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진도와 반도체
삼국지를 소시적에 읽다 제갈공명의 팔진도가 펼쳐진 장면에 이르러 묘한 충동에 이끌린 적이 있다.
병법에 서툰 유비를 격파한 오나라의 육손이 촉의 패잔병을 쫓다가
제갈량이 미리 쳐놓은 진에 빠져 한껏 고생하게 되는데, 그 진법 이름이 팔진법이다.
그 장면을 잠깐 살펴보자.
육손이 어복포에 이르렀을 때다.
육손은 행군을 잠깐 멈추게 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저 산 속에 분명 복병이 있다.”
육손은 십여 리를 후퇴해 영채를 세우게 한 뒤 척후병을 내어 살피게 했다.
척후병이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앞에는 적병이 전혀 없습니다.”
육손은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 살펴 보았다. 그러나 분명 살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 분명 복병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병사를 척후로 내보냈다. 하지만 보고는 같았다. 적병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괴이쩍은 마음에 육손은 자신의 측근에게 단단히 당부해서 적정을 다시 살펴보고 오게 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도 복병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상한 점이 전혀 없던가?”
“다만 돌무더기들이 팔구십개가 쌓여있는 것 말고는 특이한 것도 없었습니다.”
육손은 이 지방 토박이를 데려오라 했다.
“너희는 저곳에 돌무더기를 쌓아올린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
불려온 사람 중 하나가 대답을 했다.
“여기는 어복포라 부르는 곳입니다. 제갈량이 서천에 들어갈 때 군사를 풀어 돌무더기를 쌓아 진세처럼 펼쳐 놓았습니다. 그 후로 이곳에는 늘상 구름같은 기운이 끼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육손은 병사 수십기를 이끌고 직접 석진(石陣)을 보러 갔다. 산상에 올라 석진을 굽어보니 사면팔방에 출입구가 있는 진이었다. 육손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사람을 속이는 잔재주에 불과하다. 저까짓 것에 속을까보냐?”
육손은 산을 내려와 석진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했다. 석진 안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살펴보는 육손을 향해 부장 하나가 걱정스레 말했다.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도독께서는 속히 돌아가심이 좋겠습니다.”
그 말에 진을 빠져나오려 하자 홀연 미친듯한 바람이 일어났다. 안개가 깔리고 모래와 자갈이 쏟아지며 하늘이 컴컴해지고 말았다. 그러자 돌무더기들이 창칼처럼 변해 치솟아 있을 뿐만 아니라 모래가 날리고 그것이 산처럼 쌓이고, 바람에 이는 물소리도 검으로 북을 치는 것만 같았다. 육손은 크게 놀랐다.
“내가 제갈량의 계략에 빠지고 말았구나,”
육손이 급하게 빠져나가려고 길을 찾았으나, 사방팔방에 있던 문들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인지 나가는 구멍을 찾을 길이 없었다.
육손은 어쩔줄을 몰랐다. 육손이 당황해하고 있을 때 어떤 노인이 육손 앞에 나타났다.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묻는다.
“장군은 이 곳을 나가고 싶으시오?”
“어르신께서 아신다면 부디 저를 끌어내 주십시오.”
노인은 지팡이를 짚으며 앞장 서서 걸어 나가니 아무런 장애없이 진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육손은 그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어르신은 누구신지요?”
노인이 웃으며 말한다.
“노부는 제갈량 공명의 장인 황승언이외다. 전에 사위가 촉으로 들어가면서 이곳에 석진을 쌓았는데, 장군이 거기에 들어간 것이오. 이 석진은 팔진도(八陣圖)라 부르는데, 8개의 문을 가지고 있오. 즉 휴(休), 생(生), 상(傷), 두(杜), 경(景), 사(死), 경(驚), 개(開)의 문을 가지고 있소. 이들 문은 매일 매시 변화하여 그 끝을 알 수 없다오. 가히 십만 대군에 비할만한 진법이오. 본래 사위가 서천에 가면서 이런 말을 했소.”
황승언은 말했다.
