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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 팔아서 비단 팬티 사 입을 수는 없다.

소요유 : 2008. 12. 22. 14:16


어떤 사람이 하나 있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 지인들과 함께 놀러 간 적이 있다.
수락산 기슭에 널찍하니 자리 잡고 있는 그곳을 우리는 ‘환상의 집’이라 불렀다.

그는 예전에 자동차 프라이드를 소유하고 있었다.
집이 두 채인가 있고, 카페도 제법 크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남들이 프라이드 타는 것을 들어 혹간 무엇이라 빈정거리면,
내가 편해서 타는 것이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이리 응대를 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차를 바꿔버렸다.
이야기인즉슨 이러하다.
어떤 모임이 있었다.
거기 프라이드를 끌고 갔는데,
주차요원이 완전 거지 취급을 하더라는 것이다.

끝내 주차요원이 그를 이기고 만 것이다.
그는 이젠 다시는 다리를 건너 이쪽으로 넘어오지 않을 성 싶다.
그의 전향(轉向)이 백기 투항인지, 자진 도강(渡江)인지 나로서는 확인불능이다.

그의 pride는 자동차 프라이드와 함께 아마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한들, 그가 건진 것이 혹 허세와 교만이 아니길 바란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가난한 한 지식인에게 사회가 술을 먹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장면에서는 “고급 차를 권하는 사회”로 변용된다.

소설 속에서는
술주정하는 남편을 향해 투정하는 아내를 뒤로 하고 그는 집을 뛰쳐나간다.
그의 아내는 밤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술 권하는 사회를 탓하며 절망한다.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가히 그 뜻을 대표하는 혜강(嵇康).
그는 술과 별로 친하지도 않았으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

強勸人酒 不飲自已 若人來勸

다른 사람에게 술을 권할 때는,
자기가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데,
남이 나에게 권하는 것처럼 하라.

하지만,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을 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정작은 술을 먹는 자신의 잘못은 없을까?

혜강의 若人來勸 이 말도,
죽림칠현이란 허울에 비추일 때,
의외로 너무 남을 의식하고 있다.

“권주(勸酒) 마다하고 벌주(罰酒)를 택할 것인가?”
보통 술을 권하는 측은 이리 협박한다.

그렇다고
“씹 팔아서 비단 팬티 사 입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권주 마다하고, 사주(辭酒), 사연(辭宴)하는 길을 걸은
사람이라고 왜 아니 없었겠는가?

월하독작(月下獨酌)의 이태백(李太白),
독성(獨醒)의 굴원(屈原)
그 자취 더듬으며, 이백의 시 하나를 음미한다.

月下獨酌

花間一壺酒 獨酌無相親
擧杯邀明月 對影成三人
月旣不解飮 影徒隨我身
暫伴月將影 行樂須及春
我歌月排徊 我舞影零亂
醒時同交歡 醉後各分散
永結無情遊 相期邈雲漢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
地若不愛酒 地應無酒泉
天地旣愛酒 愛酒不愧天
已聞淸比聖 復道濁如賢
賢聖旣已飮 何必求神仙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但得酒中趣 勿爲醒者傳

三月咸陽城 千花晝如錦
誰能春獨愁 對此徑須飮
窮通與修短 造化夙所稟
一樽齊死生 萬事固難審
醉後失天地 兀然就孤枕
不知有吾身 此樂最爲甚

窮愁千萬端 美酒三百杯
愁多酒雖少 酒傾愁不來
所以知酒聖 酒酣心自開
辭粟臥首陽 屢空飢顔回
當代不樂飮 虛名安用哉
蟹螯卽金液 糟丘是蓬萊
且須飮美酒 乘月醉高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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