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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한 장 공간

소요유 : 2012.08.19 10:25


여기 시골에서 귀농한 분을 우연히 만나 몇 차 교류를 한 적이 있다.
그 분은 양계장을 운영하신다.

무창계사(無窓鷄舍)를 짓고는 다량으로 입식하여 키우는 양 싶다.
말씀하시길 한국엔 마땅한 자료가 없어 덴마크인가 서구쪽 자료를 챙겼는데,
거긴 단위 면적당 여기보다는 배는 더 많이 넣고 키운다고 한다.
내 관심이 없어 자세히 듣지 않았지만,
저들에겐 가능 한 많이 구겨 넣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가 보다.
당연 단위 생산비가 절약될 터이고 이문은 많이 남을 터이다.

다 기른 닭을 처음 내갈 때 부부가 눈물을 흘리셨다 한다.
그러한데 지금 그 분은 이리 말씀하신다.

"저 닭은 인간의 식량일 뿐이야."

사람 좋아 보이는 그 분.

저 눈물과 식량이라 이름 짓는 공간, 그 양 끝단의 거리는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 인간엔겐 한 치에 불과할런지 몰라도,
닭들에겐 삼천장(三千丈)이라 할지라도 헤아리기엔 부족하리라.

실상을 알려면 한번 방문하여 살펴보아야 할 터인데,
썩 기분이 내키지 않아 미루고 있다.

그런데, 어제 기사 하나를 보게 되었다.

"☞ 공장식 축사 재앙은 인간에 돌아온다
닭 한 마리에 A4 한 장 공간, 이게 동물 복지?"

닭 한 마리에 A4 한 장 공간

아, 이 말씀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혀든다.
정녕 우리가 이리 살아도 괜찮은가?

이번 폭염에 닭이 죽어나갔다고 하는데,
저 지경이면 아니 죽어나가는 것이 외려 비정상이 아닐까 싶다.

惻隱之心 人皆有之, 無惻隱之心 非人也。

‘측은지심은 사람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다.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맹자의 말씀이다.

조금 더 그 언저리를 살펴본다.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皆有怵惕惻隱之心;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非所以要譽於鄉黨朋友也,非惡其聲而然也。由是觀之,無惻隱之心非人也,無羞惡之心非人也,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누구나 두려워 측은한 마음을 일으킨다.
이는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요,
무리 친구들에게 칭찬을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며,
그 어린아이가 지르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도 아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측은지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수오지심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 .....”

사람의 마음은 우물 같은 것.
거기 누가 돌보지 않아도, 누가 물줄기를 설치한 것도 아님에도,
연신 샘이 솟는다.

그 샘을 가만히 치어다보면,
거기 하늘 구름이 떠가고,
세상 만사가 비추어 흐른다.
애초, 누구나 그 샘물은 맑고 깨끗하였을 만,
어찌 지금은 이리 이악스럽게 그저 앞으로만 달려 가고 있는가?

이를 일러

狂妄馳騁(광망치빙)이라 한다.

그야말로,
사람들은 미쳐 망령되어 그저 냅다 달려 나가기 바쁘구나.

無惻隱之心非人也

이 삼엄한 말씀 앞에,
어찌 두려운 마음을 내지 않을손가?

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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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유시인 2012.08.19 11:54 PERM. MOD/DEL REPLY

    우리 사무실 근처엔 털이 북슬북슬한 숫캐 한 마리가 늘 목줄에 매여 있습니다.
    염복더위에도 어느 땐 그 털 때문에라도 무더울 텐데 싶어
    측은지심의 눈초리로 살펴볼 때가 더러 있었지요.
    어제는 알탕을 먹고 알 약간과 메추리알 서너 개를 그 개에게 갖다주었습니다.
    순한 개라 턱 밑으로 먹을 걸 들이댔다가 바닥에 내려놨지요.
    냄새만 맡더라고요.
    그래서 껍질을 까주려고 알을 건드리려는 순간 내 오른쪽 팔뚝을 꽉 무는 겁니다.
    놀래서 팔뚝을 살펴보니 구멍이 두 개가 뻥 뚫려 있고 피가 나는 겁니다.
    오늘도 근처를 지나며 그 개를 살펴보렸더니 철문이 잠긴 집안에 갖혀있는지 보이지 않더군요.
    주인되는 할매가 어제 그 개한테 물린 걸 목격했는데
    혹 나 때문에 그 개를 어찌 할까 걱정됩니다.
    지금 팔뚝이 퉁퉁 부어있으나 목숨에는 큰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
    내가 물린 것 역시 내 잘못이라 그 개를 미워할 리도 없고,
    오히려 그 개가 나로말미암아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됩니다.