“뒷날 동오의 대장이 팔진도에 걸릴 것이니 결코 그를 진밖으로 내보내 주어서는 아니됩니다라고 했소. 하지만 내가 산 위에서 지켜보다보니 장군이 사문(死門)으로 들어서지 않겠소? 그 문으로 들어선 것을 보니 이 진을 모르는 것이고, 이 안에서 틀림없이 길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오. 나는 평생 착한 일 하기를 좋아했는데 어찌 장군이 이 안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겠소? 그래서 생문(生門)으로 끌어내 준 것이오.”
“어르신도 이 진법을 배우셨습니까?”
“이 진법은 변화가 무궁해서 나는 배우지 못했소.”
육손은 황망히 말에서 내려 두세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진지로 돌아왔다.
“공명은 정말 와룡(臥龍)이라는 별호에 걸맞는 사람이로구나. 나 따위가 감히 미칠 수 없는 인물이다.”
***
역시 삼국지는 읽고 또 읽어도 흥미가 진진하다.
중학생 시절 팔진법을 바둑돌로 늘어놓고 생문, 사문이 어떠니 떠벌리며 놀던 기억이 새롭다. 그런데, 그게 누가 고안했는지 몰라도 얼핏 마방진과 외형이 비슷하니 고안자가 팔진법을 깊숙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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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방진(魔方陣)은 고대중국수학 서적에도 자주 등장하지만, 역법의 하도낙서(河圖洛書)중 낙서가 그 유래의 소종처다.
이 그림을 살펴보면 중앙에 5가 자리하고 둘레에 5를 제외한 나머지 1~9까지의 수가 배당되어 있다.
횡, 종, 대각선으로 숫자를 합하면 어떤 방향으로도 15가 된다.
또 10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중앙의 5를 빼면 모두 10이 된다.
이는 대극처의 위(位)와 상호 덜고 더함에 조화를 꾀하여 기우러짐이 없음이다.
양수인 1, 3, 7, 9는 동서남북에 배치하여 정방(正方)이 되었고, 음수인 2, 4, 6, 8은 대각선 방위에 배치하여 간방(間方)이 되었다. 이것은 양수가 동서남북 사방의 주체가 되고, 음수가 간방에서 양수를 보좌하여 천지만물을 움직이는데 조력하고 있는 형상이다.
이 그림처럼 방진은 3*3가 기본형이지만, 4*4, 5*5 ... 등의 매트릭스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홀수차 방진은 작법만 알면 기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나, 그 외의 것은 차수가 높아질수록 복잡하여 간단치 않다.
정방형 매트릭스외에도 귀문도라 부르는 육각진, 팔각진, 방사형, 원형 등 기기묘묘한 진법이 많다.
최근에는 입체형 마방진도 많이 발표되고 있다.
bongta는 학교 다닐 때, 마방진에 혹하여 도서관을 뒤져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였으나,
견문이 좁고, 안목이 짧아 욕심대로 구하지는 못하였다.
대신, 대학교 1학년 때, 컴퓨터 언어를 접하고는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여 해를 추적한 적이 있다. brute force 방식으로 일일이 숫자를 방진에 넣고 찾아가는 무식한 방법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미련한 짓이었다.
늘 마방진만 대하다 어느 날 운 좋게 거북껍질 모양의 귀문도를 접하고는 고대에 그 기기묘묘한 수의 조합을 어찌 알아냈을가 하는 데, 이르러 마냥 감탄하고 고인의 영지에 고개를 수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이리 젖은 재처럼 식고, 마른 가지처럼 메마른 성정에 처하였으니, 당시의 순수한 열정이 외려 꿈같이 그립다.
팔각진을 팔진법으로 이르기도 하나, 여기서는 3*3 마방진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3*3 마방진을 보면 총 9구획으로 나누워진다.
서경에 보면 홍범구주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서 유래한 게 흔히 쓰는 범주란 말인데, 서양말로 하면 category쯤 되겠다.
이 세상을 9개의 분류체계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대산 선생의 글을 소개하면 이렇다.
''홍범''은 널리 법이 된다는 뜻이고, ''구주''는 그 아홉 가지 범주라는 뜻이다. 서경(書經)의 주서(周書) 홍범편을 보면 주나라 무왕이 은의 마지막 왕인 폭군 주(紂)를 베고 은을 멸한 후 주의 삼촌인 기자(箕子)를 찾아가 정치하는 대법을 물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서로 원수 사이였겠지만 기자 또한 백성을 위하고 대도(大道)를 펴기 위하여 격의 없이 홍범구주로써 가르치니, 이는 오행, 오사, 팔정, 오기, 황극, 삼덕, 계의, 서징, 오복으로 아홉 가지이다.
