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眞善美) ↔ 이친호(利親好)
저는 화투놀이, 카드놀이니 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들은 풍월이건데,
비 내리시는 꾸리꾸리한 날 화투 패 맞추어가며
아슴아슴 저려오는 마음을 달랜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떠난 님 그리며, 자개문갑장 앞에 방석 깔고 이메조 패를 맞춘다든가,
지난 봉평 장날에 밑깐 손해를, 다음 대화, 진부장에서 벌충하기 위해
똥패를 기약하며, 시금털털한 막걸리로 꺼칠한 목구멍을 적시곤 합니다.
이 때 뒤곁 마방에 매어둔 허생원 나귀는 꼬리를 휘저으며
늙고 지친 저녁 이내(嵐氣)를 게워냅니다.
그 날 노란 달은 처마에 내려 메마른 나귀 등을 쓰다듬습니다.
저 역시 오늘 비가 오니 마음이 적적하군요.
해서, 모르는 화투 대신 말 조각을 가지고 놀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진선미란 말의 짝을 한번 맞춰 보고자 합니다.
진선미(眞善美)
진(眞) ↔ 위(僞)
선(善) ↔ 악(惡)
미(美) ↔ 추(醜)
진선미 이게 이리 패짝을 맞추어 꾸려 볼 수 있습니다.
삼천리 방방곡곡 어느 점방에서나 파는 이런 기계 말고
다른 여벌짝도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利) ↔ 해(害)
친(親) ↔ 소(疎)
호(好) ↔ 오(惡)
이것은 제가 私製로 만들어본 벌짝입니다.
어색하지만, 임시로 이를 이친호(利親好)라고 불러봅니다.
진선미(眞善美) ↔ 이친호(利親好)
진위(眞僞) ↔ 이해(利害)
선악(善惡) ↔ 친소(親疎)
미추(美醜) ↔ 호오(好惡)
군자는 진선미의 세계에 거하나,
소인은 이친호의 세계에 엉덩이 걸치고 삶을 꾸려 갑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견금여석(見金如石)이라 할 때,
이는 이해(利害)의 세계를 떠나 의리(義理)의 세계에 뜻을 두어라고 가르치고 있음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이는 이해가 의리보다 더 쉽고, 급하게 우리의 삶을 가로 막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기도 합니다.
공자는 견리사의하면 성인(成人) - 곧 “이룬 자”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이해만 밝히면 아직은 미성년자라고 이를 수 있 수 있겠는지요 ?
오늘 한국 땅에서는 경제가 최고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습니다.
하오면, 한국인은 지금 공자의 이 말 앞에서 모두 미성년자가 되는가요 ?
지역주의라는 것,
이게 친소(親疎)에 따라 편을 갈라 먹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
선악(善惡)이 아니라, 친분에 따라, 연고에 따라, 출신학교에 따라,
부귀귀천에 따라, 남녀에 따라...
편을 갈라 먹자고 하는 것 아닙니까 ?
서프, 미래파, 보나세파 이게 편먹자고 이 짓하는 것입니까 ?
나는 냉면이 좋아,
나는 보라색이 좋아,
나는 땡땡이 무늬가 좋아....
나는 키 작은 남자는 싫어,
나는 짧은 치마는 싫어,
나는 미국이 싫어....
한창 자랄 나이도 훨씬 지난 성인이
사물 앞에 서서
좋다, 나쁘다 이리 好惡의 감정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like ↔ love는 다릅니다.
개를 like하는 사람은 개고기를 먹기도 합니다만,
개를 love하는 사람은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love의 대상은 아름다움입니다.
like의 대상은 기호(嗜好)입니다.
저는 그러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라면 남녀불문, 무정물까지 사랑합니다.
사랑은 좋은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 가을,
아름다운 이를 만나고 싶다.
아니, 아름다운 사람이 먼저 되고 싶다.
아름다운 이 앞에 서서, 우리가 얼굴이 흔히 붉어지는 것은 수줍기 때문만일까?
자신이 미처 아름답지 못한 까닭에 우리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아닐까?
단풍잎은 이런 비밀을 알기에 그리 붉은 것이리라.
하기에 단풍잎은 못내 슬퍼서 아름답다."
like 대상을 언젠가 내가 배반하기는 쉬워도,
love의 대상은 아무리 궁처(窮處)에 이르러도
나를 희생하면서도 지켜내야 할 소중한 것입니다.
역으로, 이 때라야 비로서 우리는 그게 like가 아니라 love인줄 뒤늦게 깨닫기도 합니다.
주변에서 잘 관찰해 보십시오.
좋다, 싫다라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은 조금 경계하여야 합니다.
이게 얼핏 감정 표현이 선명하여, 시원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만,
like의 세계인 이상 언젠가 누군가에게 “배반의 상처”를 남길 우려가 있지 않은가 살펴야 합니다.
아 언젠가 제가 쓴 “배반의 장미(☞ 2008/02/15 - [소요유/묵은 글] - 배반의 장미)”에서 저는 이리 말했지요.
