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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수(頭須)

소요유 : 2008. 2. 21. 16:51


진(晋)의 중이(重耳)는 후에 진문공(晋文公)이 된다.
43세에 나라를 떠나, 책나라로 도망쳤고,
55세에 제나라로 갔으며,
다시 61세 때에는 진(秦)으로 옮겨갔다.
아니, 진(秦)에 앞서서는 초나라에도 머물렀다.

이렇듯 19년간 이리 전전하다가,
중이는 진목공의 후원을 받아,
드디어 진(晋)의 왕이 된다.
이 때가 나이 62세 때다.

왕은 되었으나,
여생, 극예 등의 전왕 세력들이 적지 않아 인심이 안정된 것은 아니다.
그들을 모두 제거하고도 싶었으나,
조쇠는 간했다.
“은혜를 베풀어야지 너무 엄격하게 다루면 인심을 잃습니다.
그저 너그러이 수습하십시오.”

진왕은 조쇠의 말을 좇아 대사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사령이 내렸지만, 저들 일당들은 긴가민가 불안했다.
시중엔 별의 별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진문공 역시 걱정이 되었다.

두수(頭須)란 자가 궁문 앞에 나타나,
“주공을 뵈러 왔습니다.”
수문장에게 말했다.

그 때, 진문공은 목욕 중이었다.
두수가 왔다란 말을 듣고 문공은 대로했다.
망명중 채나라에 있었을 때다.
당시 두수는 중이를 따라다니며 고장(庫藏)을 맡아 보던 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수는 행리(行李)를 챙겨 달아났다.
때문에 중이 일행은 노자가 없어 한동안 유리걸식을 했다.

“천하에 뻔뻔스런 놈이다.
죽지 않으려면 당장 물러가라고 일러라.”

문지기는 진문공의 분부를 두수에게 전했다.
거절을 당한 두수가 문지기에게 말한다.

“주공께서는 지금 목욕을 하시지 않는가요 ?”

“그걸 네가 어찌 아는가 ?”

“대저 목욕을 하려면 머리와 몸을 굽혀야 하오.
그러기에 마음도 자연 엎어지기 마련이오.
마음이 엎어지면 그 말하는 것도 두서가 없오.
그러니 주공이 저를 만나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오.
두수는 진을 안정시킬 계책이 있어서 온 것이오.
그러나 주공이 끝내 두수를 만나지 않으시겠다면,
나는 달아나는 수밖에 없소.”

이를 전해 들은 문공은

“내가 잘못했구나.

그를 데리고 들어오너라.”

두수가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한다.

“주공께서는 저들 여생, 극예 무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십니까 ?”

“참 많다더구나.”

“그들은 자기들 죄가 무겁다는 것을 압니다.
비록 용서를 받았건만, 내심으로는 여러 가지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공께서는 마땅히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방도를 생각하십시오.”

“어떻게 하여야만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겠느뇨 ?”

“지난 날 신이 재물을 훔쳐 가지고 달아났기 때문에
주공은 고생을 많이 하셨습니다.
이 나라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주공이 외출하실 때,
신으로 하여금 수레를 몰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
그러면 백성들은 신이 주공의 수례를 모는 것을 보기도 하고,
소문을 들을 것입니다.
그들은 주공이 지난 날의 잘못을 두고 감정을 품지 않고
모두 용서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러면 누구나 의심을 풀어버리지 않겠습니까 ?”

“네 말이 옳다.”

주공은 곧 차비를 차리라 일렀다.
그 날 진문공은 수레를 타고 성을 한바퀴 돌았다.
진문공이 탄 수레를 모는 어자(御者)가 두수였음은 물론이다.

여생과 극예의 잔당들이 이를 보고 수근거렸다.

“지난 날 주공의 재물을 훔쳐 가지고 달아난 바로 그 두수가 아닌가 ?
주공은 저런 놈도 다 불러 쓰는구나.”

그후부터 여러 유언비어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진문공은 두수에게 궁중 고장(庫藏)을 맡아보게 했다.
진문공은 이렇듯 모든 사람을 용납했다.
이에 진나라는 차츰 안정됐다.

진문공의 금도도 보통 넓은 게 아니나,
죄를 짓고 다시 진문공 앞에 선 두수란 위인의 배짱도 제법 두텁다.

이 글은 앞 선 글 '옹치'와 엇비슷하다.
☞ 2008/02/11 - [소요유/묵은 글] - 옹치(擁齒)
혹은 후에 붙인 '곽외'도 아울러 참고할 만하다.
☞ 2008/08/10 - [소요유] - 곽외(郭隗)

시기적으로 두수의 이야기가 앞서니,
장량이 한고조에게 헌책한 것은
혹 이를 참고한 것을 아닐까 싶다.

※ 아울러 이 글의 후기를 남겨둔다.
☞ 2008/02/21 - [소요유] - 두수(頭須) -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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