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그리고 또 한 번의 유전(流轉)
얼마 전 고물할아버지집으로 들어온 강아지가 새 주인을 만났다.
(※ 참고 글 : ☞ 2009/07/05 - [소요유] - 북두갈고리)
나중에 들은 얘기를 취합하면 다음과 같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아파트에 낯선 개가 들어와,
경비 아저씨들이 이를 잡으려다 두 사람이나 손을 물렸다 한다.
경비 아저씨들은 이를 잡아 부대자루에 넣고는,
방송을 하여 주인을 찾았으나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엉뚱하게도 이 강아지를 입양하겠다고 한 아주머니가 나섰다 한다.
그러다 나중에 강아지가 고물할아버지 강아지임이 밝혀졌고,
이 아주머니가 가져가겠다고 하니,
고물할아버지는 어서 가져가라고 하였던 모양이다.
고물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대가도 받지 않고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어지간히 이 녀석 때문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데려온 지 달 반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종일 짖어 대니,
집 안에 있는 사람이 견딜 재간이 없었으리라.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 아주머니가 데려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강아지가 풀려 집 밖으로 뛰쳐나오게 된 것에는,
모종의 석연치 않은 사연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미확인 사항이니 덮어두기로 한다.
하여간 밖으로 뛰쳐나온 결과 새 주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 녀석에겐 일단은 다행스런 노릇이라 하겠다.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못한 곳은 있을 수 없을 테니까,
녀석의 외출은 과부 엎어진 곳이 마침 가지밭이라고,
예기치 않은 노릇이로되, 제대로 알과녁을 맞춘 셈이다.
워낙 성질이 까다로운 강아지라,
또 한 번의 유전(流轉)이 걱정되어,
내가 나서서 아주머니에게 몇 가지 주의 겸 단속을 하였다.
3일이 지나도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단은 그 녀석의 성공적인 안착을 조심스레 믿어본다.
하지만, 새 주인이 이전에 기르던 강아지를 방출한 경험이 있고,
하루 전 손주가 강아지를 잃어 버렸는데 그 강아지를 채 찾지도 않고는,
바로 새 강아지를 들이는 등 몇몇 의심스런 점이 마음에 걸린다.
게다가 자신이 기를지 손주네 집으로 보낼지도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다고 하니,
여러 모로 미덥지 못하다.
그렇다한들 어찌 고물할아버지 집에 있는 것에 비하랴,
이리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이나마 천행이라 할 것이다.
나로서는 여러 모로 미안하고 안쓰러운 노릇이나,
녀석의 안전과 행운을 비는 것으로,
이리 인연을 떠나보낼 뿐인 것을.
'소요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대중 (0) | 2009.08.18 |
---|---|
물의 여신 (0) | 2009.08.18 |
독신(瀆神) (3) | 2009.08.18 |
백락지일고(伯樂之一顧) (0) | 2009.08.14 |
빈모려황(牝牡驪黃) (0) | 2009.08.14 |
별명과 시참(詩讖) (6) | 2009.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