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이제(二題)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동산을 두어 개 넘어가면,
북한산 자락에 사찰들이 절터 경역(境域)을 연달아 잇대어 무려 넷이나 되고,
조그만 소로를 격하여 또 하나가 있으니 도합 다섯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있다.
그리고는 길자락 벼랑 밑으로 민가가 아랫녘으로 죽 들어서 있다.
천하에 이리 북한산 품에 안겨,
향그로운 기운을 맘껏 받고 있는 곳이 예 말고 또 있을까?
이곳을 지나자면 사찰 경내가 자연 눈에 들어온다.
때마다 정갈하니 티끌 하나 없어 절로 마음이 조촐해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불도화가 덕스럽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이 또한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부처의 공덕을 절로 생각 키우게 된다.
그 중 K寺란 절 앞에는 널따란 빈 공터가 전개되어 있다.
거기엔 늘 이웃 주민들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그 공터 밑은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갖은 쓰레기들이 거기 버려져 있다.
아마도 필경은 수십 년간 그리 쌓여져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내가 망설이는 한편, 이것을 신고하려 하여도,
트럭으로 수 차는 내가야 할 것이로되,
단 한 줌 쓰레기 처리하는데도,
달을 넘기기 일쑤인 행정당국인데,
과연 제대로 될까 싶어 아직은 멈칫 그저 살피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도 거기 새로 쓰레기가 보태진 흔적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십분(十分) 사찰측 물건으로 보여 나는 그 앞 K寺를 의심하게 되었다.
민가들은 이 공터와는 사뭇 멀리 떨어져 있으니, 저들이 작정하지 않고는,
이리로 쓰레기를 옮겨 오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주차객들이 소소한 쓰레기를 버리곤 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했다.
K寺는 나의 이전 글에도 등장하였음이니,
가끔은 신도들의 탑돌이를 보게 됨에 그 때의 기억이 소록소록 되살아나곤 하지만,
이 또한 다 지난 일이라 저들의 그 도타운 신심에 그저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라.
허나, K寺가 임자로 추측되는 쓰레기 투기 현장을 보게 된 후로는
여러 모로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 참고 글 : ☞ 2008/02/14 - [소요유] - 여성동지(女性同志))
내가 최근 우정 이들 사찰을 죽 둘러보았는데,
하나 같이 공(共)히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내 집 앞에 있는 사찰들은 대개는 밖에 쓰레기봉투가 내놓아져 있다.
저들이라고 먹고,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는 없음이니,
당연 쓰레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음이며,
여느 여염집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으리오.
그러나,
위 다섯 사찰은 쓰레기봉투가 밖으로 나와 있지 않은 것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고 있음인가?
그 중 B寺를 볼 것 같으면,
경내에 커다란 소각장이 개설되어 있다.
보통 사찰 내에는 소대(燒臺)라든가 소각장이 있음이니,
망자를 위한 제를 올리고는 유품 등을 태우는 데 이용되고 있다.
이게 백번 양보하여 일편 어쩔 수 없다한들, 태워서는 아니 될 것까지
마구 태워서 대기환경을 오염시키곤 한다.
짐작이지만,
밖으로 쓰레기봉투가 나와 있지 않음이니,
일반 생활 쓰레기들을 혹여 소각장에서 태우지나 않는가 싶은 것이다.
만약 이런 염려가 사실이라면,
실로 여간 딱한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환경보호에 앞장 서야 할 사찰들이,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현실을 건너가고 있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실제로 내 집 앞 사찰에선 태워서는 아니 될 물건들을 태워,
매연을 유발하여 이웃 주민의 신고에 의해 여러 번 지적을 받았던 모양이다.
내 집 앞에서는 나무로 가려 이 S寺 소각장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기역자로 꺾인 이웃집에서는 자주 목격되었던 바,
그 분이 이를 제재하였던 것이니,
사찰들의 이런 불미스런 행위는 마땅히 바른 방도를 찾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달포 전에는,
북한산 공원 내에 있는 N寺 곁을 지나게 되었는데,
산자락 길을 온통 시멘트로 새로 포장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필경 저것이 사찰 소유가 아닐 터인데,
공공연하게 어찌 맨 흙살을 저리 유린하였단 말인가 하여
심히 못 마땅하였던 적이 있음이다.
나는 맨 흙살을 만나러 산에 오른다!
나는 순결한 흙살에 내 마음을 안기고 싶을 따름인 것이다.
내 당장 신고하고 싶었으나,
그것 아니라도 지금도 안일한 공원 당국을 들깨우느라 늘상 경계를 받고 있는 실정임이라,
차일로 미루고 말았음이다.
이젠,
나의 오랜 수고로 그쳤기에 망정이지만,
얼마 전, 북한산 골짜기를 떠나갈 듯,
유객 방송을 해대던 Y寺도 그렇고,
도대체가,
명색이 사회의 등불이 되고,
사람들의 안심입명을 도우며,
도타운 신심을 기르는데,
중추가 되어야 할 종교단체가 어찌 이리 안일한지,
개탄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속인(俗人)이 감히 출세간(出世間) 도인(道人)을 일깨우고 있음이니,
참으로 남우세스럽다.
허나, 내야 이것으로 그치지만,
그쪽은 사뭇 부끄럽지 않을 손가?
***
얼마 전,
산턱에서 쉬고 있는데,
곁에 앉은 부부가 내게 말한다.
“산 중에 있는 돌탑은 모두 부셔버려야 한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가 물으니,
막무가내로 저것은 환경을 훼손한다고 한다.
기독교 전래 역사를 깃점을 어디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2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땅에 성황당이라는 게 도대체 얼마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겠는가?
길게 올라가자면 역사이전 선사시대부터 면면히 이어온 우리네 전통이 아니겠는가?
설혹 종교가 다르다한들,
어찌 남의 믿음의 대상물을 함부로 부셔버려야 한다고 기염을 토할 수 있단 말인가?
사뭇 흉한 정경이다.
우리가 정작 부셔버려야 할 것은,
타자를 인정하지 못하는 저 강퍅한 마음이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야밤에 단군상 목이 잘리고,
훼불(毁佛)이 자행되고,
마애상(磨崖像)에 십자 주칠(朱漆)이 심심치 않게 가해지고 있음이 아닌가?
이게 태반은 신도를 이끌고 있는 목사 분들의 가르침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 날 산을 내려오면서 생각해 보았음이다.
저들 부부야 그저 신심이 깊은 것을 핑계로,
갈 길을 잃은 가여운 양(羊)이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 참고 글 : ☞ 2008/06/22 - [소요유] - 성황당(城隍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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