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써서 꽃을 재배하나 꽃은 피지 않는다.
내가 어제 시골 농원에 갔다가,
잠시 시내로 일을 보러 나오는 중이었다.
차도(車道) 양편에 죽 차량이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다.
수십 년 전에는 지나는 차량조차 찾기 어려웠는데,
이젠 집집이 차가 늘어 공도(公道)까지 침탈할 정도인 것이다.
시골이라 땅을 구하기 쉬울 터인데,
제 집 마당은 내버려 두고,
공도에다 제 차량을 주차하며 살아들 가는 것이다.
특히 전곡중학교 근방은 차가 지나기도 어려울 정도로,
주민 차량이 좌우 쌍열로 빼곡히 차 있다.
앞에 트랙터가 가고 있다.
헌데 뒤꽁무니에 보습을 달고 있는 게 보인다.
좌우로 넓게 펼친 가로 횡대에 보습 여러 개가 달려 있다.
뒤에서 보니, 좁은 중앙 차로를 가기엔 어림도 없어 보였다.
헌데, 트랙터가 그냥 그 좌우로 주차된 차량을 피해 한 가운데로 들어간다.
바로 맨 앞에 주차해놓은 차를 치고 나아간다.
내가 뒤를 따르다 경적을 울렸다.
그제서야 트랙터 기사는 깨닫고는 횡대를 줄여 제 품에 끌어넣는다.
이 자가 그러고는 그냥 줄행랑을 놓는다.
내가 차에서 내려 피해 차량을 살피니,
논흙을 뒤집어쓰고 옆이 죽 긁혀 있더라.
앞 유리 안을 살피니 아무리 찾아도 연락처가 없다.
내 살면서 사건, 사고 현장에 임장(臨場)하면,
가급적 혹 도울 일이 없는가 살피곤 한다.
이번에도 저 피해차량 차주에게 상황을 빨리 알려주려 하였음인데,
연락처가 없으니 그저 서성거리다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내가 사는 서울 동네에도 항상 길 변에 주차를 하는 차량 하나가 있다.
이 자의 차량엔 연락처가 게시되어 있지 않다.
이자는 늘 주차 할 곳이 없어 동네 골목을 찾아다니며,
여기저기 동냥 주차를 하는 처지인데,
어이 하여 연락처를 적어 두지 않는가?
현대를 살아가며,
그것도 도시나 읍내의 복잡한 곳에 산다면,
도리 없이 길가에 세우거나, 불법 주정차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할 때는 연락처를 남겨 최소한의 염치를 차리는 게 도리가 아니겠는가?
만약 이를 모르거나,
알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뻔뻔한 인사이겠는가?
저 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래 나는 재빠르게 저자의 관상을 훑는다.
관상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든 버릇이다.
모든 중생은 관상이 썩 좋지 않다.
기실 나부터 그리 좋은 관상이 아니다.
그래 평소엔 어느 얼굴이든 무심하니 지난다.
아직 공부가 설익어 관상이라는 것이 그리 잘 들어맞지도 않지만,
그 얼굴에 묶인 운명론적 논리에 과도한 관심을 기우리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다.
다만 말씀 그 자체의 문향(文香), 그 이는 흥취를 즐긴다.
헌데 이리 특별한 경우엔 좋은 공부 자료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와 재미가 있다.
해서 가끔은 이리 현장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공부를 하게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 차량에 연락처를 하나 남겨 두지 않고,
주차를 하고 떠나면서도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음인가?
난, 연락처를 남겨두지 않는 사람은 불한당으로 본다.
트랙터에게 피해를 입은 저 차량도,
내가 우정 생심을 내어 도와주려 하였음이나,
연락처를 남겨 두지 않아 뜻하지 않은 손해를 입게 되었지 않은가 말이다.
心存正念
마음이 바르면,
處處逢貴人
처처에서 귀인을 만날 수 있음이다.
하지만, 마음이 흉하면,
설혹 귀인을 만나도,
축객(逐客)하듯 제 복을 쫓아내고 만다.
헌데, 내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혹 이 말을 듣고서는 귀인을 만나기 위해 마음을 바르게 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失之毫釐 謬以千里임이라,
처음, 조그마한 차이인 양 싶지만, 천리를 어긋나리라.
“有心栽花花不開,無心插柳柳成蔭”
“마음을 써서 꽃을 재배하나 꽃은 피지 않는다.
허나 무심하니 버들을 꺾어 심었으되 버들은 잘 자라 그늘을 이를 정도로 잘 자라다.”
여기서 有心과 無心은 대귀를 이룬다.
아울러 栽와 插 역시 서로를 對하고 있다.
栽는 인간이 有心으로 식물을 대하는 것이요,
插은 그저 無心히 식물을 땅에 꽂으며 첫 출발만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러하였던 것인데,
不開,成蔭
이리 양 극단으로 나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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