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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악성(新惡聲)

생명 : 2021. 3. 21. 09:44


시골 동네에 개장수 트럭이 다닌다.

잘 타이르고 싶은데, 
농장 언덕에서 일하다,
달려가 내려가면 이미 사라지고 없기 일쑤다.

삼악성(三惡聲)이라고 있다.
듣기 싫은 세 가지 흉한 소리를 말한다.
사람이 죽었을 때, 불이 났을 때, 도둑이 들었을 때 외치는 소리를 이른다.
한편, 삼희성(三喜聲)도 있는데,
이는,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갓난아이 우는 소리를 일컫는다.

나는 저 개장수가 외치는 소리 역시 흉한 소리에 보태고 싶다.
밭일 하다 저 소리를 들으면,
화도 나고, 
저 천막으로 둘러 씌운 짐칸에서 잡혀와, 
두려움에 떨 강아지들이 떠올라 견디기 어렵다.

요즘 사람들은 삼오성, 삼희성, 
이 소리를 거의 듣질 못하고 산다.
하지만, 몇십 년 전만 하여도,
이런 소리들을 일상에서 듣는 것은 예사였다.

헌데, 요즘은 세상이 너무도 달라졌다.
우선 사람이 늙게 되면, 
집안에서 모시지 않고, 대개는 요양원, 양로원으로 방출(方出)하는 모진 풍속이 자리 잡았다.
그러니, 사람이 죽었다고 우는 소리 역시 주변에선 접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아이를 낳지 않으니, 우는 소리 역시 들리지 않는다.
생사간 소식이 끊겼은즉,
과연 사람들은 천만년을 이 징글맞게 화려한 도시 안에서 누리고 있음인가?

도둑들도 많았고, 왜 그리 불도 자주 났는지?
특히 겨울철엔 화재가 자주 일어나 집이 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동네에 불이 한 번 나면, 거지가 갑자기 불어나,
깡통 들고 동냥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이 부쩍 늘어났었다.

어느 집에 도둑이 한 번 들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걱정을 해주었다.
도둑을 잡아라 외치는 소리를 흔히 도둑 튀기는 소리라고도 한다.
이는 도둑과 맞서지 않고, 튀어 도망가게 한다는 말인즉,
마주치면 궁지에 몰린 도둑으로 인해 혹 불상사가 일어날까 염려함이다.
이 소리를 들으면, 어린 가슴 속, 조그만 심장이 소고(小鼓)가 되어 콩닥콩닥 거렸다.
당시엔 모두들 먹고 살기 어려워,
남의 집 담장을 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다듬이 소리 역시 마을 고샅길을 퍼져나가며, 우리의 청각을 즐겁게 하였다.
다듬이 위를 방망이로 두들기면, 경쾌하며, 청아한 소리가 난다.
아낙의 심사가 뒤틀리기라도 하면, 북어 패듯 마구 두들기게 되고,
박자가 틀어져 주변 분위기가 자축거리며, 어그러지고, 
때론 헌 옷감의 경우 찢어지기까지 한다. 

아이들이 글 읽는 소리 역시,
어른들이 듣기엔 아주 썩 흐뭇한 일이었을 것이다.
저 글 읽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장래에 큰 동량(棟樑)이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으리라.

한편 어른들이 읽는 글 소리도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지조 높고, 덕행이 높은 선비가, 목청을 가다듬어 청아한 소리로 경서를 읽어대면,
이는 새로 배우고자 함이 아니라, 이미 아는 것을 다독이듯, 되새김질 하는 것이라,
그 겸손함, 절개가 마치 암향(暗香)처럼 주변을 적시며 나아갔던 것이다.
그 든든함, 감사함이란 도대체가.

그 아래 서면, 
나도 저러리란 각오가 서고,
절로 환희심이 어찌 일지 않으랴?

헌데, 삼희성은커녕 삼악성도 이젠 다 사라지고 없다.
다만, 여기 시골 땅에 와서 저 개장수 소리를 새로 듣고 있다니,
참으로 고약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아무려면, 살아 있는 동물들을 잡아가겠다며,
온 동네를 샅샅이 훑어 다니며,
악성(惡聲) 외치는 것을 생업으로 하여야 하겠음인가?
죄업을 저리 매 소리 땀마다 업보(業褓)를 자아가고 있다니,
저 인생도 여간 가련하다 하지 않을 수 없구나.

내가 벼르고 있은즉,
언제고 처단이 되고 말 것이다.

(utube, 평소 안짖기로 소문난 진돗개가 개장수를 만났을때 놀라운 반응)

이 영상,
댓글을 단 분 중에 사정이 밝은 분들이 계셔,
그들이 안내한 정보 사항을 여기 옮겨 둔다.

(utube, 평소 안짖기로 소문난 진돗개가 개장수를 만났을때 놀라운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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