야산 선생께는 주역을 가르치며 아울러 이 ''홍범구주''를 함께 가르치며 말하기를 "주역은 철학이요, 홍범은 정치학이며, 주역은 음양설이며, 홍범은 오행설이기 때문에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가 있으므로 두 가지를 겸하여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 나오는 야산은 대산 선생의 스승이시다.
다시 돌아가보면,
팔진도라 이름하였는데, 어찌 9개의 구획인가 ?
주나라의 정전법(井田法)에도 보면 토지를 9개의 구획으로 나누고 8家가 농사를 짓는다.
이 때 여덟 농가는 각기 한 구획씩은 소출한 바를 온전히 자기가 취하고 중앙의 한 구획은 공동으로 농작을 부담하되 그 소출은 관에 바친다.
8이 9를 지어 그중 1을 내놓으니 비율로는 11%가 되겠다.
이렇듯 中을 제하면 사방에 8이 진치듯 벌려 있는 게다.
주변의 여덟이 중앙 하나를 보하는 형국이다.
3*3 매트릭스에서 1~9가 각 구역(cell)에 중복되지 않고 배대된다.
1~9를 합하면 45가 된다.
여기 이 숫자를 반드시 수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병사의 수라 하여도 좋고, 상행위에서의 자본의 배분량이라도 좋다.
또는 작통방략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이 힘의 안배량이라고 상정하여도 좋을 것이다.
이제 각 구역에 1~9를 분포(distribution)시킬 때 그냥 흩뿌리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법칙성에 따라 배치하므로서 육손이 그 진법에 갇히듯 오묘한 조화를 발출하게 되는 것이다.
중앙 5를 물리학의 질량중심(center of mass)에 비견커니, 기(氣)의 중심으로 삼고,
얼핏 외양상 무질서한 기량(氣量)을 밀도(density) 산파(散播)함으로서 외부의 눈을 가린다.
허나, 실인즉 3,8 목(木) 2,7 화(火) 5,10 토(土) 4,9 금(金) 1,6 수(水)의 오행설에 입각한 배치이니 이는 위에서 대산 선생의 말씀처럼 “홍범은 오행설..”에 기초한 것이다.
허한 듯 실하고, 실한 듯 허하니, 펼쳐논 진에 든 이는 이 이치를 모르고서는 마치 조롱 속에 든 새처럼 벗어날 길이 없는 것이다.
대개는 청맹과니 당달봉사 격으로 허한 곳에 찾아 들고는 이내 실을 맞이하여 봉욕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허니 허실에 따라 사문(死門)이 되기도 하고 생문(生門) 되기도 하는 바, 이게 병법의 운용에 있어서는 그림처럼 static한 게 아니고 dynamic하게 역동적으로 변환자재하게 운용되면
神策妙算이듯 究天文, 窮地理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앞의 육손이 고경에 빠진 정황을 다시 옮겨보자.
... 그 말에 진을 빠져나오려 하자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어났다. 자욱한 안개가 깔리고 모래와 자갈이 쏟아지며 하늘이 컴컴해지고 말았다. 육손이 무슨 변괸가 싶어 앞을 바라보았으나, 더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돌무더기들이 창칼처럼 변해 치솟아 있을 뿐만 아니라 모래가 날리고 흙이 모여들어 산처럼 쌓이고, 강물소리는 검으로 북을 치는 것만 같았다.
이게 무엇인가 ?
돌무더기 자체가 기를 내뿜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생명 없는 개별 실체들이 일정한 관계도식하에 각기 제 위(位)를 득(得)한 순간 공간(field)에 장력(field power)이 뿜어내지는 것이다.
마치 전자기장이 공간에 펼쳐질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가 공간에 충만한 것과 상사(相似,analogy)한 것이다.
bongta는 이를 일러 ki field라 부르기로 한다.
