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필시 난이 일어나고 말리.

소요유 : 2014. 7. 9. 13:20


내가 전곡 시내 어느 대기업에서 운용하는 마트에 들렸는데 문제 하나가 생겼다.
그 자초지종은 다소 구지레한 것인 바 생략 한다.
다만 그 가운데 토막 친 이야기 하나를 중심으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내가 일이 하나 생겨 거기 직원 하나를 상대하는데,
이 자의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
하여 책임자를 찾았다.
그러자 지점장이 나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많은 직원 가운데,
정규직원은 단 4명뿐이란다.
이 문제의 직원은 정규 직원이다.

자본 권력이란,
이리도 술수가 교묘하니 놀랍구나.
이 거대한 조직을 단 4명의 직원만으로 돌리고 있음이다.

대저 그물을 거두려면,
그물코 하나 하나를 모두 추수릴 일이 아니다.
다만 벼리를 잡아 당기면 그 뿐이다.

用民有紀有綱,壹引其紀,萬目皆起,壹引其綱,萬目皆張。

백성을 씀엔 그물의 벼리와 같은 것이 있다.
그물 벼리 하나를 당기면 만개의 그물코가 달려 오고,
늦추면 만개의 그물코가 벌려진다.

위정자는 상벌이란 그물로써 백성을 다스린다.
이젠 일개 상인도 이 수법을 다 안다.
게다가 요즘 수법들은 더욱 독랄해졌다.
직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눠 다루니,
그 벼리 조정술이 더욱 정교해졌다.
자본의 그물에 갇힌 요즘 비정규직 사람들은 모두 그물에 든 물고기 신세인 게라.

지점장은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만 직원이 잘못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직원으로 하여금 내게 사과하라 일러라 하였다.

지점장은 직원이 있는 곳으로 가서 한참 말을 주고받더니만 내게 데리고 왔다.
그런데 내 앞에 선 직원은 사과는 하지 않고 실실거리며 웃음을 날린다.
이자가 아직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고나.

치자다소(癡者多少)라,
어리석은 이는 웃음이 많다 하였다.

이 말은 무엇인고 하니,
문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혹은 설혹 파악을 하였다손 치더라도,
그에 기초하여 어찌 대처하고, 어찌 행하여야 하는지를 모를 때,
웃음으로 땜질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인지(認知) 내지는 행위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이 일수록 웃음이 잦다.

게다가 접객업소 직원이 고객 앞에서 땜빵 헛웃음으로,
자리를 면하고 있음이니 여기가 사뭇 허술한 곳이다 싶었다.
내가 그 자를 앞에 두고 준엄히 나무라니,
지점장은 나를 안으로 모셔 데려간다.

그 자에게 내가 말하였다.

‘앞서 직원을 데리러 가서 구수(鳩首)하지 않았음이더냐?
그러함인데 그 자는 왜 내게 사과는 하지 못할지언정 웃음을 흘리고 있는가?’

지점장은 연신 잘못되었다며 내게 대신 사과하겠단다.
행위 당사자는 놔두고 왜 엉뚱한 사람이 내게 사과를 하는가?
부하 직원을 통솔하지 못할 사연이라도 있음인가?

‘난 지점장 그대가 아니라 그 직원의 사과를 받고자 한다.’

그런데 이게 간단치 않은가 보다.

그 직원이 표현력이 서툴러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참으로 그곳의 형편이 해괴하다.

하여간 나는 이만 돌아가나,
여전히 그자로부터 사과를 받고자 하니,
그 후일의 일은 그대들이 책임을 지라 일렀다.

한참후 그 문제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데 사과가 아니라,
당시 현장에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내력을 죽 주어섬긴다.

‘그것은 기록 행위이지 어찌 사과라 할 수 있음인가?
그것은 그대 일기장에 쓰면 될 것이지,
내게 이를 일이 아니다.

그대가 진정 사과를 하려면,
그것이 어찌 된 잘못인지 깨닫고,
하려면 그에 기초하여 내게 사과를 하여야지,
당신이 기록관도 아니고 남 이야기 하듯 그대의 '내심의 진정 의사'를 기술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럴 양이면 내게 전화를 왜 하였는가?‘

일이 이리 돌아가자, 사태는 더욱 요상해지고 말았다.
급기야 지점장이 부지점장을 대동하고 내게 찾아왔다.
그런데 정작 그 직원은 데리고 오지 않았다.
대신 수박 한 덩이를 가져왔다.

