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계(履霜之戒)
아침 저녁 바람에 전해지는 기운 가운데 서늘함이 숨어 있습니다.
입추(立秋)가 지난 08.06이었고,
처서(處暑)가 이어 08.23이니 이틀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미 보름전에 가을로 접어 들었으니 그 삽상함은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해마다 서늘한 가을 기운이 돌면,
늘 그러하듯이, 때늦은 노릇이지만 주역의 천풍구(天風姤)를 떠올립니다.
괘상(卦象)을 보면 6효 중에서 맨 아래 하나만 음효이고 나머지는 모두 양효입니다.
이 괘는 절기로 보면 하지(夏至)에 相當합니다.
참고로 전후의 절기 차서를 짚어봅니다.
입하(立夏) : 0506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 0521 모내기를 시작
망종(芒種) : 0606 곡식의 씨를 뿌림
하지(夏至) : 0622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소서(小署) : 0707 여름 더위의 시작
대서(大暑) : 0723 중복 무렵, 여름 큰더위
입추(立秋) : 0808 가을의 문턱
처서(處暑) : 0823 더위가 가시기 시작
백로(白露) : 0907 이슬이 내림
추분(秋分) : 0923 밤이 길어지기 시작
하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때이니 여름의 더위가 막 시작되는 소서를 예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하지에 當하는
천풍구(天風姤) 괘상을 보면 맨 아래 음효가 태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하에서 입추까지 6절기가 있습니다.
그 사이를 여름이라고 할진대,
그 한 여름 가운데 음, 즉 겨울기운이 서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누구라서 여름 한 가운데서 겨울 기운을 읽어 낼 수 있겠는지요 ?
기껏 입추 지나야 미약한 가을 기운을 얼핏 느낄 따름이 아닙니까.
천지자연의 이치가 이리 어김없이 앞을 예비하고 있음이나,
사람들은 어리석어 살갗이 차가와져야
그 때라서야 비로서 깨닫고 마는 것입니다.
절기의 수레바퀴가 굴르면,
아래 음효가 하나씩 늘어 위에 있는 양효를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며 나아가
끝내 온 누리가 얼음짱에 덮이게 됩니다.
곤괘초육(坤卦初六)에
履霜堅氷至(이상견빙지)란 말이 있습니다.
『서리를 밟으면 (장차) 굳은 얼음에 이르니라.』
무슨 일이든 점진적으로 자라 완성되어감을 의미합니다.
양효 일색(一色)인 가운데 불현듯 음효가 서려
가을(겨울) 기운을 움티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여름 한가운데서 서리 한닢을 짚어낸 선인들의 지혜가 정녕 놀랍습니다.
저라한들, 한참 둔하니
산에 올라 가을기운을 얼핏설핏 느끼게 된즉,
이제야 천풍구괘를 떠올리고 있으니,
늦어도 한참 늦게 깨우치고 있는 것입니다.
역으로 지뢰복(地雷復)은 동지에 해당됩니다.
6효중 맨 아래 양효를 제외하고 모두 음효입니다.
이 역시 한 겨울에 양효인즉 여름기운을 배태(胚胎)ㅎ고 있는 것입니다.
올가을엔
모든 분들이 삼가는 마음으로 서리 밟아 나아가,
堅氷의 바르고 큰 道에 이르기를 비옵니다.
(2007.08.21 記)
***
***
댓글 모음
.
.
.
[5/6] bongta | IP 2xx.2xx.1xx.xx 작성일 2007년08월22일 22시26분51초 | |
|
||
[6/6] jjj | IP xx.6x.1xx.xx 작성일 2007년08월22일 23시55분51초 | |
|
'소요유 > 묵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음을 물을 수 없는 물음 (0) | 2008.10.08 |
---|---|
추수(秋收)와 추수(秋袖) (0) | 2008.08.17 |
추수(秋水) (0) | 2008.08.17 |
촌놈과 요강 꼭지 (0) | 2008.03.05 |
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 (0) | 2008.03.04 |
위악과 위선 (2) | 2008.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