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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면시비와 식자우환

농사 : 2020. 3. 21. 23:34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을 글자대로 해석한다면,

글자를 아는 것이 되려 걱정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 識者가 아님에 유의할 것.)

본의는 어설피 알기에, 그것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차라리 몰랐으면 더 나았다는 말이 나온다.


내가 어느 곳에 들렀더니,

농부 하나가 영양제라면서, 봉투 하나를 높이 들고,

기염을 토하며 자랑을 한참 하고 있더라.


그것을 두고, 보약 운운하며,

마치 천하의 명약이라도 손에 넣은 듯 희색이 만면 가득하다.

저것은 미량원소 위주로 처방된 것이로되,

엽면시비(葉面施肥, Foliar Feeding)로 식물에게 투여한다는 것이다.

저이를 보자, 문득 식자우환이란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참으로 요상한 일이 아닌가?

식물이란 본디 흙에 뿌리를 박고,

그를 통해 양분을 흡수하지 않던가?

헌데, 광합성 기능이 제 전문 분야인 잎을 통해,

양분을 흡수케 한다니, 

이는 뿌리의 일을 빼앗고,

곧, 제 직분에 충실치 못하고 말 일이다.


소를 키운다고 할 때,

입에 맞는 것을 주면 족할 일이지,

증체(增體)를 꾀할 요량으로,

똥구멍에다 호스를 박고,

잔뜩 영양제를 펌프질하여 처넣겠음인가?


본디 엽면시비는,

1950년대 미시간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의 연구에서 유래한다.

Dr. Tukey는 원자력연합위원회와 함께 각 영양소의 이동, 흡수 경로를 추적하였다. 

그 결론은 잎이 효과적인 흡수 기관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그 흡수량이 상당히 작지만, 효과는 높다고 발표하였다.

그러자, 업자들이 나서서, 이 사실을 뻥튀기며 난리를 쳐대었다.

즉 잎은 토양을 통한 흡수보다 8, 10 나아가 20배나 뛰어나다.

이리 외쳐대며, 농부들을 미혹에 빠지게 하였다.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여기 들어 내 말을 따르면,

곧 영생을 얻고 휴거에 들게 된다.

이 말과 거지반 같지 않은가?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을 아는가?

이게 해석은 구구한데,

어떤 것을 따르든, 배부르게 먹은 이들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이 사실을 기초로 신화, 기적으로 이야기는 마구 확대 전개된다.


농장 개설 초기, 여호와증인이 사흘이 멀다 하고 찾아 왔다.

나를 전도시킬 요량이겠지만, 

한 번도 싫다 내색하지 않고,

차를 내어 대접을 하였지만, 

쉬이 곁을 내주지는 않았다.

어느 날 늘 찾아오던 이가 동료 하나를 더 데리고 왔다.

그가 말하길, 불교는 뻥이 세고, 가당치 않은 설정이 많다며, 빈정되었다.

이야기를 다 듣고, 그럼 오병이어는 뻥이 아닌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였다.


불교든, 기독교든,

저것은 상징 지시 기호이자, 설정일 뿐.

이를 통해 보다 깊은 신심을 일으키고,

진리를 파지(把持)하려 용기를 내면 족하다.

그것을 두고 내 것은 기적이고 남의 것은 뻥이다라며,

본질을 벗어난 일에 빠질 일이 아니다.


자자 다시 돌아온다.

잎으로 흡수하는 양은 적지만, 효과는 크다라는 연구 결과를 두고,

엽면시비 업자들이 다투어 8, 10, 20배 효과가 뛰어나다.

이리 뻥을 치며 팡파르를 울리니,

아연 엽면시비는 오병이어의 신화, 기적으로 나투게 된다.


그러자, 글자를 아는 농부들이,

깃발 높이 들고, 꽹과리를 치며 따르며,

연신 칭송가를 불러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함이니, 내, 어찌, 식자우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으랴?


기실 제대로 말하자면,

엽면시비는 만병통치, 보약, 명약이 아니다.


엽면시비는 잎에 액제로 주기에, 땅으로 주는 것보다는,

사뭇 많은 양을 투여할 수 있는 양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서, 

뿌리를 통해 식물 전체로 이동, 수송되는 것에 비해,

잎을 통한 후, 그 전달 경로가 더 효율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잎에 뿌려진 액제는 조직 근처에 머무를 뿐, 잘 움직이지 않는다(immobile).

아무리 많이 흡수하면 뭐하는가?

조직 근처에 머무르기만 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뿐더러,

이하에서 알아볼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실제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그 효과는 식물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토양 조건이 영약학적 제한에 처하였을 경우,

수확기에 접어들었을 때, 일시 효과를 볼 수는 있다.


가령 알칼리 토양일 경우, 

금속원소 즉, 철, 마그네슘, 아연, 구리, 마그네슘, 몰리브덴, 붕소, 칼슘 등은,

녹아있지 못하여 흡수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엽면시비를 통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지적한 부동성(immobile) 때문에,

잎에 가까운 열매엔 효과를 혹 볼지언정, 

뿌리나 수체 몸통까지 제대로 수송이 되지 못한다.


엽면시비를 연구한 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것은 특별하고도, 임시적 조치일 뿐이지,

더 본질적인 토양을 통한 총체적 영양 경영 문제를 완전 해결할 수 없다.


게다가 질소, 인, 칼륨 등 대량으로 필요한 원소의 경우,

비록 이들 원소가 식물체 내에서 비교적 잘 이동한다고 하여도,

이를 잎을 통해서 충분히 공급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또한 농도가 과하면, 자칫 잎을 태울 수도 있다.

즉, 수분이 증발되어, 염기가 잔류하게 되면 이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그렇다고 농도를 엷게 하면, 투입 노동이나 비용 측면에서 절약적이지 않다.


식물에 따른,  

큐티클(cuticle)의 두께, 기공의 저항성, 유전학적 특성의 차이로,

흡수율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비닐하우스에 키울 경우는 노지에 비해,

큐티클이 얇고, 다공성이기에,

엽면시비는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건조한 환경일 경우,

일반 환경에 비해 큐티클은 두껍고, 투과성이 약해진다.


그러하기에, 작물은 적재적소에 심을 일이지,

토양 조건을 무시하고, 아무런 것이나 심을 일이 아니다. 

가령 블루베리 같이 혐석회성(calcifuge) 식물은 산성 토양에 심을 것이지,

공연히 알칼리 토양을 개량하여 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다시 지적하거니와,

옆면시비는 임시적, 보충적 방편 기술일 뿐,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총체적 해결책이 아니란 것을 명심할 일이다.  


변방을 기웃거리며, 본질을 잊어서는 아니 되겠다.

그보다는 토양을 비료 따위를 퍼부어 괴롭히고, 착취하려고 혈안이 되기보다,

본원적으로 어찌 정갈하게 유지하고, 

천년 숲과 같이 그윽하고 유장한 상태로 돌아가게 할 것인가를 염려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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