    오늘 아침엔 출근길엔 좀처럼 따라붙을 생각을 않던 예삐가 골목길까지 따라나서는게 아니겠습니까.
    훼~ 훼~!
    쫒았으나 여전히 눈에 밟히는 겁니다.

  2. bongta 2012.08.19 12:28 신고 PERM. MOD/DEL REPLY

    제 글 '병법과 강아지' - http://bongta.com/715
    그 때 그 장면이 생각나는군요.

    "팔뚝이 퉁퉁 부어있으나 목숨에는 큰 지장은 없어 보입니다."

    과연 이리 말씀하실 정도라면 목숨은 잃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대개는 요즘엔 예전과 달리 별반 걱정이 없습니다만,
    혹 피를 통해 병이 옮겨올 수도 있기 때문에,
    물리면 피를 한참 짜내는 것이 좋지요.

    돌아오실 때까지,
    예삐가 그럼 혼자 집을 지키는가 봅니다.
    자유롭게 풀어두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3. 은유시인 2012.08.20 19:05 PERM. MOD/DEL REPLY

    그저께
    밤9시쯤 집 근처 골목시장에서 예삐 주려고 생닭 한 마리를 6천원 주고 샀습니다.
    여 주인 얘기로는 요즘 닭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엔 4천원짜리 처럼 작아보이는데 말입니다.
    예삐랑 산책을 하기 위해 닭을 1시간만 보관해달라고 했더니
    여주인은 아무 걱정 말라더군요.
    그런데 40여분만에 닭집엘 찾아갔더니 문을 잠그고 없는 겁니다.
    그날 예삐를 위해 푹 고아서 사료 섞여 먹이려 했는데 말입니다.
    다음날 아침 9시30분쯤 찾아갔더니 문을 열지 않았더군요.
    출근 때문에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했는데 10시30분이 지나서야 받더군요.
    두번이나 헛걸음 했다며 밤 9시쯤 찾아가겠다고 했더니
    밤 늦도록 기다리고 있을테니 아무 걱정 말라는 겁니다.
    그래서 8시30분쯤에 찾아갔더니 또 문을 잠그고 없는 겁니다.
    세번씩이나 헛걸음 쳤더니 그 닥을 찾을 생각이 없어지더군요.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약속을 번번이 어기고도 그리 할말이 많습니다.
    틀림없이 따지면 오히려 지가 화를 낼 겁니다.
    거짓말도 예사롭게 지껄이고....
    돈을 환불 받을 생각인데 돌려줄까요?
    적반하장 격으로 생지랄 할까 겁납니다.

  4. bongta 2012.08.20 19:52 신고 PERM. MOD/DEL REPLY

    허허 참으로 난감한 일을 겪으셨군요.

    저도 최근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농원 일 때문에 한참 젊은 녀석과 약속을 하였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어 전화를 하니 지방을 내려가야하니깐 다음 주로 미루자고 합니다.
    지방을 내려가는 일정이 사전에 잡혔을 터인데,
    그러하면 사전에 전화를 먼저 주어 연기된 것을 알려야 도리일 터인데,
    이리 천연덕스러운 태도를 보이니 이자가 영 엉터리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한 주를 넘기고 재차 약속한 날짜에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만,
    전화를 영 받질 않습니다.
    아침나절 다른 일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비워놓고 서성거릴 수밖에.
    그러자 한참 후에 그자한테 문자 하나가 달랑 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지방 일이 늦어지니 죄송하다는군요.
    그리고는 저보고 다음 주중 다시 연락을 해달라는군요.

    나이도 어린 녀석임이요, 약속을 연거푸 어기면서,
    사전에 연락을 먼저 취함도 아니요,
    게다가 저 보고 다음 주중에 다시 연락을 해달라는군요.

    그렇다고 이쪽에서 아쉬운 바가 있는 것이 아니고,
    피차의 거래일 뿐인데 저리 무례하니,
    녀석이 역시나 촌것이구나 싶더군요.

    좀 배운 바가 있는 녀석인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 물에 그 나물이군요.
    거래란, 일이 아니라 사람하고 하는 것인즉,
    저리 인사불성인 녀석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곤란하겠구나 싶어,
    저 거래를 지워버리기로 하였습니다.

    닭집 주인 때문에 예삐가 화가 무척 났겠습니다.
    그집 간판에 붉은 페인트로 오리발을 큼직막하게 그려넣으면 어떠할까 싶네요.

