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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통

소요유 : 2014.05.27 11:10


벽창호 같은 사람을 대하다.

아집(我執)은 탐욕보다 더 독한 것으로 수행에 장애가 된다.
이게 누세(累世) 쌓인 업보에 뿌리를 둔 것으로 해석하는 입장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일차적으로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흔히 삼독(三毒)이라 칭하는 탐진치(貪瞋癡)는 따로따로 다른 장면으로 나타나지만,
그 근원은 하나인데 이는 바로 아집 때문에 생긴다.

‘짖는 개는 무섭지 않다.’

개가 마구 짖으면 사람들은 대개 겁을 내게 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짖지 않고,
다리 하나를 곧추 들고서는 막 달려들 듯 노려볼 때다.
상황이 낯설고 무서울 때,
개들은 짖음으로써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즉 개가 짖을 때는 등을 보이고 도망갈 것이 아니라,
마주 서서 매섭게 노려보아야 한다.

요즘 국립공원 안엔 곧잘 멧돼지가 출몰한다.
우리 집사람이 등산을 혼자 잘 다니는데,
내가 주의를 준다.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절대 등을 보이지 말라.
등을 보이고 달아나면 큰 탈이 난다.
당황하지 말고 마주 대하라.
그리고는 서서히 은폐물 뒤로 피하며,
다음을 도모할 일이지,
등을 보임으로써 그를 자극하지 말아라.’

우리 밭엔 곧잘 뱀이 나타난다.
어제 나무를 심는데 스르렁 뱀이 두둑을 타고 넘으며 달아난다.
바로 코앞이었는데 올 들어 처음이지만,
굵기가 굵은 동아줄 만한 것이 만만치 않았다.

손에 삽이 들려 있어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쫓지도 않고 그냥 타이르며 보내주었다.

‘나는 너를 해하지 않는다.
이곳에 마음대로 드나들어도 되지만,
여기 밭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해하지만 말아라.’

내가 뱀을 보고 두렵지 않은데,
어이 화를 낼 이유가 있으랴?
뱀 또한 내가 화를 내지 않는데,
어이 두려울 이치가 있겠음인가? 

두렵기 때문에 화가 난다.
화가 나면 피가 용솟음 치며, 개처럼 짖게 된다.
사나운 것이 아니라 지금 한참 겁이 나고 있는 게다.
내가 여기 있음이니 잔뜩 움츠려들며 자신을 방어하고 지키려 한다.
이게 탐(貪)이요, 진(瞋)이다.

내가 여기 있다는 의식,
이게 치(癡)다.
자기 존대(尊大)의식은 어리석음이 그 원인이다.
이를 무명(無明)이라 부른다.
불교도들은 이를 생노병사의 제일원인(第一原因)이라 하던가?

어리석음.
이를 바로 깨치면,
세상이 두렵지도 않고 화를 낼 이유도 없다.
더 이상 밖으로 구할 욕심도 생기지 않는다.

여기 말씀 하나를 소개한다.

삼인(三人)이 있어 짝을 맺고는 출유(出遊)하였다.
이들이 사막에 이르렀는데, 길을 잃고 말았다.
몸에 지닌 물은 다 떨어지고 기진맥진 거의 죽음에 이르렀다.
상제(上帝)가 이들에게 잔 세 개를 내려주었다.
이들은 비가 한바탕 쏟아지기를 빌었다.

다만 저 잔 세 개는 제 각각 달랐다.
하나는 밑바닥이 없고, 하나는 더러운 물이 반 배(盃) 채워져 있었다.
나머지 하나만 멀쩡한 거였다.

이 꾸민 이야기 말씀의 주인공은 마(馬)씨고,
나머지 둘은 고집쟁이(死頑固)와 영리한 이(機靈鬼, 재주꾼)였다.

마씨는 밑바닥이 없는 잔을 받았으니,
애초부터 비가 와도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의 잔엔 단 한 방울의 물도 받아지지 않았다.

고집쟁이가 가진 것은 유일하게 온전한 잔이었지만,
당시 그는 이미 절망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설령 물을 다 마셨다하더라도,
이미 사막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스스로 고집을 피웠다.
비록 비가 내렸지만,
그리고 잔에 물이 가득 채워졌지만,
그는 물을 먹는 것을 거부하였다. 

영리한 이의 잔엔 처음엔 더러운 물이 반 채워진 상태였다.
그는 그 물을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깨끗한 새 빗물을 받았다.
최후엔 이 자만이 사막을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에선 고집쟁이를 사완고(死頑固) 또는 노완고(老頑固)라 한다.
내가 앞에서 무명(無明)은 생노병사의 제일원인이라 하였는데,
고집을 뜻하는 완고(頑固) 앞에,
노(老)와 사(死)가 붙어 있다.
참으로 끔찍도 하구나.

고집불통을 우리나라에선 꼴통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게 노(老)와 사(死)를 부르는 것임을 이젠 알려나?
그러하기에 나는 아집을,
탐진치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리석음에 뿌리를 둔 것이라 하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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