과연 그런가 돌무더기가 특정 공간 배치에 의해 기를 뿜어낼 수 있는가 ?
그렇다.
field strength로 측량되어지는 양적 효과뿐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질적 효과까지 창출하는 실례가 있음이다.
전설의 제갈공명 팔진도가 중국 사천성의 봉절 등에 있다고 하지만 이게 실은 다 그리 신뢰할 만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 당장 당신 바로 곁에 그 실체가 있다는 것을 아시겠는가 ?
그 전형적인 예가 바로 반도체(semi-conductor)이다.
반도체 물성에 대하여는 약하고, 구조적 특성만을 살펴보자.
반도체의 기본 재료는 게르마늄, 실리콘이다.
이게 실은 모래의 주성분이니 팔진도의 석진(石陣)에 쓰인 돌과 매한가지다.
필름으로 각을 뜨고 이를 재료에 덮어 화학물질로 녹여 깍아내니(etching),
이를 크게 확대하여 보면 도시 시가지처럼 큰 건물, 작은 건물들의 정연한 배치인 양,
또는 양각, 음각된 돌들이 주상절리된 협곡의 단층처럼 일정한 패턴의 구조를 드러내게 된다. 이제 전극을 달고 여기에 전기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기능 집적체인 메모리, cpu, 로직 게이트 등등의 각종 소자(element)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때 각 구조체들은 기본적으로 발현 기능상 L,R,C 3개의 단위로 분류할 수 있는데,
R은 resistance니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체요,
L은 reactance, C는 capacitance니 에너지를 품고 뿜어내는 주체가 된다.
L,C는 본질적으로 같으나 위상이 앞서거니 뒤서 다를 뿐이다.
반도체는 본원적으로 물자체의 관계구조인 공간적 특성에 의해 기능이 발현된다.
그런데 여기 L,C에서 보듯이 위상 lag, lead의 시간적 특성을, 제작 목표에 따라 적의 조정 통제함으로서 교묘한 전자기적 효과를 얻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이 삼자가 전자기(electromagnetic) 에너지를 통제, 조절하여 특정 목적의 기능을 구현하게 된다.
그런데, L,R,C 이게 특별한 게 아니고, 단지 물재료(si,ge)들의 기하학적 구조만 만족하면 그 특징들을 발현하게 되는 것이니, 위 석진(石陣)에서의 돌무더기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이 L,R,C를 조합하여 flipflop이란 단위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이게 특정 상태(state)를 기억하는 특성이 있으니 이는 곧 메모리 소자를 만드는 기초 단위가 된다.
애초에 삼성전자(舊삼성반도체)는 이 메모리소자를 만드는 것으로 출발하였으니, 따지고 보면 석수쟁이, 돌장사와 다를 바 없다.
위에서 메모리의 특정 상태라고 간단히 말한 이게 무엇인가 ?
규정 짓기 나름이지만, 현재 정립된 정보의 최소단위인 bit는 0,1의 2state를 분별한다.
이 2state를 flipflop으로 기억을 할 수 있게 고안한 것이 아주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를 교두보로 정보를 이제 양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bit는 4state, 4bit는 16state, 8bit는 256state, 16bit는 65536state....
이리 가없이 정보 취급량을 늘려 가면 필요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따지고 보면 주역의 체계와 별로 다를 게 없다.
여기 기호체계, 코드, 디코드란 기호변환 문제, 작업 우선순위 등등의 기술적인 조작(manipulation) 처리에 관한 문제가 따르지만,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여기서는 약한다.
또한 cpu는 사람으로 치면 뇌에 해당되는 것이요, 그 핵심인 ALU(arithmetic logic unit)는 대뇌에 해당되는 것이니 이 역시 adder 등의 가감승제 산술단위, and-or-xor-not 등의 로직단위로 구성되는 것이니 이게 모두 돌덩이 구조체임에 매한가지다.
그 외 심장(박동)에 해당되는 clock(crystal oscillator)은 수정 박편(薄片)으로 만드니 이 또한 돌에 불과하다.