“슬프게도, 배반은 존재의 끝에 나타납니다.”
호오(好惡)는 종국에 깊은 상처를 내고 사라지곤 합니다.
제가 소시적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름다운 여자를 나는 사랑할 테지만,
이쁜 여자는 나의 관심의 的이 아니야 ...”
이리 호기를 부렸던 적이 있습니다. ㅎㅎ
이쁜 여자는 好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란 말이지요.
다 큰 성인은 그래 쉽게, 좋다 나쁘다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 호오를 남발하면 아직 성인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래 저는 어린 친구들에게 이리 가르치곤 합니다.
“네가 어쩔 수 없이 ‘좋다/나쁘다’라는 말을 하고 싶을 땐,
의식적이라도 그 대신 ‘아름답다/추하다’라고 바꾸어 말해보라.”
아름다운 것은 한 때, 추해지더라도
내가 챙겨주고 북돋우어, 일으켜 줄 소중한 것이지만,
좋아하던 것은 어느 순간 싫어질 때,
미련 없이 헤진 걸레짝처럼 버리게 됩니다.
몇 해 호미질을 하다보면 끝이 부러지거나 깨지기도 합니다.
이 때에 이르러 차마 버리지 못하고 추녀 밑, 비 들이치지 않는 곳에
호미를 고이 걸어 모셔둡니다.
우리네 옛날 농부는 이리도 심성이 고았습니다.
지금은 까짓 것 내팽겨쳐 버리고 맙니다.
중국제 지천이라 자주 망가지기도 하지만,
이제는 모아 두었다가 엿도 바꿔 먹을 시절이 아니거든요.
참으로 엿같은 세상입니다.
유씨부인 역시 바늘이 부러지자,
조침문을 지어 그를 조상하며 아파합니다.
이것이 美의 세계입니다.
달면 햝고
쓰면 뱉는
경제(經濟)가 으뜸 가치인 세상은
好의 세계입니다.
( ※
앞 선 글 ☞ 2008/02/16 - [소요유] - 숭례문 애도는 신화가 아니다
여기에서 저는 바로 이런 그림자 한자락을 보았었습니다.
저들 기능 일변도의 마음보들,
감성의 어머니, 그 자애로운 손길을 느껴보지 못한 영혼의 고아들.
심형래의 '디워'에 퍼부어지던 디까들의 열정,
그 백분지일도 못되는 숭례문 애도에 대하여,
저리 차갑게 대하는 그들을 앞서 조상해 보냅니다.
)
한편, 그게 원래부터 진짜 추한 것이라면,
아무리 이해가 구부러지고,
선악이 곤두질 쳐도
추한 것이기에 아름다움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싫어 하던 것일지라도
그게 어느 날, 내 이해(利害)에 복무하고,
내 고장 사람이고, 짧은 치마 입고 교태 부리며 나타나면,
거짓(僞)이고, 악(惡)하며, 추(醜)한 것이라도
이내 나의 좋아 할 목록 맨 앞에 치부(置簿)되기도 합니다.
때문에 저는
진선미(眞善美)는 군자의 세계,
이친호(利親好)는 소인의 세계라 이리 패를 한번 맞추어 본 것입니다.
만약 이명박을 내가 지지하는 것이
내 사적 이해에 복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가 ?
나와 지역 연고가 있기 때문인가 ?
가느다란 눈이 佛眼처럼 자비로와서 인가 ?
(* ref: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img_pg.aspx?cntn_cd=IE000819961
(c) ohmynews.com
'부처 눈'이 나하고 닮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정동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전국여성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작은 눈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사찰에 가면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딱 반을 뜨고 있는 부처의 눈이 나하고 닮았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또는,
그가 진위시비(眞僞是非), 선악(善惡), 미추(美醜)란
체(篩,filter)에 걸러진 알곡이기 때문인가 ?
이명박 뿐이 아니고, 다른 후보들도
이런 이중 domain에 차례로 눕혀
깝데기 벗겨놓고 내리 훑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하기사, 정작은 유권자 자신을 스스로 먼저 눕히는 게 순서겠군요.
다 쓰고 나니,
비는 그치고,
바람이 제법 부는군요.
바람이 일자
낙엽이 계곡 안쪽으로 우우 소리내며 몰려 갑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저리 늘 그 안쪽에 숨겨져 있습니다.
***
댓글 모음
[1/6] qhsktp | IP xx.2x0.10x.xx 작성일 2007년10월19일 19시21분03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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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bongta | IP 2xx.2xx.1xx.xx 작성일 2007년10월19일 21시12분31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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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jjj | IP xx.6x.1xx.x7 작성일 2007년10월21일 10시54분50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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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bongta | IP 2xx.2xx.1xx.xx 작성일 2007년10월22일 14시18분53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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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kkk | IP 5x.1xx.2xx.1xx 작성일 2007년10월22일 22시51분11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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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bongta | IP 20xx.2xx.1xx.xx 작성일 2007년10월23일 20시15분42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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