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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

소요유 : 2017. 8. 14. 20:34


비닐하우스 안에 묘목들이 자라고 있다.

이것 물 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린다.

처음엔 천장에 스프레이를 달아 자동으로 급수하였으나,

요즘엔 급수 라인 다 잘라버리고 직접 살수를 하고 있다.


몇 번 겪은 일이로되,

물을 주다 보면 포트 사이로 재빠르게 도망을 가는 검은 물체를 만나곤 한다.

땅을 기듯 달아나는데, 필경은 어린 쥐새끼일 것이다.

나는 그냥 무심히 지나친다.

내가 편히 쉬고 있는 녀석에게,

물을 뿌려 놀라게 한 격인데,

뭣이 그리 잘났다고,

씩씩 쫓아가며 나무랄 일도 아니다.

녀석은 그저 제 갈 길을 무사히 가고,

나는 나대로 내 길을 갈 뿐인 것을.


나는 소설가 김주영을 좋아한다.

아마 이이가 쓴 소설은 거지반 다 읽었을 것이다.

이 분은 바탕이 땅 속 밑으로 뿌리 깊이 내려 박혀 있다.

거죽으로 얄팍하니 시속에 영합하는 이와는 격국(格局) 자체가 다르다.


더하여 홍명희의 임꺽정, 그리고 황석영의 장길산.

이 두 대작을 나는 사랑한다.

우리네 삶의 아픈 내력을 밑바닥까지 훑어내길,

이리 곡진(曲盡)하니 읊어댈 수 있을까나?

저들은 과히 신필(神筆)에 가깝다.

다만, 황석영은 말년에 그 행보가 미심쩍었으니,

나는 그에 대한 신뢰를 닷 되 가웃 뒤로 물려 깎았다.


내가 TV를 보지 않은지 수십 년이라,

장길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는지 이제껏 모르고 있었다.

어제 동영상으로 만나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침 김에 연속으로 감상하고 있다.





(출처 : youtube)


극 중 등장하는 두 여배우,

한고은, 양미라

이 분들의 관상이 사뭇 인상적이라 공부가 크게 되고 있다.


거기 간상(奸商) 신복동을 징치(懲治)하는 격문(檄文)이 나부낀다.

그 글에 적힌 것이 새삼 나를 일깨운다.


‘쥐새끼’라.

내 밭에서 만난 생쥐도 살펴 놔주고,

겨울 땅 밑에 길을 사방으로 내놓고 살아가는 것도 알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바로 내 살림 방 옆이지만 그들을 해치지 않았다.


허나, 인간 쥐새끼는 결코 용서할 수가 없구나.

장길산이 의기를 내뿜던 조선시대에도 신복동같은 악한이 있었듯이,

대명천지(大明天地) 우리가 사는 현세에도,

이런 악질 인간 쥐새끼가 있다.


나는 자연계에 사는 쥐에겐 별반 유감이 없다.

블루베리를 축내는 새들에게도 화를 내지 않는다.

내가 조류퇴치기를 만들고, 연일 이들을 쫓아내려 고심을 하지만,

저들을 한 번도 직접적으로 해친 적이 없다.


얼마 전 수돗물을 트니 황토물이 나온다.

당국에 알아보니 인근에 공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마침 쌀을 씻던 차라, 새 물이 나올 때가 되면 이미 한참 불어터지고 말 터다.

성분을 모르니 이것으로 밥을 지을 수 없다.

하여 이것을 저들 새들 먹이로 밭 한 켠에다 그릇에 담아 제공하였다.


하지만, 

인간 쥐새끼만큼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쥐새끼보다 못한 그 인간 쥐새끼를 엄히 지켜보노라.

우리사회의 건전성의 척도는,

이런 자를 제대로 징치(懲治)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나는 문재인 정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재인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선한 만큼 악인에게도 제대로 분노할 줄 알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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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유 : 2017. 8. 14. 2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