이들을 pcb(printed circuit board)에 올려 각 기능소자들을 적재(積載)하니 이를 일러 컴퓨터의 hardware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돌덩이에 불과하니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human interface가 필요하고 그게 즉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런 물적 관계 사이에 개재하여 운영자 또는 구체적 활용(utility) 역할을 하는게 software이니 이게 사람으로 치면 정신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
이렇게 볼 때 석진(石陣)과 반도체 나아가 컴퓨터가 근원적으로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다만 팔진법의 그 석진(石陣)은 어복포 모래밭에서 돌무더기를 쌓아 십만 병졸을 대(代)하였음에 불과하나, 현대의 컴퓨터는 거대한 자본과 기술을 총체적으로 엮어 공장에서 상품이란 이름으로 찍어내니, 누구라도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음이다.
그런데 석진은 어복포에 그냥 덩그런히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일진광풍이 일고, 창칼이 되나 현대의 반도체는 외부에서 반드시 전기를 통해야만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게 고대는 정신이 순연하즉, 천지간 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접응하였으나,
지금은 인심이 이악스러워 천지간 기가 응하지 않으니, 필경은 강제로 전기를 만들어 넣어주어야 통함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실제 컴퓨터 본체를 뜯어보면 cpu나 그래픽 구동 칩 머리위에는 fan이 달려 있다.
이게 무엇인가 ?
방열 장치인 게지만, 그 물성의 한계 이상으로 혹사시키며 부려먹기 위해
열을 식히며 이들을 지속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끔찍한 장치인 것이다.
bongta는 이 정경을 보며 마치 조침문의 유씨부인(兪氏夫人)처럼 질곡에 갇힌
가련한 그들을 위해 위로문내지는 참회문을 바치고 싶어진다.
microprocessor를 이용한 자동제어 장치가 한참 만들어질 당시만 하여도
cpu에 해당하는 microprocessor에 직접 fan이 달리지는 않았다.
컨트롤러 통에 환풍기는 달렸을지언정, 그리 비참하게 머리 위에 주리 틀듯
뒤집어 씌우지는 않았던 것이다.
최소한 당시엔 염치가 조금은 남아 있었다.
물성 개량도 모자라, 이리도 모질게 동원하고 있는 세상.
좁은 울타리에 꼼짝도 못하게 가두고 항생제 쳐넣어 증체만을 기도하는 목.축.공.장 업자들.
값싼 재료에 몇몇 화학물질 넣어 천하에 가장 맛있는 과자로 변신시키는 매직션 과자업자들.
비닐을 채썰 듯 농토에 갈아 넣는 엇그제 우리 밭 前농부.
난 두렵다.
이에 장자의 다음 얘기를 상기하며 삼가 경책하고자 한다.
장자가 조릉이란 곳에서 거닐고 있을 때, 이상한 까치 한 마리가 남쪽에서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날개가 일곱 자나 되는데다, 눈의 직경이 한 치나 되어 보였다. 장자의 머리를 스치더니 저쪽 밤나무 숲에 내려앉았다.
장자가 말했다.
"저것은 무슨 새일까? 날개가 저리도 큰데 날지도 못하고, 눈이 저리도 큰데 사람도 보지 못한담?"
장자는 바지를 걷고 잔걸음으로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활을 뽑아 들고 그 옆에서 서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한 마리의 매미가 시원한 그늘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흥나게 울고 있었고,
그 뒤로는 한 마리의 당랑(螳螂,사마귀)가 잎사귀에 숨어 매미를 노려보느라 정신을 쏟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뿐인가? 그 뒤로는 아까 보았던 괴이한 까치가 이제는 그 사마귀를 노리느라 식욕에 탐한 나머지 얼을 놓고 있지 않는가!
장자는 소스라치게 놀라 말했다.
"아 생물이 서로가 이익을 위해 침해하고 남을 모해(謀害)하다가 결국 자기가 위태롭구나!"
활을 내던지고 돌아섰다. 이번에는 과원지기가 밤을 훔치는 줄 알고 욕을 퍼부었다.
장자는 집에 돌아와 삼개월이나 우울한 채 날을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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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댓글 모음
hhh :
중국 사람 고유의 위대한 뻥..
과대포장아닐까요?
bongta :
아시다시피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는 다릅니다.
본글에서 거들은 삼국지는 삼국지연의의 축약이니 정사인 삼국지의 각색 소설판입니다.