의자 위에 덩그란히 놓여진 수박이 흔들거리며,
돌아가는 사태를 주시하며 푸르르 반짝거린다.

지점장은 문제 직원이 오지 않았음을,
구차한 변명으로 연신 변호하기 바쁘다.

그자가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을 표현하는 게 서툴기 짝이 없단다.

그럼 그것을 가르치던가, 다른 방도를 찾아야지,
대학을 졸업하고 5년씩이나 지난 이에게,
대 고객 접응 소임을 맡기고 있음인가?

일이 바쁜 이들이 이리 오가며 시간을 축낼 일이 아니다.
삼천만 각자는 각기 소임이 있으며,
이에 종사하는 것인데,
이리 지점장까지 나서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일이 아니다.
다만 나는 책임 당사자 그자의 사과를 받고자 함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책임 당사자를 찾아내고,
그에 값하는 셈을 치루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함인데 그를 싸고 돌며 숨기고 능갈을 치려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지점장 그대는 어이하여 그자를 대신하여 부산 떨며 시간을 버리고 있는가?

그자가 그대의 부하 직원이라면,
변솟간 옆에 종일 기대 서서 수직 서기 바쁜 몽당 빗자루도 아니고,
그자는 왜 나타날 수 없음인가?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묻힐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

그러자 얼마간의 말미를 달라고 한다.
그자를 데리고 오겠단다.

公子糾將為亂,桓公使使者視之,使者報曰:「笑不樂,視不見,必為亂。」乃使魯人殺之。

한비자 설림하(說林下) 편에 나오는 말씀이다.

공자 규가 장차 난을 일으키려 하는데,
제환공이 사자를 보내 이를 살피고 오게 하였다.
사자가 돌아와 보고를 한다.

‘웃어도 즐기지 않았으며 ,
무엇을 주시하여도 그것을 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필시 난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이윽고 노나라 사람을 시켜 그를 죽여 버렸다.

공자 규는 제환공의 이복형이다.

아비도 죽이고, 아들도 죽임을 예사로 하는데,
형제 쯤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래 내가 언제나 말하지 않더냐?
권력이나 빵은 남과 나눠 먹지 못한다.

이것은 언제나 홀로 독식하여야 맛이 있는 법이다.
이것은 천고의 진리다.

부자, 형제지간의 따위의 경계는 아무 것도 아니다.

笑不樂,視不見

이것은 아주 서툴기 짝이 없는 짓이다.

笑樂,視見

웃었으면 즐기는 척하거나,
주시하였으면 보는 척이라도 하여야,
마음을 숨길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는 제후나 대부의 행법(行法)이다.

제왕은 웃음 자체를 보이지 않는다.
신하들이 왕이 웃는지, 우는지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聽言之道,溶若甚醉。脣乎齒乎,吾不為始乎,齒乎脣乎,愈惛惛乎。彼自離之,吾因以知之。是非輻湊,上不與構。虛靜無為,道之情也;

말을 듣는 법이란 술에 만취하여 녹아떨어진 듯,
입술이든, 이든 내가 먼저 떼어 말하지 않는다.
입술이든, 이든, 더욱 더 흐리멍덩한 양 꾸민다.
저쪽에서 스스로 말해오면,
나는 그로써 알게 된다.
시비가 폭주하여 나오더라도,
군주는 이에 얽혀들어 빠지지 않는다.
허정무위 바로 이게 도의 모습이다.

나의 본 모습을 신하들에게 들키게 되면,
신하들은 제 본심을 숨기고 꾸며 지으며 여기 맞추려고,
갖은 허튼 짓을 다 하게 된다.

笑不樂,視不見,必為亂。

저 직원이 내 앞에서,
웃음으로써 능갈치려 하였음이니,
내 어찌 장차 난이 일어날 것을 아지 못하였겠음인가?

전곡 시내에 난이 일어나기 전에 앞서,
정작 그 직원은 며칠 째 전전긍긍 심란(心亂)하니,
마음 밭에서 당장 난을 일으키고 있을 것임이라,
이 어찌 必為亂 그 실상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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