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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강부약

소요유 : 2018. 9. 25. 14:13


이재명이 기회 있을 때마다 힘주어 말하는,

그의 행정 담임 공무원으로서의 중심철학인 억강부역(抑強扶弱)은 무엇인가?


이 말은 이미 우리 시대엔 듣기 어려워져버린 생소한 말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인권이 별로 귀하게 여겨지지 않았으리라 여기는 고대엔,

상시로 쓰이는 말 중에 하나였다.


가령 반고(班固)는 政在抑強扶弱 이리 말하였다.

이는 정치란 억강부역에 있다란 뜻이다.

이재명과 그 뜻을 판박이로 같이 하고 있다.


휼고염과(恤孤念寡 )

이 말은 외로운 이를 동정하고 도와준다는 말이다.

여기 孤는 늙도록 자식이 없는 이, 寡는 과부를 말한다.  


맹자의 다음 말씀에 이르면,

저들이 얼마나 백성의 간난신고에 생각이 미치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老而無妻曰鰥。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幼而無父曰孤。

此四者,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必先斯四者。

詩云 哿矣富人,哀此煢獨。

王曰 善哉言乎!

曰 王如善之,則何為不行?

王曰 寡人有疾,寡人好貨。

對曰 昔者公劉好貨,詩云 乃積乃倉,乃裹餱糧,于橐于囊。思戢用光。弓矢斯張,干戈戚揚,爰方啟行。故居者有積倉,行者有裹糧也,然後可以爰方啟行。王如好貨,與百姓同之,於王何有?

王曰 寡人有疾,寡人好色。

對曰 昔者大王好色,愛厥妃。詩云 古公亶甫,來朝走馬,率西水滸,至于岐下。爰及姜女,聿來胥宇。當是時也,內無怨女,外無曠夫。王如好色,與百姓同之,於王何有?

(孟子)


늙었으되 처가 없으면 환(鰥)이라 이르고,

늙었으되 지아비가 없으면 과(寡)라 이르며,

늙었으되 자식이 없으면 고(孤)라 이르며,

어리되 아비가 없으면 독(獨)이라 이릅니다.

이 넷은 천하의 궁민(窮民)이라 어디 하소연하려도 할 곳이 없습니다.

문왕은 정치를 하시되 어짐을 펴셨습니다.

반드시 이들 넷을 먼저 돌보아야 합니다.

시에 이르되 ‘부자들은 괜찮지만, 외로운 이들은 애달프구나. 하였습니다.

왕께서 말하시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맹자가 말하다.

‘왕께서 이를 좋게 여기신다면, 어찌 행하지 않으십니까?’

왕이 말하시다.

‘과인에겐 병통이 하나 있습니다. 과인은 재물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맹자가 대답하다.

‘옛날 공유란 이도 재물을 좋아하였습니다.

시에 이르길, (곡식을) 노적하고, 창고에 보관하고, 말리고, 저장하고,

전대와 주머니에 담아 두었네.

병기를 모아 나라를 빛내려고,

활과 화살을 펼쳐들고, 방패와 창과 도끼를 메고, 이에 바야흐로 길을 떠나시네.

그런고로 남아있는 사람에게 노적가리와 창고에 보관한 곡식이 있고,

길을 가는 이에겐 말린 식량이 있었습니다.

그런 연후라야 길을 떠났습니다.

왕도 재물을 좋아하시는데, 백성과 그를 함께 하시면,

왕께서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왕이 말씀하시다.

‘과인에게 병통이 하나 있습니다.

과인은 여인을 좋아합니다.‘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다.

‘옛날 대왕도 여인을 좋아하여 그 비를 사랑하였습니다.

시에 이르길, 고공단보가 아침에 말을 달려 서수 물가를 따라 기산 아래 이르렀네.

이에 강녀와 함께 살으셨네.

이때에는 안으로 홀로 사는 여자가 없었고,

밖으로는 혼자 사는 남자가 없었습니다.

왕께서 여인을 좋아하시길 백성과 함께 하시면,

왕께 무슨 곤란이 있으시겠습니까?’”


여담이지만, 환과고독(鰥寡孤獨), 이 넷을 궁민(窮民)이라 한다.

넷 상에서 사람들이 제 뜻과 다른 국민을 비하하여 궁민이라 하는데,

이 둘은 한자어는 같지만, 그 뜻은 다르다.

전자는 처지가 불우하여 외부 도움이 필요한 이를 가리키지만,

후자는 지지리도 못난이들을 지칭한다.

특히나 정치적 소견머리가 고루하고, 비색한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한편, 고독하다고 할 때,

이것의 어원도 실은 맹자의 환과고독으로부터 온 것이니,

실제 고독은 늙었으되 자식이 없으면 고(孤),

어리되 아비가 없으면 독(獨)이라 한다.

헌즉 본디 고독은 물적 토대가 곤고한 이들을 지칭하나,

오늘날 쓰이는 고독은 정신적 상황이 외로운 이로 전화되었다 하겠다.


과연, 이재명은 고전을 공부한 이인가?

아, 아지 못할세라.

하지만, 고전을 공부하고 말고에 상관없이,

위정자라면, 의당 절로 이런 억강부역의 의식을 갖추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공명심으로 정치 일선에 나선 것이 아니라,

단 한톨 만의 곧고 바른 정치 사회 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어찌 환과고독에 생각이 미치지 않겠음인가?


나아가 이런 의식을 일으킴을 넘어,

구체적 실천 행위로 나아가야 한다.

이재명은 이런 의지와 행동을 구체적 담임 일선 현장에서,

그 누구보다도 실천적으로 펴 보이고 있다.


끝으로 노자(老子) 식의 억강부약(抑強扶弱)을 살펴보며 마치고자 한다.

이것은 도가(道家)가 끝내 내밀하니 병가(兵家)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기도 한 사례이기도 하다.

(이하는 번역 약함.)


人之生也柔弱,人生含和氣,抱精神。故柔弱也。其死也堅強。人死和氣竭,精神亡,故堅強也。萬物草木之生也柔脆,和氣存也。其死也枯槁。和氣去也。故堅強者死之徒,柔弱者生之徒。以上二事觀之,知堅強者死,柔弱者生也。是以兵強則不勝,強大之兵輕戰樂殺,毒流怨結,眾弱為一強,故不勝。木強則共。本強大則枝葉共生其上。強大處下,柔弱處上。興物造功,大木處下,小物處上。天道抑強扶弱,自然之效。

(老子河上公章句 德經 戒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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