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타지 말고 나귀나 타라고 권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용의 등엔 아무나 오르나?

이것 다년간의 경험과 기술이 따라야 한다.

아무나 흉내 낼 일이 아니다.

다만,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아무리 드센 호랑이라 한들,

거친 숲을 달리다가 잠시 잠깐 반석(盤石)에 누워 숨을 고를 때가 있는 법이며,

아무리 천둥을 내리고 벼락불을 마음대로 쏟아내는 용일지라도,

구름 위에서 숨을 고르며 다시 날 때를 재는 법이다.

그런즉 때를 알아야 한다.

모름지기 투자자는 시간을 의식하여야 하는 법이다.

나는 앞의 글 ‘심리 투자와 장비(도구) 투자’에서 

‘怯者無功 貪者見亡’을 소개한 적이 있다.

과연 지금 자리는,

怯者 혹 貪者 중 누가 성공하게 될까?

이것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