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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

소요유 : 2009. 8. 21. 16:06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이다.
부산에서 여고생 하나가 과자 7000원 어치를 훔쳤다 한다.
상대 마트 측에선 100배를 변상하기를 요구했고,
결국 조정 끝에 50만원을 변상하기로 하고 최종 타협했다.
하지만, 여고생 측이 끝내 변상을 하지 않자,
마트측은 여고생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러자, 여고생 측은 마트 측을 다시 공갈미수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다.

☞ 여고생 과자절도에 마트 "100배 변상해라"

변상 합의라는 것 자체가 계약행위인데,
이 계약을 깬 것 역시 계약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다만 계약 당시 상대방이 공갈(恐喝) 등의 방법으로 불법적인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 하였다면,
당연 처벌의 대상이 되며, 그런 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법률 문외한이지만,
위의 경우는 100배 또는 조정 후 70배(50만원)가 과연 합당한가 하는 점과,
조정 협상 당시 고소를 빙자하여 상대를 궁박(窮迫)하여 공갈하였는가 하는 점이,
중요 초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때 그 궁박 또는 겁박이 갈취를 목적으로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가해졌는가 하는 점이,
공갈죄 성립을 가르는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마트 측 입장에서는 변상을 받는 것이 정당한 권리행사이긴 하나,
이 실행을 위해 동원한 수단이 사회적 통념을 과도하게 넘었다면,
절도죄와 상관없이 새로 공갈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정도가 내가 상식선에서 판단하는 한계인데,
실제는 법리도 법리지만 판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따라,
비교적 간단하게 미리 그 결말을 짐작할 수 있겠다.
이는 그 쪽 전문가에게 맡기자.

다만 이 글을 특별히 내가 새기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 전 이와 유사한 사례를 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내가 아는 어느 분의 점포에 취객이 들어와 옷을 훔쳤다 한다.
다행이 다른 고객이 이를 발견하고 일러 주어 사태를 알아차렸고,
이에 그 취객들의 신원도 확보했고, CCTV의 기록도 확인이 되었다.
현장을 목격한 고객은 자신이 증인이 되겠다고 자청하고는,
절도범들에게 고액을 받아내라고 하였다 한다.

이런 정황을 듣고 있던 나는 아래와 같은 취지로 조언했다.

“절도범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내가 코멘트 할 것이 없다.
다만 변상 액을 이쪽에서 요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잘못 하다가는 되치기를 당한다.
이쪽에서 상대에게 요구하는 형식을 밟게 되면,
상대가 악인일 경우, 나중에 공연한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원한다면 상대가 이쪽에게 제시하는 식으로 자연 유도되어야 한다.”

정답이 어디에 있겠는가?
천인천색, 만인만색인 것이라,
절도범을 그냥 놔줄 수도 있겠고,
훔쳐간만큼 배상을 받고 용서해 줄 수도 있겠고,
위 여고생의 경우처럼 기 십 배, 기 백 배로 응징할 수도 있겠고,
그것은 전적으로 주인 마음에 따를 뿐인 것을.

다만, 변상을 기화로 과도하게 잘못 대응하다가는 자칫 화를 당하고 만다.
선불 맞은 멧돼지가 포수를 향해 달려들면 막감당인 것을 아지 못하면 아니 된다.
하기에 포수는 쏘아야 할 상대에게만 화승줄에 불을 놓으며,
상대를 거꾸러뜨릴 자신이 없으면 피하는 것임이랴.
이를 우리는 일러 명포수라 칭한다.

이게 감당할 노릇이 아니라면, 푸줏간에 가서 고기를 사다 먹거나,
아니면 아예 고기를 입에 넣지 않으면 될 일인 것을.

나 어린 여고생이야 철이 없어 그렇다하지만,
모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멀쩡한 것들이,
제 아무리 술을 먹었다한들,
남의 물건을 훔치다니 참으로 딱한 위인들이고뇨.

저 치들이 나한테 걸렸다면,
고소 여부, 변상 고하간에,
아마도 명줄이 정월 대보름에 날리던 연줄처럼 골백번 허공중에 풀렸다 조여졌다 하였으리라.

술 먹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기엔 죄질이 영 나쁘다.
여럿이 한데 어울려 들어와서는,
한두 개도 아니고 가방 속에다 백여만 원이 넘게 옷가지를 연신 쑤셔 박아 넣었다니,
저 치들이 필경은 시멘트 아끼다가 와우아파트 허물리고,
철근 아끼다가 성수대교 붕괴시킨 그 장본인들 간인(慳人), 간린귀(慳吝鬼)의 후예가 아니런가?

제 것은 아끼고 남의 것은 탐하여 빼앗는 저것들이,
이제 온전한 산하를 유린하는 심히 의심쩍은 사업에 첨병(尖兵)으로 흘러들고 있음이 아니런가?
게다가 멀쩡한 우리 동네 보도블록을 간다고 여름 내내 설치더니만,
엇그제라서야 겨우 끝냈다.
(※ 참고 글 : ☞ 2009/08/10 - [소요유] - 뽀얀 속살, 그저 미안하다.)

이쯤이라면,
저 절도범들은 간린귀가 아니라 차라리 간인(奸人)이라고 불러야 옳으리라.
(※ 건실한 건설인들은 당연 此限에 不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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