한국의 김운회 교수가 삼국지의 바르고 굽음을 석갈래내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 부분은 그런 분들한테 넘기고 위에 몇 분이 지적한 뻥에 대한 간단한 소회를 첨언합니다.
그렇다한들 삼국지의 정위(正僞)에 대해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나, 지금은 그냥 사양하지요.
특히 범위를 좁혀 돌무더기가 기를 뿜는 것이 과연 뻥인가를 중심으로 추려봅니다.
등산을 하다보면 진한 화장품 냄새를 풍기며 산을 오르는 여인네들을 심심치 않게 만납니다.
이 지분 냄새가 땀 냄새와 섞이면 퀴퀴하기까지 합니다. 본인들은 알려나 ?
멋 내느라고 화장하는 것뿐이 아니고 햇빛에 탈까봐 그리한다고 합니다만 여인네 화장품 냄새 자체를 꺼리는 bongta로서는 더욱 편치 않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미스코리아는 아닌즉 멋을 아무리 내도 수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뒷 모습을 보며 내려오다, 울컷 맘이 아려옵니다.
짧은 다리, 굵은 허리를 보는 순간 그 불균형이 흉한게 아니라 외려 맘이 아파옵니다.
저들을 모두 어여쁘게 만들어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담장을 넘지 못해 발돋움 하지만,
키가 미치지 못하여 이내 지붕밑으로 떨어지는 박덩이들의 안타까운 몸짓들.
달빛 속에 핀 하얀 박꽃을 보셨습니까 ?
달나라에서 내려온 항아(姮娥)인듯 몽환적인 은빛에 넋을 잃을 지경이지요.
그들이 낯에 제 손을 갈말아 쥐고 지붕을 오르려 합니다만 대부분은 담장 밑, 굴뚝 틈에 남겨지기 일쑤지요.
일순 그 여인네들이 모두 박의 환영들로 보이는 것입니다.
제가 스스로 서러워 불현듯 꼭 안아 주고 싶은 영혼들입니다.
산중에서 곡주라도 한잔 들이키고 내려올 때는 더욱 안쓰러워 보듬고 같이 울어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여인네들을 이리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싶은 것입니다.
bongta는 이리 주제 넘게 오지랖도 넓습니다.
산중에는 제가 늘 쉬는 너럭바위가 있습니다.
그 너럭바위 밑 계곡 기슭에 우리 강아지 유분(遺粉)이 숨어 있습니다.
한 수저도 못될 그리움의 실체가 그 계곡을 안개처럼 은은히 번져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자 마자 바로 저희 집 앞 동산을 오릅니다.
산에 버려진 강아지가 은신하는 곳.
저와 그만 아는 그 곳.
그가 잠시 출타하였을 때,
그가 드나드는 나들목,
지금 한창인 진달래, 개나리 꽃나무마다,
서러움과 아픔이 가날프게 걸려 있습니다.
전 가만히 눈으로 그들을 쓰다듬습니다.
올해 비로서 개나리꽃이 이리 아름다운지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가까이서 살 부비며 짱아와 함께 개나리꽃을 동무하니,
그의 사연이 가슴 결에 상처처럼 옹이집니다.
박, 진달래, 개나리, 여인네, 계곡 틈에서
서러움, 그리움이 스며 나온다는 게 저에겐 뻥이 아닙니다.
묻습니다.
길가다 복숭아 뺨에, 누에를 포갠 양, 가지런한 입술에
갑자기 잊고 있었다는 듯, 도발적으로 불 붙여 붉은, 루주를 보고
함뻑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은 적이 그대는 없습니까 ?
갈녁 들판에 허허로히 서 있는 허수아비 보고 울컥 가여운 생각이 든 적이 없습니까 ?
노란 단풍, 은빛 바람, 교교한 달빛, 한 줄금의 소낙비, 광인의 천둥...
그대, 소리를 봅니까 ?
청음자(聽音者)는 뻥을 듣지만,
관음(觀音)을 아는 이는 다만 소리를 볼 뿐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청맹과니 당달봉사가 가득입니다.
때문인즉 뻥을 듣는다 함은 실로 부끄러운 자기 고백일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곡차 한 잔에 신파가 한 주발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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