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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約束)

소요유 : 2013. 7. 30. 11:00


약속(約束)

약(約)이나 속(束)이나 모두 묶는다는 뜻이다.
그럼 약속하면서 무엇을 묶는다는 말씀인가?
서로간 믿음을 교환하면서,
일의 성사(成事)를 마지막(終畢)까지 묶는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하니 약속은 상대를 구속함과 동시에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다.
믿음으로써.

만약 자신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상대만 지키게 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자신은 약속을 방기하였으니 자유로이 제 할 일을 하였겠음이나,
상대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간에 구속되고,
비용과, 노력을 허비하게 된다.
그러니 상대는 마땅히 책임을 져야한다.

내 소싯적에는 ‘코리안타임’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더럽고 부끄러운 말이다.
양인들이 들어와 한국인과 약속을 하면,
도대체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그래 양인들이 한국인과 약속을 하면
그 약속시간을 믿지 못하겠단 것이다.
그래 저 치욕스런 말이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시간조차 지키는 못하는 사람들이,
그 언약의 내용은 오죽 알량하니 지킬까?

그런데 여기 시골에 들어와 겪어보니,
이곳은 여전히 코리안타임 그 시절 그대로이다.
세상이 이리 뒤집히듯 바뀌어 가고 있지만,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이다.

내가 여기 시골에서 한 모임을 갖는데,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드물고,
있다 하여도 그 사람은 꼭 정해져 있다.
현지의 어떤 인간은 내게 자랑하며 이리 이야기를 한다.

‘난 약속 시간에 맞춰 가지 않는다.
한 30~40분 늦추어 간다.
모임은 언제나 늦게 오는 사람도 있고,
첫머리는 이것저것 장내 정리하고, 출석 부르고, 준비하느라 바쁘고,
별반 들을 것도 없으니 공연히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다.’

녀석은 신이 나서 주워 섬기는데,
낯빛을 득의한 듯 환히 밝히고,
입술은 단꿀을 막 훔쳐 먹은 듯 미소가 번진다.

내 이 이야기를 듣고는 저런 녀석과는 사귐을 온전히 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하였다.
30분 늦게 가면 그럼 제 시각에 간 사람은 무엇인가?
제가 30분 늦게 가서 얻는 만족은,
바로 제 시각에 간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하다면 그로부터 빼앗아 제 욕심을 채운 것일 터,
남의 것을 훔치는 절도범과 무엇이 다른가?

어느 날 제 시각에 간 사람 모두가,
작정하고 30분 늦게 간다면 그럼 판이 어찌 되겠는가?
이리 되면 저 녀석은 그럼 30분을 더 보태 1시간 늦게 가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러고도 과연 모임이 제대로 운영이 되겠는가?
종국엔 사회가 시끄러워지고, 
세상엔 난이 벌어지고 말리라.

게다가 모임이 언제나 바로 시작되지 못하고, 지연이 되는 것은,
바로 저 녀석과 같이 제 시간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니더냐?
이를 어찌 천하를 어지럽히는 악행(惡行)이라 이르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約束信,號令明。

법령(약속)은 미더워야 하고, 호령은 명확해야 한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씀이다.
여기 좀 더 넓혀 근처 전문을 실어둔다.

兵有三詆,治國家,理境內,行仁義,布德惠,立正法,塞邪隧,群臣親附,百姓和輯,上下一心,君臣同力,諸侯服其威,而四方懷其德。修政廟堂之上,而折沖千里之外,拱揖指捴,而天下回應,此用兵之上也。地廣民眾,主賢將忠,國富兵強,約束信,號令明,兩軍相當,鼓錞相望,未至兵交接刃,而敵奔亡,此用兵之次也。知土地之宜,羽險隘之利,明奇正之變,察行陳解贖之數,維枹綰而鼓之,白刃合,流矢接,涉血屬腸,輿死扶傷,流血千里,暴骸盈場,乃以決勝,此用兵之下也。

이 글의 요지는 대충 이러하다.

군신이 화합하는 것이 용병하는 상책이지만,
約束信,號令明。
이런 것은 기껏 중책밖에 아니 된다.
칼싸움하고 화살 날리며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은 하책이다.

그래, 중책밖에 아니 되는 약속을 믿음으로써 지켜내지 못할 지경이면,
그럼 더 이상 무엇을 기약할 수 있겠음인가?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피치 못할 사정변경이 생길 수 있다.
그럼 지체 없이 사전에 알려 양해를 구하고, 송구함을 표하며,
새로 고쳐 약속을 해야 한다.

이게 아니 되면,
불인부덕(不仁不德)한 사람이 되고,
세상은 어지럽혀져 난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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