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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악과 위선

소요유/묵은 글 : 2008. 3. 4. 11:21


intro comment :
"모모YS 사이트에서 겪은 일"
(※ 관련 사연, 2008/02/26 - [소요유/묵은 글] - 강낭콩 말미 주석 참조)

***

앞에서 나는 한비자를 들며, 위악의 자리에 우정 그를 올려보았다.
한비자뿐이겠는가 ?
신불해, 상앙 등 법가 일반,
나아가 요즘의 판검사, 거의 없겠지만, 역시도 양심만 바른 이라면
위악을 통해 가치를 선양하고 선을 지향하는 行衆으로 볼 수 있다.

사천왕 역시 위악적인 모습으로 부처를 보위한다.
기독교에선 사탄이란 말을 의외로 자주 사용한다.
예컨대, 비기독교신자들을 보고 거침없이 사탄이라고 꾸짖으며,
회개하라고 다구치는 지하철 종교세일즈맨을 우리는 곧잘 만난다.
피곤하고 지친 날, 이런 광경과 마주치게 되면,
혼몽한 가운데 나는 사탄이야말로 저들 흩어지려는 신자들을
결속키 위해 짐짓 위악적인 모습으로 나투신 자재화신 신의 변용이 아니실까
이리 알딸딸해지며 의식의 밑바닥으로 침몰하곤 한다.

하기사, 너무 자주 출몰하시어 신원이 조금 의심스럽긴 하다.
그게 곰곰 따지고 들면, 제 풀로 나타나신 게 아니라,
거개는 사이비 목사들에 의해 동원되고 있으신 게라.
요즘 목사인지 먹사는 신도, 사탄도 재주껏 부리며 놀라운 역사를 사역한다.

위악이든 위선이든 ‘僞’-거짓이란 한정자로 꾸며지는 순간,
거죽 악과 선이 순간 곤두질을 친다.
악이면 악이고, 선이면 선이지 왜 그리 가장하여야 할까 ?

손자병법에 보면
‘兵者, 詭道也. 故能而示之不能, 用而示之不用, 近而示之遠, 遠而示之近. 利而誘之, 亂而取之, 實而備之, 强而避之, 怒而撓之, 卑而驕之, 佚而勞之, 親而離之。
攻其無備, 出其不意, 此乃兵家之勝, 不可先傳也.’
요런 문장을 만나게 된다.

문장은 길지만 ‘兵者, 詭道也’
요 한마디만 꿰뚫으면 그저 족할 뿐이다.
한마디로 전쟁이란 속임이란 것이다.

전쟁이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다.
저 거룩한 천상을 어여삐 선전하는 종교들이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이들은 이 현실 세계에 거하고 있다.
하니 그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부득불 모두 兵家가 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중생이 달리 중생인가 ?
한없이 미련한 게 중생인 게라.
게다가 저들 牧者인지 僧인지는 천상에 거했다는 지나간 증거조차도 없다.

부처의 장광설 팔만대장경 역시 부처가 兵家임을 증거하고 있는 게 아닐까 ?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 할 때, 근기에 맞추어 說을 골라 한다하였음이니,
이 어찌 궤도(詭道)가 아니랴 ?

그런 부처도 막상 돌아가실 때, 자등명, 법등명 하시며,
단 일설도 설한 바 없다고 하시지 않았던가 ?
그는 돌아가실 제 즈음해서야,
당신은 ‘兵家가 아니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계시는 게다.
이리 볼 때 정작 詭道야말로 자비요, 광명이 아니겠는가 ?

성철 스님은 돌아가시면서 이리 노래했다.

열반송 - 성철스님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生平欺狂男女群(생평기광남녀군) 
彌天罪業過須彌(미천죄업과수미)
活陷阿鼻恨萬端(활함아비한만단)
一輪吐紅掛碧山(일륜토홍괘벽산) 

그는 왜 한 평생 사기꾼 노릇을 하여야 했음인가 ?
그도 부처처럼 兵家였을까 ?

그를 친견하기 위해서 3000배를 구하였다면,
그야말로 천하의 사기꾼, 도척이라 할 것이다.
나 같으면 면전에서 그의 뺨싸대기를 갈겨 버렸을 것이다.
도대체 한 인간이 한 인간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

한편, 무문관 무문의 評唱을 들어보자.

如奪得關將軍大刀入手 逢佛殺佛 逢祖殺祖 於生死竿頭 得大自在
向六道四生中 遊戱三昧
관우의 대도를 뺏어 손에 들고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 생사간두에 대자재를 얻어 육도사생 중 유희삼매하리라 

아는가 그대는 ?
중생을 속이기 위해 부처도, 성철도 오신게다.
부처도 죽이고, 죽여 보갚음을 하지 않고
언제까지 의심 덩어리로 근심을 지고 다닐 것인가 ?
그리 의심이 깊으면 그대가 나서 부처, 성철, 과객 깝대기를 벗겨야 한다.
그때까진 과객 역시 그대를 즐겨 속여 먹으리.
이게 바로 유희삼매(遊戱三昧)요,
소요유(逍遙遊)의 경지인 게다.

