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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앤플레이(plug & play)

소요유/묵은 글 : 2008. 3. 4. 13:55


intro comment :
"모모YS 사이트에서 겪은 일"
(※ 관련 사연, 2008/02/26 - [소요유/묵은 글] - 강낭콩 말미 주석 참조)

***

컴퓨터를 사용하다보면 플러그앤플레이란 말을 가끔 접하게 된다.
이를 실제 구현하려면 제법 복잡한 고안과 조직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간단히 말한다면 이렇다.
예컨대 모뎀, 사운드카드 등 하드웨어(device)를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device driver)에게
이들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자동으로 알려 주는 기능을 말한다.
말이 조금 어려운가 ?
그렇다면 역으로 이리 생각해보면 좋다.
즉 PnP(plug & play) 기능이 없다면
사용자가 일일이 이를 지정하여 컴퓨터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요즘의 컴퓨터는 PnP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device를 꼽아도 사용자가 일일이 이를 컴퓨터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나는 plug, unplug란 말을 대하며,
문득 PnP가 심상에 지나치는 것을 보았다.
이를 실마리 삼아 간단없이 떠오르는 생각의 파편들을 주섬주섬 줏어보고 싶다.

PnP가 고안된 이유는 실은 plugging하여야 할 기기(device)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모뎀, 사운드카드 등 한 두가지에 불과하던 것이
이제는 mp3 player, ebook reader, pmp(portable media player) ...
거기다 핸드폰, 디카 등등 수없이 컴퓨터에 연결하여야 할 기기들이 등장했다.
물론 앞으로도 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컴퓨터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들을 상호 충돌하지 않게,
접속시키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PnP 등장이후 그저 꼽기(plug-in)만 하면 바로 동작(play)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plugging 전성시대인 것이다.
plugging만 하면 신천지가 열린다.

‘열려라 참깨’
알리바바가 동굴앞에서 "Open Sesame!" 하고 외치자 문이 열렸다.
그는 그 안에서 세자루의 금화를 가지고 나왔다.

지금 우리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plugging만 하면 play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알리바바가 부럽지 않은 것이다.
지금 바로 이렇듯,
internet을 통해 사해동포 천하인을 책상머리 앞에서 만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plugging을 하는 게 아니라,
정작은 내가 저들에 plugged 되어 있는 게 아닌가 ?

인터넷에서 쇼핑을 하고 돈을 지불하려면,
온라인뱅킹 시스템에 접속하여야 한다.
만약 이를 등한히 하면 물건을 살 수 없다.

게시판에 글을 쓰려면 회원 자격을 획득하여야 강제하는 곳이 적지 않다.
어제 그와 함께 디카로 찍은 사진을, 상대에게 보내려면
다시 컴퓨터, 포샵, 이메일 등에 접속하여야 한다.
....

이쯤되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주체적인 plugging을 통해서 영위되는지,
아니면 묶여 plugged로 이끌리는지 당초 헷갈린다.

흔히 쓰는 말이 아니지만,
나는 이런 상태를 주박(呪縛, enchanted)이라 부른다.
요술에 걸려 그 밧줄에 칭칭 동여매진 상태,
그런데, 이게 남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그 매력에 스스로 그리 갇히기를 욕망하는 것.
이게 주박인 게다.
디카도, 엠펙도 이북리더기도 ... 너무나 갖고 싶다.
욕망의 변조, 지칠줄 모르는 확장...
부지불식간 저도 모르게 enchanted 된 것이다.

이 때, 혹자는 소스라쳐 놀라 unplugged된 세상을 꿈꾼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시골로 과감히 탈출하기도 한다.
‘돌아온 탕자’처럼,
우리는 욕망이란 이름의 플러그를 뽑아 버리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꺄악 꺄악’
백설 위를 달리며,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 팽창한다.’
(* oo일기 #000 '플러그를 뽑아라' 인용)

아마도 원시인은 매일을 이리 깨어난 세포로 살았을 것이다.
제례(ritual)에 찌든 세포,
우리 현대인은 ‘꺄악 꺄악’ 이런 단말마의 외침만으로
그날 그 때의 기억의 흔적을 잠깐 되살려낼 뿐이다.
홀짝 음미하는 마지막 남은 한방울 포도주 그 달콤함으로.

하지만,
오래지 않아 해가 지고 말 것임을 안다.
저 아래 두고온 강아지가 그립다.
닭, 오리 모이도 챙겨주어야 한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우리는 다시 돌아간다.

plugging 한다.
plugged 된다.
unplugging을 기약하며.

영원회귀,
영원윤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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