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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모래와 솥단지

소요유 : 2018. 8. 12. 15:55


샷 블라스트


샷 블라스트(shot blast)는 연마재를 노즐을 통해 분사하여,

소재 표면을 다듬는 장비이다.


연마재를 shot 또는 grit이라 하는데,

아주 작은 쇠구슬을 상상하면 되겠다.

때론 모래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장비를 sand blast라 부르기도 한다.


쇠구슬, 모래를 노즐을 통해 고속으로,

소재에 쏘아줌으로써,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데,

이를 통해 돌출부를 제거하거나, 도장(塗裝) 전 녹을 제거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utube : Shot Blasting: Paint Removal From Aluminum Die Cast Parts With Cast Zinc Shot Blast Media)


이와는 좀 다른데,

vibrating polisher라는 장비도 있다.

이는 tumbler에 모래 따위를 넣고, 진동시켜서,

소재를 가공하는 장비이다.


(utube : Vibrating Tumbler Super Fast Part 2, Rust Remover, Cleaner, Polisher, Made of Scrap Metal Parts, DIY)


타버린 솥을 닦으려다 힘이 들어

이를 떠올려보는 것이다.

vibrating polisher는 자작도 가능한데,

이를 만들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라,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예전에 세제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때,

그릇 등을 닦을 때 모래를 흔히 이용하였다.

강가나 개울가에 가서 고은 모래를 지푸라기 등에 묻혀,

그릇을 닦고는 하였다.

모래가 연마재(硏磨材, abrasive) 역할을 하여,

솥바닥에 눌어붙은 찌꺼기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하여 마사토 한줌을 가져다 닦으니,

신통하게도 심하게 눌어붙은 오물들이 쉬이 떨어져 나갔다.

그 바로 전엔 철솔, 철수세미 등을 동원하여 보았으나,

이 모두 소용이 없었다.


요즘 많이들 아파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집안에 모래를 들이는 것을 꺼리게 된다.

소다를 넣고 끓이면 된다는 팁도 나돌지만,

이것 심하게 타버린 경우는 별반 효과를 볼 수 없다.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강변에 살면 좋은 점이 많다.

경치도 좋지만, 솥이 눌어붙었을 때,

강변으로 달려가 고운 모래를 한 줌 주어,

쓱쓱 비벼주면 반짝이는 새 솥이 되어 돌아온다.


이젠 엄마도 누나도 다 떠나고 말았으니,

강변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만 농장에 홀로 버려진 나라도 나서,

이리 소월의 시를 노래하며,

솥단지를 박박 닦아보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농장에서 차로 달려가면 미처 3분도 아니 걸려 한탄강에 갈 수 있다.

강변에 쪼그리고 앉아, 솥단지를 닦자니,

오늘은 일요일, 왠지 청승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혹여 다음번에 또 솥단지를 닦을 일이 생기면,

한번 시도를 해볼까 싶기도 하다.


거긴 강변이니까, 당연 모래가 많지만,

믿을지 모르지만, 갈대 자생지로 엄청나게 많은 갈대가 자라고 있다.

소월의 시에 나오는 갈잎은 아마도 가랑잎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갈대는 습지에서 잘 자라니 뒷문 밖의 갈잎은 이를 가리키지는 않을 테다.

하지만, 가랑잎이든, 갈대 잎이든,

바람이라도 불면 서걱서걱 거리며,

왜 아니, 우리를, 이미 오래 전 떠나온 마음의 고향으로 데려다 주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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