  5. 은유시인 2012.08.21 09:44 PERM. MOD/DEL REPLY

    한국놈들 거짓말 밥먹듯하고,
    약속 어기는 것 또한 식은죽 먹기인지라....
    그런 반면에 그런 놈들일수록 또 얼마나 기고만장하고 자신만만한지...

    "나보다 더 참한 사람 있음 나와보라지?"

  6. bongta 2012.08.21 12:29 신고 PERM. MOD/DEL REPLY

    여기 사람들은 약속을 약속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수작질로 알고 있지요.
    우리가 서로 만나면 한훤(寒暄) 수작(酬酌)질을 하게 됩니다.
    오늘 날씨가 어떠어떠하다 하면서 인사를 나누지요.
    이것을 한훤수작이라 합니다만,
    그저 허사이지 거기 무슨 서로 맺는 뜻이 있는 것이 아니지요.
    제가 가만히 관찰해보니,
    저들은 마치 이런 한헌수작처럼 약속도 그리 생각하는 양 싶습니다.

    그저 책임질 일도 없고 그냥 심심하니 주고 받는 수작질, 헛소리로 여기는 것이지요.
    영 촌놈짓거리지요.
    백년하청이라.
    저들이 스마트한 인간이 되는 것은 연목구어지요.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언제나 잊지 않으면 가히 된사람이라 할 수 있다."

    항차 방금 오늘 한 약속도 부끄러움도 없이 어길 수 있음이니,
    이치들이 이게 좁살뱅이 양아치지 제대로 된 것들이겠습니까?

  7. 은유시인 2012.08.21 21:21 PERM. MOD/DEL REPLY

    어제 밤 9시30분경 생닭집 남자 주인하고 약속하고 찾아갔습니다.
    국제시장에 갔더니 늦어선지 단골로 드나들던 생닭집이 문을 닫았거든요.
    국제시장엔 늦은 시간에 가면 제일 큰 놈도 6천원이면 주고
    게다가 모래주머니도 한 주먹 덤으로 줍니다.
    예삐에게 먹일량으로 찾으러 갔는데
    남자 주인도 미안해하는 기색이 전혀 없더군요.
    이틀 묵은 거라 새 생닭으로 바꿔달랬더니
    그러면 닭을 안 팔겠다고 역정내며 돈으로 받아가라는 겁니다.
    세 번씩이나 헛걸음질을 했노라며 따지려 드는 내가 오히려 귀찮다는 겁니다.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어요.
    그 웬수를 어찌 갚는다?
    그 집에서 다시는 닭 살 일이 없으니 웬수 갚을 일도 없겠지요?

  8. bongta 2012.08.21 22:01 신고 PERM. MOD/DEL REPLY

    제가 최근에 저희 농원 울타리를 박아버린 차량 하나를 목격했습니다.
    이들이 27살 먹은 녀석들인데 말을 나누다 보니
    술냄새가 팍팍 솟아 올라 음주운전을 한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그래, 좋게 타이르며 비가 그친 후 울타리를 수리하라고 일러두었습니다.
    그 약속 날짜가 오늘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이 없네요.

    한편으론 저 녀석들이 괘씸하기도 한데,
    이게 오늘 어제 겪은 일이 아니더란 말입니다.
    아무리 화를 내어도 여기 사정은 하나도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약속, 신의 이 따위 것은 저들에겐 아무런 목적 가치가 아니지요.

    이쯤이면 실상을 제대로 깨달아야 하는데,
    저는 연신 저들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여기고는 기대를, 희망을 피어올렸던 것이지요.
    한참 아둔하니 미련한 짓이지요.

    하여 저들을 이젠 놓아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아둥바둥 기대하고 바랄 것이 아니라,
    그냥 훨훨 날아가게 놔두어 버리는 것이지요.

    원망도, 바람도 다 부질없는 것이지요.
    이리 작정하니까,
    기실 저들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외려 제가 딱하더란 말입니다.

    그러한 것을,
    너는 왜 진작 깨닫지 못하고,
    그리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였는가?
    이리 자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데도,
    일정분 아직은 저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인데,
    저 녀석을 불러내 다시 이치를 깨우쳐주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냥 넘겨야 옳은가 이를 저는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절대 화를 내지 않고,
    그냥 인간적으로 일러 깨우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이젠 그냥 놔버리고 저들을 잊어야 하는가 하는,
    제법 달관한 지점, 싯점에 제가 이르렀단 말씀입니다.

    이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아니면 적나라한 우리네 몰골,
    그 역사적 현실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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