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매일 아침마다 오토바이가 동네 골목을 휙하니 쓸고 지나간다.
혼자일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뒷자리에 조수를 하나 달고 다닌다.
조수는 표창을 던지듯 능숙한 솜씨로 카드를 정확히 목표지점을 향해 던진다.
거의 백발백중 카드는 집집의 대문 앞에 떨어진다.
녀석들이 지나고 난 자리,
동네 집집마다 문 앞에 색색의 카드가 단풍잎처럼 떨어져 있다.
오토바이는 한 팀이 아니다.
여러 팀이 나다니고,
문 앞의 카드는 며칠 째 그냥 방치되기 일쑤이기에,
멀리서 보면, 동네 골목엔 방금 공연 행사가 벌어진 양,
아직 가시지 않은 여흥(餘興)이 질펀하니 남아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이게 사채업자들이 돌린 전단 카드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하나 같이 정직, 신용을 앞장세우고,
싼 이자, 당일 대출이란 문구가,
들병이 입술 속 혀처럼 빨갛게 연신 날름거린다.
동네 골목은 이로 인해 언제나 너저분하다.
사람들은 무심도 하여 며칠 째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예사다.
내가 참지 못하여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신고를 하였다.
그러자 담당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저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전화번호를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결국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전언이다.
이후 두어 차례 더 신고를 하였지만,
아무런 조치가 따르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내가 오토바이 녀석을 붙잡았다.
이들 험악하여 함부로 건들기 어렵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내 벼르고 있다가 녀석에게 다시는 이 짓하지 말라.
이리 일렀더니만 앞으로 하지 않겠단다.
하지만, 그날 그 뿐, 그 녀석은 여전히 뿌리고 다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것도 일인 바라,
하지 않으면 제 밥벌이를 스스로 그만 두는 것이라,
외부의 강제력이 없는 한, 아니 할 유인이 없었다.
言賞則不與,言罰則不行,賞罰不信,故士民不死也。
(韓非子)
“상 준다 하고 주지 않고,
벌준다 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상벌을 믿지 않게 된다.
고로 백성들이 죽으려 하지 않는다.”
상벌이 확실하지 않으면,
전쟁터에 나가 용감하게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지 않고,
모두 도망가기 바쁘게 된다는 말이다.
동네에 사채 쓰라고 뿌리고 다니는 전단 카드는 불법이다.
게다가 이들 대다수는 미등록 무허가 사채 업체이다.
어쩌다 한 번 전단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나흘마다 정기적으로 물량 살포를 하는데 이르러서는,
염치를 팽개치고 제 욕심을 차리겠다는 작정하고 있는 것이다.
저거 왜 시민의 신고가 있는데,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 말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시민들이 시의 행정에 믿음을 가질 수 있겠음인가?
是故明君之行賞也,曖乎如時雨,百姓利其澤;其行罰也,畏乎如雷霆,神聖不能解也。故明君無偷賞,無赦罰。賞偷則功臣墮其業,赦罰則姦臣易為非。是故誠有功則雖疏賤必賞,誠有過則雖近愛必誅。(疏賤必賞) 近愛必誅,則疏賤者不怠,而近愛者不驕也。
(韓非子)
※ (疏賤必賞) : 이 부분은 원본에 빠진 판본이 있으나,
의미상 이게 누락된 것으로 보아 이리 보충하여 취급한다.
“그런고로 명군이 상을 내릴 때는,
때맞춰 내리는 비처럼 포근하여 백성들은 그 혜택을 좋아하며,
그 벌을 행할 때는,
무섭기가 마치 천둥소리와 같아, 신성(神聖)일지라도 풀 수 없다.
고로 명군은 상을 멋대로 주지 않고, 벌을 사면하지 않는다.
상이 멋대로 남발되면, 공신들이 할 일을 태만히 할 것이며,
벌을 사해주면, 간신들이 쉽게 잘못을 저지를 것이다.
그런고로, 진짜로 공이 있다면,
비록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상을 주고,
진짜로 허물이 있다면,
비록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벌을 준다.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에게 상을 주고,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에게 벌을 주면,
사이가 멀거나, 낮은 신분의 사람이 태만하지 않고,
사이가 가깝거나, 총애하는 사람이 교만하지 않는다.”
사채업자의 전단 카드 살포 자체도 불법이지만,
이로 인해 동네 환경이 너저분해지는 것을 주민들이 감내할 이유가 도대체가 없다.
대저 위정자란 상벌을 엄히 집행하여야 한다.
내가 문재인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朴대통령 버틴다면 탄핵. 결단하면 퇴진 후 명예 지켜주겠다”
이 말을 하였을 때다,
법이란 것이 이리 자의적으로 작동을 하는 것이라면,
누가 법을 신뢰하겠음인가?
그가 과연 법학을 공부한 이인가 의심스러웠다.
그 이후, 그의 언행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그는 여전히 미덥지 않았다.
헌데, 왜 공무 담임 주체인 서울시는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가?
이리 울분을 삼키고 있었을 뿐,
그러고 몇 년이 지났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눈에 띄는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이는 결코 영상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선전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의 문제의식을 가진 불법 사태를 시원하니 해결하여 줄 지자체장을 만나게 되어 놀랐을 뿐이다.
이 얼어붙은 동토에서.
평소에도 느꼈지만,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있어선, 역시 이재명이 미덥구나.
(출처 : utube)
※ 끝으로 여기 참고 글을 하나 소개해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