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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불망보(施不望報)와 역성공다(力省功多)

카테고리 없음 : 2023. 3. 1. 10:24


나는 세칭 처세술 관련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이런 처세술은 자칫 본말을 그르쳐 얄팍하기 짝이 없는 인간을 기르게 된다.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면 처세술 관련 책은 언제나 앞쪽에 죽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고전은 서가 뒤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숨겨져 있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발타자르 그라시안에 관한 영상이 자주 올라오기에,
우연히 둘러보게 되었다.
게서 소개하는 그이의 가르침이 아연 가슴에 와닿았다.

표피적인 여느 처세술과는 다르게,
그의 인간관은 고고한 이상의 구름 위를 거닐거나,
위선에 쩔은 도학자들의 말과는 다르게,
인간성의 본질을 전격 가로질러,
직절(直切)하되 통찰력 깊게 서술하고 있다.

하여 일단은 그와 관련된 책을 구할 수 있는 한 모두 구하여 두었다.
이제 한 철 들어앉아 독파하여 그를 관통하려 작정하였다. 

나는 이제껏 한비자만을 사모하였음인데,
그라시안의 사상도 얼핏 그와 궤를 같이하는 구석이 있는 양 싶었다.

지금 그의 책들을 통독하고 있는데,
애초의 생각과는 다르게 차츰 그는 한비자에겐 족탈불급임을 알겠더라.
하여 속독으로 그를 급히 지나치려 생각을 고쳐먹고 있다.

通人物,達四海,塞天地,亙古今
아아, 한비자를 다시금 사모하지 않을 수 없음이라.

허나, 그라시안이라고 어찌 마냥 허랑되기만 하랴?
그의 글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 때엔,
향후 소개할 수도 있겠음이다.

오늘은 그 첫째로 그의 책 가운데 마주친 글귀 앞에 마주 선다.

내가 삶의 준칙으로 삼고 있는 것 하나가 있음이니,
이는 이미 진작에 글로 나타내본 적이 있다.
(※ 참고 글 : ☞ 시불망보(施不望報))

이 시불망보와 견주어, 그라시안의 생각은 어찌 다른가?


불행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아우성을 치는 사람에게 섣불리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마라. 그들의 목소리는날카롭고 절박해보이지만 실은 불행의 하중(荷重)을 대신 짊어질 사람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무언가 청할 줄만 알았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는 조금치도 생각하지 않는다.이런 사람들은 설령 과거에 협박을 했거나 속인 적이 있는 상대에게도 인정이 많다고 느끼면 교묘하게 연을 맺어둔다. 우리의 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은 채로 불행을 겪는 사람을 구하려고 한다면 먼저 침착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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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을 기다리게 하고 그들의 입에 감미로운 뒷맛을 남겨라.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되 갈증을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마라. 기대를 전부 충족시키지 말고 기다리도록 만들라. 기다림은 욕망을 더 키우는 효과가 있다.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기다림을 통해서 증폭되는 법이다.

포만감을 느끼도록 쾌락을 섭취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혜의 기술)


그라시안의 생각은 이미 관중에게서도 보여졌다.


忽邢國遣人告急,言:“狄兵又到本國,勢不能支,伏望救援!”
恒公問管仲曰:“邢可救乎?”

管仲對曰:“諸侯所以事齊,謂齊能拯其災患也。不能救衛,又不救邢,霸業隕矣!”
恒公曰: “然則邢、衛之急孰先?”

管仲對曰:“俟邢患既平,因而城衛,此百世之功也。”

恒公曰:“善。”

即傳檄宋、魯、曹、邾各國,合兵救邢,俱於聶北取齊。
宋、曹二國兵先到。

管仲又曰:“狄寇方張,邢力未竭;敵方張之寇,其勞倍;助未竭之力,其功少,不如待之。
邢不支狄,必潰,狄勝邢,必疲。
驅疲狄而援潰邢,所謂力省而功多者也。”

桓公用其謀,托言待魯、邾兵到,乃屯兵於聶北,遣諜打探邢、狄攻守消息。

어느 날, 홀연 형(邢)나라가 제나라에 사람을 보내와 급히 고했다.

“적(狄,오랑캐)이 또 우리나라를 쳐들어왔습니다.
저희는 세가 약하여 감히 지탱할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

제환공이 관중에게 묻는다.

“형나라를 구해야 할 노릇인가?”

관중이 대답하여 아뢴다.

“여러 나라 제후가 우리 제나라를 섬기는 것은 제가 저들의 재앙과 환란을 구해주기 때문입니다. 
지난번에 위(衛)나라를 구해주지 않았고, 
이제 또 형나라를 구해주지 않으면 패업을 이루는데 손상이 갑니다.”

제환공이 묻는다.

“그렇다면 형나라를 먼저 도와야겠소? 
아니면 위나라를 먼저 구해야겠소?”

관중이 대답하여 아뢴다.

“형나라부터 도와준 후에, 
위나라에 성을 쌓아주면 이는 백세의 공이 될 것입니다.”

제환공이 말한다.

“옳거니!”

즉각 노, 조, 주나라에 격문을 보냈다. 
섭북(聶北)에 모두 모여 우리 제와 군사를 합한 후,
형나라를 구하자는 것이었다. 
송, 조나라 군사가 먼저 당도했다.

관중이 또 아뢴다.

“적(狄)이 바야흐로 기세가 뻗치고 있습니다. 
형나라는 아직 완전히 기진맥진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적군의 기세가 클수록 우리의 노고는 배가됩니다. 
아직 형나라의 기세가 다하지 않았는데 그를 도우면,
그 공이 적으니 조금 더 기다림만 못합니다. 
형나라가 적(狄)에게 밀려 지탱하지 못하게 되면 필경 궤멸될 것입니다. 
적(狄)이 형나라를 이기면 필시 피로할 것입니다.
피로한 적(狄)을 치고, 궤멸되는 형나라를 구원하면,
힘을 아끼면서 공은 크게 세울 수 있습니다.”

제환공은 관중의 이 꾀를 채택했다.
노, 주나라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핑계를 대고는,
섭북 땅에서 둔을 쳤다.
그리고는 첩자를 보내어 형나라와 적(狄)의 형편을 살폈다.

(출처 : haninpost)

오늘날 러우 전쟁에서도 우리는 관중의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서방 언론에 포섭된 인민들은 러시아는 악, 미국은 선이라 여기고 있지만,
사태의 본질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우크라이나는 기실 실에 매달려 움직이는 마리오네트에 불과하다.
인형 놀음에 한눈을 팔지 말고,
그 줄을 따라가다 보면 거기 미국이 있음을 이내 알게 된다.
젤렌스키는 영웅이 아니라 천고의 대역죄인이다.
인민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국토를 파괴시킨 주범이다.

이런 가운데도 기득권자들은 무기를 팔아먹고, 외환을 국외로 빼돌리며,
부패를 일삼으며 제 배를 두드리고 있다. 

미, 러, 우란 나라가 아니라,
세계 만민은 다만 고통 속에 놓인 당체 그 인민들과 함께하여야 한다.

본의 아니게도,
시불망보로부터 시작된 주제의식이,
마지막에 묘한 곳으로 흘러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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