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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비(酒齄鼻)

소요유 : 2014. 5. 30. 10:32


주사비(酒齄鼻)

그저께 소위 딸기코라 부르는 주사비 환자를 한 분 뵈었다.
齄는 ‘주부코 사’라 하는데,
코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병을 뜻한다.

(http://hk.apple.nextmedia.com/news/art/20060426/5865244) 

그런데 이 분 말씀이 레이저로 치료를 하였다 한다.
그리고는 이로써 별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나는 단박에 레이저 치료는 주사비엔 마땅한 방책이 아니라 판단하였다.
그래 그 까닭을 말씀드렸다.

주사비는 술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경우에는 그리 부르나,
술을 마시지도 않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는,
특히 폐풍창(肺風瘡)이라 구별하여 부른다.

폐의 바람이 일으킨 창병이다.
폐는 외부의 찬 공기를 들여,
내외 교환을 한 뒤 체온으로 덥혀진 공기를 밖으로 내보낸다.
너무 찬 기운이 들어오면 폐가 미처 적응을 하지 못할 터이고,
더운 공기가 폐에 오래 머무르면 혈이 적체되어 엉키고 탁해진다.
열역학 법칙에 의거하여도,
폐는 내외기 공기 교환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여야 함인데,
이게 어떠한 이유로 깨지게 되면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폐기(肺氣)의 외부 출장소라 할 수 있는 코에 그 증후(症候)를 내비추이며,
경계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레이저로 치료를 한다 함은,
그 원인을 처리한다기보다는 대개는 이를 감추는 시술을 하게 될 터이니,
외려 위험한 일이 될 우려가 많다.
예컨대 폐가 문제 있음을 코에다 붉은 깃발을 내걸어 연신 알리고 있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막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코는 일시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왔을지 몰라도,
폐로서는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리라.
미용 목적이라면 혹 모를까?
이게 근원적인 치료 방책으로선 최선이 될 수 없음은,
조금만 생각하여도 대개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 치료가 마냥 마땅치 않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가령 코의 혈관 확장이 너무 심하여 염증 등 부작용이 심해질 때는,
이를 추슬러 정돈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병에 대한 2000년에 걸쳐 보고된 한의학의 진단은 이렇다.

脾熱病者,鼻先赤。

비장의 열에 문제가 생기면,
코가 먼저 붉어진다.

만약 매운 음식을 좋아하면 비위에 열이 쌓이게 되고,
이게 오래되면 안에 병이 생기고 끝내 밖으로 증후가 나타난다.
임상적으로는 장기 변비환자에게도 나타나는 수도 있다.

한 마디로 한의학적으로는 비위에 열이 적체되고,
폐에 울혈이 되는 경우에 그 증상이 코로 발현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하여 반드시 고려할 점이 하나 있다.

諸瘡痛癢皆屬心

내경(內經)에서 이미 이리 지적한 바,
창병의 아프고 가려움증은 심장(心)이 문제가 된 것이라 하였다.

창(瘡)이란 영어로 하면 tumor쯤 되지 않을까 싶다.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밖으로 부스럼, 종양 따위로,
슳고, 터지고, (고름)흐르게 된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선 자연스런 현상이다.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게 되는 것.

안에서 문제가 생겼음이니,
그를 밖으로 알려 보채고 있음이다.

그러한즉,
이를 고치려면 밖에 드러난 증상을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그 원인을 찾아 단도리를 하여야 함이 요긴하다.

諸瘡痛癢皆屬心

이 말씀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心火上炎

심화가 끓어올라 종내는 염(炎), 즉 불꽃이 된다.
이게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스트레스가 아니겠는가?
이를 잠재우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가?

미인을 얻어야 하겠음인가?
돈을 많이 벌어야 하겠음인가?

혹간은 사랑을 하라 선전해댄다.
미움의 싹을 자르라고도 한다.
내가 보기엔 이것 또한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키는 작태라 본다.
미워하는 감정이 솟으면 이를 감추려 하지 말고 미워하라.
사랑하는 감정이 일어나면 이를 쫓아 사랑하라.

미워함에,
사랑함에 걸림이 없는 경지.
이게 물론 하루아침에 이르지 못한다.

寧心安神

마음을 편히 쉬고, 정신을 안돈하는 일.

이밖에 달리 무엇을 더 구처하리?

獨一之行如犀角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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