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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

소요유 : 2016. 2. 22. 21:24


내가 어제 동영상 하나를 보았는데,

거기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를 들어 세태를 풍자하더라.


우선 이 글의 출처를 살펴본다.

이 글은 여러 곳에서 나오지만, 사기(史記)를 기준으로 알아본다.


始皇巡北邊,從上郡入。燕人盧生使入海還,以鬼神事,因奏錄圖書,曰「亡秦者胡也」。始皇乃使將軍蒙恬發兵三十萬人北擊胡,略取河南地。

(史記)


“진시황이 북방 국경 지역을 순시하고, 상군 땅을 지나 돌아왔다.

연나라 사람 노생을 바닷가로부터 돌아오도록 하였다.

귀신에 관한 일을 보고하고, 참서(讖書)를 올렸다.

그 참서에 이르되,


‘진나라를 망하게 할 자는 호(胡, 오랑캐)니라.’


진시황은 이내 장군 몽염으로 하여금 병사 30만으로 오랑캐를 치게 하였다.

하남 땅을 취하였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후,

방사(方士), 술사(術士)를 동원하여 불로장생약을 구하게 하였다.

또한 변경을 자주 순시하여, 무력시위를 하며 망국지사들의 준동을 막았다.

사기는 바로 이런 시국 환경 하에 한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노생 역시 방사이다.

그가 돌아와 참위서 하나를 바쳤는데,

거기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란 글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 진시황이 몽염으로 하여금 오랑캐를 치게 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오랑캐는 흉노(匈奴)를 말하는데,

이들은 북쪽에 살면서 중원(中原) 땅을 수시로 침입해 약탈을 일삼았다.

진나라가 통일한 후, 흉노는 커다란 위해 세력이었다.

진시황은 기원전 218년 몽염을 파견하여 30만 대군으로 흉노를 친다.

기원전 215년엔 황하 이남 지역을 수복하고,

기원전 213년엔 과거 진(秦), 조(趙), 연(燕) 삼국을 잇는 만리장성을 수축(修築)한다.

이로써 흉노의 침입을 막는데 일정분 효과를 보기는 하였지만,

만리장성을 쌓느라  수많은 백성들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참위서라는 것이 모두 그러하듯이,

글자가 중의적(重意的)으로 쓰이는 것이 예사다.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의 호(胡)는 거죽으론 오랑캐를 가리키지만,

기실은 진나라 이세(二世) 황제인 호해(胡亥) 가리킨다는 것이다.


호해는 진시황의 18 자식 중 막내 황자라 원래 황제가 될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고(趙高), 이사(李斯)의 방조 하에, 맏인 부소(扶蘇)가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는 가장 다루기 쉬운 호해를 황제로 올린 것이다.

그후, 조고가 실권을 쥐고는 제 마음대로 폭압 정치를 편 결과,

각지에 농민 봉기가 일어난다.

지록위마(持鹿爲馬) 고사의 주인공이 바로 이 조고이다.

나중에 조고는 호해도 핍박하여 자살에 이르도록 몰아넣는다.

실제 진나라는 삼세(三世)인 자영(子嬰) 때 망한다.


하여간에 호(胡)와 호해(胡亥)는 밖(外)과 안(內)처럼 정반대이다.

하니까, 어떤 일을 두고 탓할 때,

그게 원인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인즉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흔히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를 두고는,

진나라가 망하는 것은 오랑캐 때문이 아니고 호해 때문이다.

이리 말을 내던지고는 무작정 호해를 탓한다.


그런데 따지고 들자면 정작은 호해(胡亥)가 아니라 조고(趙高)를 탓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환관(宦官) 조고를 곁에 두고 부린 이는 진시황이니,

다시 책임을 묻자면 호해가 아니라 눈 밝지 못한 진시황에게서 구하여야 할 것이다.

기실 이용만 당한 어린 호해는 불쌍한 존재이다.

이러함인데 망국의 원흉으로 지탄을 받아야 하니 지하에서도 억울할 것이다.


도참서의 말이 중의적(重意的)이라 하였는데,

기실 도참서란 책이 먼저가 아니라 뜻이 먼저인 것을 알아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하늘에서 참위서가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예언의 형식을 빌어, 

모략을 기획하는 사람의 뜻, 의도가 먼저 있었단 말이다.

무엇인가를 도모하기 위해,

사람들은 동요(童謠)를 만들고, 참위서를 짓는다.

(※ 참고 글 : ☞ 2016/02/11 - [소요유] - 요언(謠言))


흔히 사람들은 이를 거꾸로 뒤집어,

스스로 참위서에 복속하곤 한다.

자신은 복속되지 않는다 하는 이들도,

참위서의 글귀를 가지고 좌로 말하고, 우로 말하며 왈가불가한다.

이는 참위서에 아직 묶이고 있는 증좌라 하겠다.


참위서를 만든 자는 이를 근거로 하여,

거꾸로 사람들을 속이고, 제 뜻에 부역시키고, 동원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핫바지저고리가 되어 이 장단에 기꺼이 춤을 춘다.


이리 볼 때,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는 이 말을 퍼뜨린 자의 고의성에 십분 유의하여야 하고,

그 의도가 무엇인가를 잘 살펴야 한다.

여기 이 말은 본디 진시황이 오랑캐를 치고, 만리장성을 쌓기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한,

기획의 하나일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호해로 책임을 돌리는 말은 후대 호사가들이 짐짓 지어낸 말에 불과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도참서(圖讖書)의 중의성(重意性)은 자못 재미롭다.

불확정적 예정 사실을 넘어, 때론 모호(模糊)함에 숨어 들기도 하는,

참위(讖緯)의 본령은 발의자(發意者)의 기도(企圖)가,

얼마나 현실에서 먹히고, 실현이 되는가에 있다.

하지만, 이를 밥상처럼 받아 두고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의적(恣意的)인 해석을 가하고,

이에 기대어 현실을 각색하고, 미래를 전망하길 의욕한다.


내가 어제 본 동영상 속엔 군사전문가가 나와,

북핵사태 그리고 개성공단 폐쇄 사건, 샤드 배치를 두고 저리 말하고 있다.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

즉 저마다 핑계를 대고 있음이나, 

저것은 핑계를 대며, 문제를 생산하고 있는 원 제공자는 바로 발화자(發話者)란 이야기다.

그가 곧 호해(胡亥)란 이야기다.

그러니까 오랑캐는 북한이나 미국이 아니고,

정작은 현 정책 당국자란 말이다. 


그러한데 과연 이러고 말아도 되는가?

이 주장을 믿건 아니건 간에 말이다.

개중엔 망진자호야(亡秦者胡也)!

이리 그럴싸한 말을 뱉어내면 한결 기분이라도 풀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뿐인가?

그 책임이 어찌 정책 당국자에게만 있단 말인가?

오늘날,

정권은 선거를 통해 창출된다.

그러하다면 오랑캐는 정작은 위정자가 아니라 시민이라 일러야 하지 않겠음인가?


오늘을 살며,

때로 오랑캐가 되기로 한다.

내 과오가 무엇인가 묻기로는 이만한 방법보다 나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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