1992년 10월 28일 휴거를 외친,
다미선교회의 이장림,
오대양도,
사린의 옴진리교도...
모두 위선이란 너울 쓰고 도를 팔았다.

위악은 피도 눈물도 없는 모짐으로서 陰德을 쌓고,
위선은 가없는 자비로서 陽德을 짓는다.
만약 중간에 허울이 벗겨지면,
둘 다 무간지옥에 빠진다.
그러한즉 無量光, 無量壽인 것이다.
즉, 순수지속이 아니라면 모두 가짜인 게다.
無量이 아니라면, 모두 사기요 詭道인 것이다.
모두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게다.
멈추면 꼬꾸라진다.

부처도 一字 설한 바 없다고,
성철도 生平欺狂男女群이라며 자기고백을 하고 있다.
이 순간 그들은 無量佛이 아님을 스스로 증거하고 있음이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고백하는 사람’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백을 통해 그들은 발설(拔舌)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무량겁 무량빛을 낸다.
그러한즉, 그들은 곧 회광반조하여 이내 無量光佛, 無量壽佛이 된다.

#0000
‘앗! - 과객이 나타났다!!,,엎드려!!,,아니,,글,,올리지 마!! ’

이장림에 속아 전재산, 처자까지 바칠 위인이 아닐까 싶다.
귀한 인연에 이리 이끌렸음즉,
봄비처럼 자애로운 법보시를 한 웅큼 내릴까 한다.

친구여,
그냥 곱다시 책상에 엎드려 침이나 흘리며 단꿈에 젖을 일이지,
무슨 주책이기에, 지지리 공부도 못하는 게 고개를 쳐드는고 ?
엇저녁에 애인한테 채여, 가슴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린
가여운 우리의 국사선생.
멧돌이라도 된단 말인가 ? 잇빨 갈며, 분필을 똑 분질러,
저자 면상에 비수처럼 내던져 꽂는다.
때에, 문득 자비처럼 꽃비가 허공중에 흩날린다.
그대 보는가 ?
이 물고기 비늘처럼 흩어지는 허화(虛華) 그 소리를,
청령(蜻蛉) 잠자리 날개짓 그 미망의 소리...,
觀音의 도리를...

사시미 뜨는 도자(刀子)가 생선을 집어든다.
몇 번이고 정한 물로 씻어낸다.
순간 생선은 그 살가움에 기꺼워했을까 ?
도자는 비닐을 살살 건드린다.
순간 생선은 간지럽다 못해 시원했을까 ?
도자 드디어 살점을 얇게 져며낸다.
순간 생선은 짜릿한 아픔,
그 영원을 향한 엑스터시에 빠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

나는 시시한 도자가 아니다.
나는 수호지에 나오는 도부수(刀斧手) 이규임이랴,
얼쩡거리는 놈 보는 족족
그저 바람결에 모란꽃 떨구듯
모가지를 도끼질 한 땀에 똑 잘라낸다.

졸음 겨운 봄은 그리 담박에 사라져야 구질구질하지 않다.
이규야말로 전쟁터에선 부처보다 더 자비롭다.
정작 위험한 것은 도자가 아닌가 말이다.
도자 앞에 조상육(俎上肉)이고 싶지 않다면,
이규 앞에 목 길게 늘여 궤좌(跪坐) 함이
한결 수지 맞는 노릇이 아닐까 ?

***

나는 소요하고 있을 뿐인 게다.
나는 내글이 그저 소비되기를 바란다.
아니 되거나 말거나.
비오는 날, 바람 맞고, 우두망찰 카페에 앉아 있다.
흐르는 음악 속에 맥주 한 잔이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이 때, 땅콩은 계집 감창(甘唱) 지르듯 오도독 소리 지르며,
그대 목속으로 부서져, 외마디 소리내며 절규한다.
내 글은 그 현장에서 땅콩으로 씹혀 산화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공화(空華)처럼 허공중에 산산히 부셔져 버렸으면 싶은 것이다.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어이, #0000 厥者여,
그대 숨기는 왜 숨냐 ?
장독대 뒤에 숨은들,
그대 궁뎅이는 하늘로 쳐들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모가지 쳐박은 까투리뇨 ?

술래잡기도 배우지 아니 했는가 ?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라 !’
高高頂上立 深深海底行
‘고고정상립 심심해저행’인저 !
(높이 서려면 산꼭대기에 서고, 깊이 가려면 바다 밑까지 가라)

예전 개성상인들간에 주고 받는 속담에 이르길
‘일전을 보고 물밑 오십리를 기어라’라고 하였음이다.

#0000 네 이 사람아 !
엎드리라고 외치며,
허공에 웬 자맥질 그리 요란한고 ?

썩 나서거라,
자네 형용이나 한번 보자.
귀엽기 한량없는 위인인지고.
가까이 있으면 깨엿이라도 입에 물려주고 싶고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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