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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벌레

소요유 : 2016.03.21 20:12


농장 입구에 서 있는 미루나무 하나가 해 걸러 수년 째 수난을 당하고 있다.

한전에서 가지치기를 행하는데 내게 통고도 없이 가지를 치고 몸통을 잘랐다.

게다가 울타리를 무너뜨리고, 무지막지한 트럭으로 농원 바닥을 패놓는다.

출입구 개폐용으로 걸어 놓은 쇠줄을 무단히 벗겨,

도로가에 내동댕이 쳐놓고 사라지기도 한다.

작년엔 내가 없는 사이 이런 상태로 근 한 달간 농장이 외부에 열려져 있었다.


지난 2010년, 2012년, 2015년 누차에 걸쳐 이런 일들이 똑같이 벌어졌다.

(※ 참고 글 : ☞ 2010/11/22 - [농사] - 안하무인 한전 가지치기

                    ☞ 2012/03/20 - [농사] - 안하무인 한전 가지치기 2

                    ☞ 2015/08/16 - [농사] - 안하무인 한전 가지치기 3)

나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위인인지라,

전력 문화의 신세를 지고 있다.

하지만 대세(對世) 배타적 권리인 재산권이 타자에 의해 무단히 침해당할 이유는 없다.

아무리 시골 농장이라지만 최소한 사전 통보는 하여야 하고,

양해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 때마다 한전 직원은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 약속이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2015년에 이런 일이 또 일어났는데,

이 때 접촉한 한전 직원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이는 입에 단꿀을 바른 듯,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고 공언하였다.

그 때 이리 약속을 하였다.


1. 가지치기 작업 중 나온 나무를 가져다주겠다.

2. 전봇대를 옮기겠다.


그들은 남의 나무를 잘라 몽당연필로 만들어 놓았다.

내가 홧김에 저것 원상회복 시켜놓으라 하였다.

이거 물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 타협으로 다른 나무로 벌충하기로 하였다.

내가 멀쩡한 나무 팔을 잘라내고,

제 아무리 금나무, 은나무를 얻은들 결코 성에 차질 않는다.

그저 녀석들의 횡포가 괘씸하고, 화가 가시지 않는데는 변함이 없다.


겨우내 쇠사슬을 자물쇠로 잠그지 않고,

그냥 기둥에 걸쳐놓기만 하였다.

혹시라도 내가 없을 때 저들이 나무를 싣고 들어온다면, 그냥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행이 되지 않고 있다.


전봇대 역시 한전 직원은 만나자 마자,

먼저 호기를 부리며 틀림없이 옮겨가겠다 하였다.

그런데 이 역시 지금껏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이자와 통화를 하였다.


자기는 지금 다른 지사로 가 있단다.

반년이나 지났는데 그 동안 무엇을 하였으며,

어찌하여 연락을 하지 않았는가?


떠난 이와 더 이상 무슨 의논을 하리.

업무를 새로 맡은 직원과 만나도록 주선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소식이 없었다.


그래, 내가 한전에 직접 연락을 취하여,

새로운 담당자를 찾아내었다.

그이와 어제 밭에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전 직원은 왜 이리도 불성실하고 무책임한가?


새로 만난 직원 역시 후임자로서,

떠맡게 된 이런 미제(未濟)의 일로 힘이 드는가 보다.

그가 나를 보자 자신이 일을 온전히 처리하겠다 공언을 한다.

그래 내가 말하였다.

그대는 한전 직원이 아닌가?

내 이제껏 한전 직원으로부터 속아왔는데,

처음 만난 한전 직원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일주일 말미를 줄 터이니 제 말을 입증하라 하였다.


내가 전임자를 두고는 오두 편을 이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리저리 꿀 바른 말로 휘갑칠을 하며, 일을 덮으며 넘어간다.

그리고는 이임을 하며 나머지 일을 후임자에게 떠넘긴다.

조직의 위신은 깎일 대로 깎이지만,

자신은 일품을 줄일 수 있으니,

득이라 생각하는 것일까?


오두(五蠹)

다섯 좀벌레.


학자(學者)

언담자(言古(談)者)

대검자(帶劍者)

환어자(患御者)

상공지민(商工之民)


좀벌레는 제가 몸을 의탁하고 있는 섬유 조직에 구멍을 내고,

제 알을 까놓으며 사사로운 이익을 꾀한다.

