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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계(履霜之戒)

소요유/묵은 글 : 2008. 8. 17. 10:19


아침 저녁 바람에 전해지는 기운 가운데 서늘함이 숨어 있습니다.
입추(立秋)가 지난 08.06이었고,
처서(處暑)가 이어 08.23이니 이틀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보름전에 가을로 접어 들었으니 그 삽상함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해마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돌면,
늘 그러하듯이, 때늦은 노릇이지만 주역의 천풍구(天風姤)를 떠올립니다.

괘상(卦象)을 보면 6효 중에서 맨 아래 하나만 음효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괘는 절기로 보면 하지(夏至)에 相當합니다.
참고로 전후의 절기 차서를 짚어봅니다.


입하(立夏) : 0506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 0521 모내기를 시작 
망종(芒種) : 0606 곡식의 씨를 뿌림
하지(夏至) : 0622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소서(小署) : 0707 여름 더위의 시작 
대서(大暑) : 0723 중복 무렵, 여름 큰더위
입추(立秋) : 0808 가을의 문턱 
처서(處暑) : 0823 더위가 가시기 시작 
백로(白露) : 0907 이슬이 내림
추분(秋分) : 0923 밤이 길어지기 시작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이니 여름의 더위가 막 시작되는 소서를 예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하지에 當하는
천풍구(天風姤) 괘상을 보면 맨 아래 음효가 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하에서 입추까지 6절기가 있습니다.
그 사이를 여름이라고 할진대,
그 한 여름 가운데 음, 즉 겨울기운이 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라서 여름 한 가운데서 겨울 기운을 읽어 낼 수 있겠는지요 ?
기껏 입추 지나야 미약한 가을 기운을 얼핏 느낄 따름이 아닙니까.

천지자연의 이치가 이리 어김없이 앞을 예비하고 있음이나,
사람들은 어리석어 살갗이 차가와져야
그 때라서야 비로서 깨닫고 마는 것입니다.

절기의 수레바퀴가 굴르면,
아래 음효가 하나씩 늘어 위에 있는 양효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며 나아가
끝내 온 누리가 얼음짱에 덮이게 됩니다.

곤괘초육(坤卦初六)에
履霜堅氷至(이상견빙지)란 말이 있습니다.
『서리를 밟으면 (장차) 굳은 얼음에 이르니라.』
무슨 일이든 점진적으로 자라 완성되어감을 의미합니다.

양효 일색(一色)인 가운데 불현듯 음효가 서려
가을(겨울) 기운을 움티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여름 한가운데서 서리 한닢을 짚어낸 선인들의 지혜가 정녕 놀랍습니다.

저라한들, 한참 둔하니
산에 올라 가을기운을 얼핏설핏 느끼게 된즉,
이제야 천풍구괘를 떠올리고 있으니,
늦어도 한참 늦게 깨우치고 있는 것입니다.

역으로 지뢰복(地雷復)은 동지에 해당됩니다.
6효중 맨 아래 양효를 제외하고 모두 음효입니다.
이 역시 한 겨울에 양효인즉 여름기운을 배태(胚胎)ㅎ고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가을엔
모든 분들이 삼가는 마음으로 서리 밟아 나아가,
堅氷의 바르고 큰 道에 이르기를 비옵니다.

(2007.08.21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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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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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bongta IP 2xx.2xx.1xx.xx    작성일 2007년08월22일 22시26분51초 
한훤수작(寒暄酬酌)

날씨의 춥고 더움에 대하여 서로 주고 받는 인사가 예전에는 일상다반사였지요.
하지만, 현대는 냉난방에어콘 시설이 잘되어서 그런지,
한훤을 빌어 하는 인사는 저만치 물러가 있습니다.

그저 하는 인사가

“돈 많이 벌었니 ?”
“오늘 장사 잘 되었니 ?”
“오늘 당신 참 섹시하게 보인다.”
“피부 껍데기 어디서 벗겼니 ? 뻥젖, 뺑코 어디서 수술했니 ?”

하는 인사가 오히려 알뜰히 보살펴 묻는 안부가 되었습니다.
오죽하면,

“부자 되세요.”란

말이 이 시대의 덕담이 되었다는 듯,
전파를 타고 방방곡곡을 넘실되기도 하였지요.
꼬마까지도 이리 인사를 해댑니다.

그래 대선후보의 평가기준도 누가 더 돈 많이 벌게 해줄 것인가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참으로 부박(浮薄)스런 세태입니다.

그런데,
이즈음 예민한 사람들은 장롱고리짝 구석에 쳐박어두었던 케케한 법식을 꺼내어
다시 한훤수작질을 합니다.

기상청은 요즘 계속 헛발질을 하더니만,
급기야 '장마'를 대신해서 '우기'의 개념을 채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이젠 누구라도 충분히 느낄 정도가 되고 말았습니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
폭염의 여름,
짧은 봄, 가을
모두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는 뚜렷한 징후들입니다.

예전의 한훤수작질이 그저 춥고 덥고 안부 묻는 형식에 그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주고 받는 순간 은연중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임을
자각케 하여, 바르고 恭順한 인정을 기르는 덕스런 것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한훤수작질을 하는 인사라면 그래도
심성이 고운 분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임을
준엄히 되물어 자각하는 형식으로
잊혀졌던 한훤수작을 복원하고 싶은 것입니다.

수작(酬酌)한다고 할 때,
이게 수작질이라고 하여 막된 짓거리로 치부되기도 합니다만,
원래 술잔을 주고받는 것을 이르는 게 아닙니까 ?
하니 한훤수작하는 게 곧 정분을 나누고,
하늘을 걱정하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늘을 걱정한다니 말이 참 우습군요.
이게 실인즉 인간 자신을 걱정할 것인데.

국토 아작내 개발하며 잘 벌어쳐먹겠다고 눈깔 시뻘갛게 달구지 않고,
덜 먹어도 좋으니 그냥 분수껏 살기를 소망합니다.
  [6/6] jjj IP xx.6x.1xx.xx    작성일 2007년08월22일 23시55분51초  
한 여름속에 가을이 배태되고, 혹한속에서 새봄이 움틀거린다는 자연의 조화.....그래서 오히려 초생달에선 새로운 기운이 느껴지지만, 보름달을 쳐다보면 뭔가가 안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나 봅니다. 결국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은 바로 이 자연의 변화와 법칙뿐 일 것 입니다. 모든 개인이나 제국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흥한 동인과 현상속에 바로 쇠할 이유가 함께 내포되여 있는것을 발견합니다. 그렇다면 함부로 흥하지 않는게 쇠퇴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 입니다.

인간의 분별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본래 우주는 가치증립 ,중도가 아닌가 합니다.
날씨만 보더라도 우리는 흥망 성쇠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보는 평등사상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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