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백야백묘(白夜白猫)

소요유 : 2011. 8. 18. 22:36


내가 며칠 전 오밤중에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답답해지더라.
평생 처음 겪는 일이라 비몽사몽 중에 이게 왠일인가 싶었다.
게다가 온통 하얀 기운이 온 사방을 꽉 차오르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나는 창황한 가운데도,
순간 여기 무엇인가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채근하며 눈을 뜨고는 고개를 돌려 문밖을 바라보았다.
문을 닫으면 풀방구리(강아지)가 답답해하기 때문에 나는 문을 열고 잔다.

그러하자니 문밖 사무실 한가운데,
동그라하니 하얀 물체가 떡하니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인다.
정신을 겨우 차려 자세히 쳐다보니,
서서히 물체의 형체가 둥두런히 피어오른다.

그것은 하얀 고양이였다.
저 녀석 역시 나를 마주하며 뻔히 쳐다보며 미동도 하지 않는다.

“너 여기는 왜 또 들어왔니?”

내가 그러면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녀석은 그제서야 움직이며 사무실 문 쪽으로 서서히 물러난다.
그리고는 나가지도 않고 그 앞에 앉아,
고개를 슬쩍 돌려 나를 쳐다보며 이리 말한다.

“잠이나 자지 왜 일어나 그리 수선이냐?”

“네 이 녀석 싱크대 위는 올라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잠깐 멈춰 쉬고.
내가 나타난 까닭이나 곰곰 잘 생각해보라고,
그럼 나는 간다.
일 봐.”

내가 여기 시골에 와서 이웃 강아지는 물론이거니와,
들고양이들도 수시로 먹을 것을 주어왔다.
고양이들은 밭이랑을 타고 여유롭게 다닌다.
올 봄엔 어떤 고양이는 까치 두 마리를 대동하고는 매일 나타나기도 하였다.
게다가 여기 하우스 안도 제집처럼 드나든다.
나는 그냥 무심한 양 내버려두고 활개를 치게 놔두었다.

그러한 것인데,
얼마 전부터 싱크대 위에 올라 발자국을 찍어놓고 엉망으로 만들어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것 치우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은근히 짜증이 나기에 그즈음부터는 벌로 먹이를 주지 않았다.

그러한 것인데,
이 녀석이 하얀 기운을 허공중에 퍼뜨리며,
야밤중에 내 꿈자리까지 치고 들어온 것이다.

먹이를 다시 달라는 것인가?
그럴 양이면,
저와 나의 마지노선인 싱크대만큼은 건드리지 않아야 도리가 아닌가 말이다.

저 녀석은 그것을 통보하려고,
백운(白雲)을 피어 올리며,
밤중에 나를 깨운 것인가?

영묘도 하여라,
어찌 허공중에 제 뜻을 저리 서리서리 뿜어낼 수 있을까나?

나도 역시나,
적당한 때,
다시 먹이 주는 것을 재개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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