그리고는 종내는 조직을 와해시킨다.

제 존재의 근거조차 허물고 마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내가 애초부터 전봇대를 옮겨가라 하지 않았다.

이것 하나 옮기는데 비용이 적지 아니 든다.

저들 한전 직원은 2010년도에도 청하지도 않았는데,

자진하여 전봇대를 옮겨가겠다 하였다.

그래 내심으로 저들이 사기업이라면 이리 호기를 부리겠는가 싶었다.

나와 교섭하여 어떻게 하든 그냥 놔두게 하고,

시간을 벌려 하지 않겠음인가?

차지료(借地料)를 부담하는 것도 아닌데,

거금을 들여 전봇대를 옮길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아마도 저들은 전봇대를 이용하는 케이블TV 망 업자, 관내 군청, 경찰 CCTV망 설치자로부터,

일정분 이용료를 받지나 않을까?


내가 피해자이지만 전봇대를 옮기라고 호통을 칠 정도로 무지막지한 위인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정식으로 요구하였다.

저들에겐 더 이상의 배려가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는 바임이라,

그렇지 않다면 공문을 받아든 민원 부서나 감사 조직이나, 

이 사태를 어찌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인가?


그러니까 저 전임자는 내 앞에서 호기를 부리며,

회사 돈으로 위세를 벌이되,

자신은 번거로운 짓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말이렷다.

게다가 시간을 흘려버리며 슬그머니 눙쳐버리고는,

민원인의 이해는 상관치도 않는다.

그 뿐인가 때 되어 자리를 옮겨가면 그 뿐인 것이라,

이때에 이르면 그 일은 후임자에게 넘어가고 만다.

개인으로서는 제법 수지가 남는 셈법이라 여기고 있을 터이다.


내가 한비자를 공부하는 이인데,

이를 목전에 두고, 

어찌 오두 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是故亂國之俗,其學者則稱先王之道,以籍仁義,盛容服而飾辯說,以疑當世之法而貳人主之心。其言古(談)者,為設詐稱,借於外力,以成其私而遺社稷之利。其帶劍者,聚徒屬,立節操,以顯其名而犯五官之禁。其患御者,積於私門,盡貨賂而用重人之謁,退汗馬之勞。其商工之民,修治苦窳之器,聚弗靡之財,蓄積待時而侔農夫之利。此五者,邦之蠹也。人主不除此五蠹之民,不養耿介之士,則海內雖有破亡之國,削滅之朝,亦勿怪矣。

(韓非子, 五蠹)


“이런 고로, 어지러운 나라의 풍속이 (이러하다.)


그 학자들은 선왕의 도를 칭송하는 즉,

인의를 빙자하고, 옷차림을 성대하니 차리고서는, 변설을 꾸며,

당대의 법을 의문 나게 하고, 군주의 마음을 회의케 한다.


그 유세자들은 거짓을 세워 말하고, 밖으로 힘을 빌려서,

삿됨을 꾀하여, 사직의 이익을 잃고 있다.


검을 옆구리에 찬 자들은 무리를 모아, 의리를 내세우며,

그 이름을 드러내, 관의 금하는 바를 범하고 있다.


측근에 있는 자들은 개인 세력자에게 친분을 쌓아, 

뇌물을 보내고, 중요한 자리의 인사 청탁을 받아들여, 

(정작) 힘든 노고를 (그 공적을) 물리친다.


상공(商工)인들은 조악한 물건을 고치고, 비싼 재물을 모으며,

때를 기다려 농부들의 이익을 빼앗는다.


이들 다섯은 나라의 좀벌레이다.


군주가 이 다섯 좀벌레들을 제거하지 않고,

강직한 이들을 길러내지 못한다면,

천하에 깨지고 망하는 나라와,

깎이고 멸하는 조정이 있더라도,

역시나 괴이할 바가 없음이다.”


주변에 이러한 좀벌레가 없는가 가만히 점검해보라.

어느 조직이나 이러한 이들이 숨어 있다.

무릇 경영자라면 이들의 준동(蠢動)을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대책과 조치를 강구하여, 

조직을 좀벌레로부터 보호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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