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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현상(狂人現象) - 광우병(狂牛病)과 마녀(魔女)사냥

소요유 : 2008. 5. 16. 11:36


광인현상(狂人現象) - 광우병(狂牛病)과 마녀(魔女)사냥

글질이든 말질이든,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보다 형식이 중요할 경우가 있다.
내용이 뜻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오도된 형식에 의해 뜻이 자라게 되면,
그 행하는 ‘질’내지는 일을 그르치게 된다.

마녀사냥에서 그녀를 마녀라고 부르는 순간,
내용상 그녀가 별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일지라도,
말의 선언에 의해 이내 세상과 격리된다.
그렇지 않은가 ?
일상의 사람들이 마녀는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선언명령,
말이 곧 폭력이 되고, 권세가 된다.

마녀라는 라벨을 붙인다든가,
미친년이라고 부르기로 작정한 순간,
나머지가 그들에게 위험부담을 안고 접근할 유인도 없어지고 만다.
접근의 유보로 그치면 다행이다.
이내 손가락질, 야유를 거쳐 적개심을 돋아올려 공격을 하게 되며,
마침내 화형에 처하며 환호하게까지 된다.

그 라벨링이 국가 또는 교회라는 권위에 의해 집행될 때,
신뢰 강도는(아니 실은 비겁한 책임회피지만) 더욱 강고해진다.
그녀의 실제 성분, 지위를 헤아릴 필요도 없이 마녀라는 이름 하나로
바로 모든 것을 규정해버리고 마는 경제성은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이에게는
대단히 편리한 짓거리이리라.

때문에 이름붙이기 즉 명명(命名)은 형식행위지만,
내용까지 규제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조심스럽게 살펴 대하여야 한다.

이런 사정에 대하여,
순자(荀子)의 정명(正名)처럼 적실하게 잘 드러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그에 앞서 여담이지만, 순자의 문하에 이사, 한비자 등 법가 사상가가 배출되었다.
비록 유가에서 이단시 되는 순자지만 현실에 밀착된 실체적 영향력을 가졌음이니,
실제 진시황의 천하통일의 초석은 실은 법가에 의해 닦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여 순자를 고리타분한 변방의 인물로 오해할까 저어되어 이리 짚어둔다.

순자(荀子) 정명편(正名篇)

고로 왕자는 이름을 지으니, 이름이 정해지면 바르게 분별이 되고, 도가 행해져 뜻이 통한다. 그런즉 백성을 하나로 신중히 통솔할 수 있게 된다.그런고로 말을 분석하여 제 마음대로 설명을 만들어 이름을 혼란시키고, 사람들을 의혹하게 하고 쟁송을 일으키는 것을 대간이라 하는 것이니, 이것은 부절이나 도량형을 속이는 죄와 같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기괴한 말에 따라 바른 이름을 혼란시키지 아니하므로 성실하고, 성실하므로 부리기가 쉽고, 부리기 쉬우면 공업을 이룰 것이다. 그 백성들이 기괴한 말로 이름을 혼란시키지 아니하므로 오직 법을 따르고 영을 좇을 것이니, 그러면 치적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치적의 영속과 공업의 완성은 다스림의 궁극이요, 이것이 이름을 하나의 약속으로 지킨 공이다. 이제 성왕이 없고, 이름 지킴을 태만히 하고, 기괴한 말로 이름과 실의 일치가 어지럽고, 옳고 그름의 구별이 분명하지 못하여 법률을 다루는 관리나 경서를 외는 유자조차 모두 혼란 중에 있으니...

...
故王者之制名,名定而實辨,道行而志通,則慎率民而一焉。
故析辭擅作名以亂正名,使民疑惑,人多辨訟,則謂之大奸,其罪猶為符節度量之罪也。
故其民莫敢托為奇辭以亂正名,故其民愨。愨則易使,易使則公。
其民莫敢托為奇辭以亂正名,故壹於道法而謹於循令矣,如是則其跡長矣。
跡長功成,治之極也,是謹於守名約之功也。
今聖王沒,名守慢,奇辭起,名實亂,是非之形不明,則雖守法之吏,誦數之儒,亦皆亂也。

일견 순자가 정명을 통한 치자의 도리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숨은 뜻은,
말의 혼란은 말 자체의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미혹시키며, 옳고 그름의 시비조차 그르치며,
사회통합을 저해한다고 갈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 한껏 불신과 걱정을 일으키고 있는 소위 광우병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니 나는 언듯 그 이름씨에 의심을 두게 되었다.
과연 소가 미친 것인가 ?
소를 미쳤다고 이름하여도 좋은가 ?
설혹 미쳤다한들, 저 홀로 미친 것인가 ?
소를 미치도록 한 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다, “광우병은 소해면상뇌증(BSE)라 불러야 마땅하다”라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취지인즉슨, 이러하다.

