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컴퓨터 고장

소요유 : 2013. 3. 27. 12:31


느닷없이 컴퓨터가 작동이 되지 않는다.
지난겨울 집에 있는 것도 고장이 나서 고쳤음인데,
며칠 전엔 농장 것마저 고장이 났다.

CPU는 컴퓨터 내에서 가장 부하가 많이 걸린다.
때문에 열이 극심하니 많이 발생한다.
예전에 그저 케이스 한켠에 구멍을 뚫고 Fan을 두는 정도였지만,
요즘엔 발열을 감당할 수 없어 CPU 정수리에다 쿨러를 아예 뒤집어 씌어둔다.
그만큼 쥐어짜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소리이다.
마치 닭, 돼지 등속을 빽빽하니 우리에 가둬,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저들을 옭아매기 바쁜 축산업자와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이것을 볼 때마다 용수가 생각나서 서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죄인의 얼굴을 가리려고 싸리 따위로 만든 긴 통을 용수라고 하는데,
마치 오랏줄에 엮인 채, 천년 바람통에 시달리는 죄수가 생각이 나는 것이다.

쿨러의 배기 팬이 고장이 나니 CPU가 열이 나서 파괴되고 말았다.
내 평생 컴퓨터를 많이 다뤄보았지만 쿨러 팬이 고장이 난 경우는 처음 겪는다.
이 사품에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니 자연 손에 책이 들린다.
여기 시골에선 노동을 핑계로 피곤하다며 책을 등한히 한 셈인데,
이게 다 실없는 소리인 것이,
그동안 인터넷에 어지간히 묶여 있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내가 TV 시청을 끊은 지 십수삼년이 지나자,
이젠 어쩌다 TV를 보면 너무 싱겁고 천편일률적이라 바로 식상을 하고 만다.
그러다가는 속이 메스꺼워지고 끝내는 화가 나기도 한다.
저 따위로 인민들의 마음을 홀리고 꾀고 있다니,
게다가 저 싸구려 저질 선동에 넘어가고들 있지 않은가 하는 감상이 밀물처럼 인다.
하지만 집사람 앞에서는 말을 아낀다.
한참 저것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 이들에겐 내 증언이 아무런 가치가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도 한 줌 저녁 밥은 얻어 먹어야 살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젠 인터넷에 주박(呪縛)이 되어,
매양 시간을 축내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이런 의구심이 들자, 
고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부러 며칠 늑장을 부려보았다.

과연 그 동안 내 평생 과제에 집중하여 진척이 좀 있었고,
잡사를 벗어나 마음이 한결 가지런해진 느낌이다.

앞으론 인터넷 이용 시간을 사뭇 줄여볼 계획이다.
불요불급한 일에 집중하고 차츰 한가로운 잡사를 덜고 깎아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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