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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

소요유 : 2018. 12. 3. 10:42


패거리


패거리처럼, 야릇하고, 고약한 것이 또 있을까?


큰 일을 일으킬 때, 

사람들은 가치, 이념에 따라 무리를 짓고, 

힘을 한데 모으며, 적과 대립한다.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런 모임은 더욱 격려와 지지를 받곤 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지는 더욱 불 타오르고,

다짐은 굳건해진다. 


패거리를 통해, 가치에 대한 의식을 공유한다.

거기 그 자리엔, 

이념에 대한 푸른 신념이 넘치며,

함께하는 이들 간 붉은 동지애가 절절 흐른다.

하지만, 밖으로는,

이에 못지 않은 강도로 강한 배타성과 적개심을 일으키며,

상대에 대항한다.


하지만, 적이 무너진 후 어떻게 될까?

이제 패거리는 해체되고 말 것인가?


불행하게도,

인류사를 통틀어 그리 했다는 것을 발견하긴 쉽지 않다.

이제 쟁취한 전리품(戰利品)을 두고,

그 동안 흘린 피의 보상을 두고 내적 갈등과 투쟁이 벌어지는 것은,

거의 정해진 일이다.

구성원간 공적(功績) 다툼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수뇌부와 구성원 간의 갈등도 그에 못지 않게 팽팽한 긴장을 이룬다.


수뇌부의 책임과 현명한 처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소이가 이에 있다.

이를 제대로 하기는커녕, 

곧잘 나 몰라 내버려 두고, 

산천 경개 따라 돌며, 

외유나 즐기는 용렬한 자가 되곤 한다.


내, 이 때 문득 다음 고사가 떠오른다.

무릇 권력을 쥔 자로써, 

이를 어찌 모르고도,

천하를 경영할 수 있으랴?


(※ 참고 글 : ☞ 두수(頭須)

                    ☞ 옹치(擁齒)

                    ☞ 곽외(郭隗)

                    ☞ 두수(頭須) - 후기))


때문에, 이 이치를 잘 아는 이는,

이에 이르러 스스로 물러난다.

이는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장량, 범려, 개자추과 같은 몇몇 인사가,

밤하늘의 한 줌 별처럼 명멸하며 역사에 향기를 더하고 있을 뿐이다.

내 소싯적부터 이들을 사모하여,

언제나 마음의 사표(師表)로 삼고 있다.


이들에 대하여는 내가 간간히 여기 블로그에 소개를 하였으나,

이 중 한 분 개자추를 다시 링크로 끌어둔다.

(※ 참고 글 : ☞ 개자추(介子推)를 생각한다.)


나는 오늘 문가 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악 난맥상을 보고,

패거리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고 있는 것이다.


촛불 탄핵 정국 당시, 미적미적 거리며 사태를 관망하기 바빴던 그들.

전략적 선택이 뭐니 하며, 양손에 떡을 쥐고 망설이던 저 비겁한 무리들.

마침내 촛불 시민이 승리하자,

일거에 전면에 나서며, 공을 가로채간 저들.

얼떨결에 대권까지 가져간 패거리들.


뒤늦게 나타나,

적폐청산을 부르짓고,

촛불 정신을 이어 받은 정권이라,

양 손 모아 깔데기 만들어 선전하던 저들.


이젠 승냥이 떼가 되어,

앞에 너브러진 사냥감 고기를 두고 이빨을 드러내놓고,

서로 쌈박질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 특검반원들은 근무시간에 골프 즐기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마음껏 권력을 탐했다.


사태가 이리 돌아가는데도,

골찬이는 20년 집권설을 시도 때도 없이 주창했다.


일 잘하고 있는 이재명을,

집단 다구리로 명줄을 끊고자,

모든 이들이 승냥이 떼가 되었다.


김진표, 정청래, 표창원, 안민석 ...

이들은 기꺼이 문가 패거리의 전위(前衛)가 되길 자청하고 있다.

이들 면면을 잘 살펴보면,

모두 세칭 친노, 친문 주류가 아니다.


비주류는 주류 패거리 안에 진입하지 않으면,

일신의 안녕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하여, 누구보다 앞장 서서,

패거리의 안위를 보위하고,

사납게 사냥감을 물어 뜯는 모습을,

저들에게 시위하여야 하는 것이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라는 속담에서,

시누이의 곁질이 얄밉다는 뜻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때론 실력자 시어미보다, 시누이가 더 사납고, 매서운 것이다.

대저 2인자는 이로써, 

1인자의 눈을 사로잡고, 귀여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거리 이는 실로 강하지만,

또한 비릿하니 더럽기도 한 것이다.


陳司敗問昭公知禮乎?孔子曰:「知禮。」孔子退,揖巫馬期而進之,曰:「吾聞君子不黨,君子亦黨乎?君取於吳為同姓,謂之吳孟子。君而知禮,孰不知禮?」巫馬期以告。子曰:「丘也幸,苟有過,人必知之。」

(述而)


“진나라의 사패가 


‘노나라의 소공은 예를 알았는가?’라고 물었다.


공자가 답하였다.


‘예를 압니다.’


공자가 물러가자, (사패가) 읍하고 무마기에 읍하고 나오도록 하여 물었다.


‘내 듣건데 군자는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 하였는데,

군자도 역시나 패거리를 짓는가?


소공은 오나라에 장가 들었는데, 

동성(姬)이므로 오맹자(吳孟子)라 불렀다.

이런 군주가 예법을 안다고 한다면, 그 누가 예법을 알지 못하겠는가?’


무마기가 이를 고하자,

공자가 말씀하셨다.


‘나로서는 다행스럽구나.

진실로 나에게 잘못이 있다면,

사람들은 내 잘못을 알겠구나.’”


君子不黨


그런즉, 군자는 패거리를 짓지 않는다.

일시 패를 짓는다한들,

이는 일의 성사를 위함이지,

제 사적 이해에 기반한다든가,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헌즉,

재삼 확인하거니와,

결코 나는 이빠가 아니다.

되려 하여도 될 수 없고,

그럴 마음이 도대체가 마음 한 켠일지라도 괴이지 않는 이다.


다만,

그릇 되고,

삿된 일에,

분노하고 슬퍼할 따름이다.


(※ 참고 글 : ☞ 나는 이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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