“광우병이라는 용어는 소에 대해 깊은 애정과 연민을 가진 우리 민족에게 있어 소가 가지는 전통적인 의미를 퇴색시키는 용어입니다.
프리온에 의해 소가 이 질병에 감염되게 되면, 뇌에 병변이 생겨, 공격성이나 예민함이 증가되기도 하지만 주증상은 가련하게 고통스러워 하며 걷거나 일어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프리온에 의한 소의 질병을 이제부터라도 정식 명칭인 소해면상뇌증(BSE)으로 부를 것을 적극 권고합니다.”

이 소동의 와중에 정작 본질은 접어두고,
반미, 검역주권, 국익, 통상, 국내축산농가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를
나는 앞선 글 “가래나무와 광우병(☞ 2008/05/08 - [소요유] - 가래나무와 광우병)”에서 하였다.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의
“소도 10년은 살아야 한다.”라는 말은 질타와 비웃음으로 치부하기엔
가슴을 두드리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최소한 오늘 이 척박한 땅에서,
그는 누구도 돌보지 않았던 ‘생명’에 의식이 미쳤던 것이 아닌가 ?

멀쩡하던 소가 광우가 된 게 누구 때문인가 ?
인간 때문이 아닌가 ?
초식동물에게 육골분이니, 쓰레기 고기 갈아 먹인 게 누구인가 ?
이게 사태의 근원 아닌가 ?
광우 만들어 놓고는 칼질하여 어느 부위는 안전하네, 위험하네
난리를 피우며 소란을 피운들 원천적인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까 ?
칼에 묻지 않으면, 도마에 묻고, 도마에 묻지 않으면 그릇에 묻을 터,
살을 발라낸들 뼈에 남겨져 있고, 뼈를 갈라낸들 피가 묻어 있고,
도대체 어떻게 나누고 자르겠단 말인가 ?
이런 상황하에서 아무리 규정이 세밀한들,
산업의 전사, 돈의 노예에 불과한 저들 이악스런 상인들의 욕심까지 통제가
가능하겠는가 ?

사람들은 이런 근본은 덮어두고 애꿎은 소를 ‘광우’라며 라벨링하며,
제 잘못을 덮고, 반미, 검역주권, 국익이니 ...
이리 핑계되며 광분하고 있음이 아니더란 말인가 ?
정작 미친 것은 인간이 아닌가 말이다.

‘광우병’이란 이름은 바로 파기하여야 한다.
이리 이름은 위명(僞名)이자 사명(邪名)이다.
제 허물을 남에게 넘기는 적지 아니 비겁한 작법이다.

이제부터 이를 바꾸어 ‘광인현상(狂人現象)’이라고 부르길 나는 제안한다.
아니 혼자만이라도 그리 부르고자 한다.
이게 정명(正名) 아닌가 ?
순자의 가르침대로 이 때라야 비로서 사람들은 혼란에서 벗어나,
제 죄를 바로 보고,
바른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광우라고 부르는 순간,
문득 인간은 죄가 없어진다.
거기 인간의 역할은 부재하고 소의 허물만 남아 있다.
이것이야말로 소를 빌어 인간의 죄를 덮고자 기도하는 음흉스런 현대판 마녀사냥 아닌가 ?
되돌아보아야 할 것은 소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 아닌가 ?

문제를 해결하려면,
얄팍하니 SRM이니, 년령을 따질 것이 아니라,
공장식축산 즉,
좁은 우리, 동물사료, 과도한 항생제, 성장호르몬에 의지하는
현행의 흉악한 축산업을 전면 엎어버려야 한다.

하여 나는 소고기값이 현행보다 10배, 100배 높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현행 축산업이 제대로 바뀌면 당연히 소고기값은 오른다.
이 또한 마땅히 그래야 한다.

가격이 높아지는만큼 사람들은 덜 먹게 되고,
덜 먹는 만큼 죄업을 덜게 될 게다.
이 때라야 소들의 신음과 고통도 줄고,
세상엔 평화와 사랑이 다시 움트리라.

“싸고 질 좋은 소고기”
이 얼마나 천박한 문법이란 말인가 ?
네놈들이나 실컷 쳐먹거라 !

지금의 소고기는 그저 고기가 아니다.
그것은,
곧 슬픔 덩어리, 분노의 응결체다.
더불어 인간 죄악의 가검물(可檢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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