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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 고추 그리고 가을 연(鳶)

소요유 : 2018. 9. 26. 19:59


여뀌, 고추 그리고 가을 연(鳶)


농장 중 상대적으로 습기가 많은 곳에 여뀌가 눈이 부실 정도로 피어나 있다.

본디 여뀌는 상당히 매워 맵쟁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실로 정겨운 우리말이구나 싶다.

여뀌는 종류가 상당히 많다.

여뀌, 개여뀌, 털여뀌, 흰여뀌 ....

농장에 자생하는 여뀌는 모양으로 보아 개여뀌로 여겨진다.

줄기를 씹어보면, 처음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운 맛이 입 속을 쏴아하니 지나며, 오래도록 남아 있다.

잎은 거의 매운 맛을 느끼지 못하겠다.


고래로부터, 민간에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이를 짓이겨 물속에 풀어 넣는다고 한다.

개여뀌도 맵기가 이러하니, 

진짜 여뀌는 독한 맛으로 인해 더욱 그럴 상 싶어 보인다.


일반 효능에 대하여는 익히 알려졌으니, 

이제,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실린 내용 중,

술 담그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胃冷不能飲食,冬臥腳冷,秋日取蓼曬幹,用六十把,加水六石煮成一石,去滓,拌米飯造酒。酒熟後,每日飲適量。十天以後,眼明氣壯。這樣制成的酒,稱爲“蓼汁酒”。


위가 차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며,

겨울에 누우면 다리가 찬 증상이면,

가을에 여뀌를 취하여, 볕에 말린다.

여뀌 예순 줌(주먹)에 물 6 섬(石)을 넣고,

1섬이 되도록 다린다.

찌꺼기를 버리고 쌀밥에 반죽하여, 술을 만들고, 익힌 후,

매일 적량을 마신다.

열흘 후면, 눈이 밝아지고, 기운이 쎄진다.

이리 만든 술을 소위 요즙주(蓼汁酒) 여뀌즙술이라 한다.



하우스 후면 텃밭 가운데 고추가 심어진 곳이다.

블루베리가 심겨진 곳은 물론이거니와, 

몇 군데 조성된 텃밭에도 부러 풀을 기른다.

굳이 애써 고추밭이라 할 것이 아니라,

그냥 풀밭 속에 고추가 자라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여뀌가 전 밭을 덮고 있다.


심겨진 고추는 토종 고추인 칠성초이다.

풀이 온 밭을 점령하여 고추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지 못할 형편이다.

수년래, 토종 수비초도 심었었지만, 이는 매운 편이다.

매운 것이 부담스러워 올해는 전부 칠성초만 심었다. 


이를 구하려는 분에겐,

내가 아는 구처(求處) 정보를 나눠 드릴 수 있다.

텃밭 정도라면, 시장에서 고추 모종을 굳이 구할 필요가 없다.

모종을 직접 낼 수도 있다.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이게 수고롭다면, 그냥 밭에 직파를 하여도 좋다.

하지만 이 경우엔 초기 풀에 치이지 않게,

좀 관리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여긴 추운 동네이기에 그리하면,

싹이 늦게 나기 때문에 제대로 크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심은 고추 모종 수량으로는, 두어 집 김장을 하고도 남을 양이다.

하지만, 한참 자랄 때, 워낙 이를 돌볼 틈도 없지만,

별도의 비배(肥培) 관리를 하지 않아 자람세가 더디다.

게다가 풀에 치이고, 바람에 이리저리 자빠지기 일쑤라,

그 여느 상업적 재배 농가와는 소출 양을 두고 겨룰 처지가 아니다.


하지만, 나 혼자 먹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양이다.

하루에 여름부터 풋고추를 매일 30여개 이상 취하여 마음껏 먹고 있다.

미처 따지 못한 것은 절로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게다가 날씨가 쌀쌀해져도 지속적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하여 늦게까지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토양 자체가 청정토이고, 

비료, 농약 등 일체의 외부 자재가 들어가지 않았기에,

여기서 나오는 고추는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고 싱싱하다.


시골 동네엔 고추를 많이 키우는 농가가 있다.

거기를 가보면 놀랄 정도로 고추가 많이 달려 있다.

게다가 크기도 그야말로 말자지처럼 크다.

짙푸른 게 마치 사나운 군마(軍馬)처럼,

모두들 코를 벌렁거리며 연신 씩씩거리고 있는 모습이 선연하다.


큰 게 능사가 아니다.

이에 대하여는 나의 다른 글을 참고하라.

(※ 참고 글 : ☞ 슈퍼호박 단상(斷想))


농부 장수는 채찍을 잡고 휘두르듯,

연신 비료를 퍼부어 쑤셔 넣어주며,

바짝 뒤를 쫓아 채근하며 독려를 하기에,

고추나무는 쉴 틈이 없는 것이다.


도대체가 저 고추 한 그루에 저리 고추가 많이 달려도 되는 것인가?

제 삶은 없고, 애오라지 고추 다는데 온 힘을 다 쏟아내고 있다.

예전 북한산 기슭에 조그마한 개를 키우며 연신 새끼를 치는 이를 만난 적 있다.

어미인줄 모르고 어르며 귀여워했더니,

주인아줌마는 이게 어미라며, 이미 몇 배 새끼를 낳았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과연 들어 보니 젖이 불어 있고, 뱃가죽이 늘어져 있다.

제 삶은 없고 연신 새끼를 생산하는데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 한 자박 흘러야 하지 않는가?


저 고추와 이게 무슨 차이가 있는가?

식물이건, 동물이건 간에,

이들은 모두 인간에 의해 제 삶을 저당 잡혀,

인간의 욕심에 부역하고 있다.


시장에서 사온 소채(蔬菜)는 몇 번이고 씻어도 걱정이 남아 있다.

혹시 농약이 남아 있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고 찜찜하다.

하지만, 우리 밭에서 따온 고추는 그냥 먹어도 마음이 놓이며,

기분이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가을 연처럼 매임 없이 부풀어 오른다.


왜,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가을 연(鳶, 風箏)이 되면 아니 되는가?


그 어떠한 매임으로부터,

그저,

자유롭고 싶다.


본디 연은 춘추전국시대 

적의 군정(軍情)을 염탐하는데 쓰였다.

그러다, 차차 새의 형태를 띤 여러 조형물을 만들었다.

나무를 깎아 木鳶을 만들기도 하였으며,

묵자(墨子)엔 공수자(公輸子)가,

드디어 까치처럼 생긴 비행체를 고안하였다.

다 만들어 하늘에 띄우자,

3일 동안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한다.

이리 하늘을 날고자 함은,

자유를 원하기 때문이 아니랴?

(※ 참고 : 한비자엔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솔개 연)


하늘 높이 나는 연처럼,

가을 하늘을 보면 장탄식이 절로 인다.


風箏吟秋空


가을 하늘을 쳐다본다.


예고도 없이,

문득 한 조각,

가슴에 들어와,

철렁


여름의 이글거리는 욕망.

씻기듯 사라진 가을 하늘.

가슴에 들어와.

철컹.


때마침,

범종 소리가 허공중으로 퍼져 나갈 때,

살 맞은 새처럼 가슴통은,

바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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