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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인(无涯人)

소요유 : 2014.06.28 07:24


내가 어제 일을 마치고 전곡 시내에 있는 마트에 들렸다.
계산대 앞에 서있는데 중이 하나 있어 앞에서 셈을 치루고 있다.

그의 구매 물목(物目)을 보자하니,
달걀 한 꾸러미에다 요구르트 한 판이 끼어 있다.

‘저이가 참으로 식성도 골고루구나.’

내심 이리 차탄을 하고 있는데,
그는 바코드 조사(照査, scan)가 끝난 물건을 연신 봉투에 담는다.
그 모습이 흡사, 
양지 바른 툇마루 끝에 앉은,
늙은 중이 속옷을 까뒤집고는 벼룩을 잡듯 천연덕스럽다.
달걀 꾸러미를 연신 봉투에 넣는데,
이게 너무 커서 잘 들어가지를 않는다.

저녁 풍경이 너무 한가로우니 졸립기도 하구나.

나와 계산대 직원은 하는 짓을 하릴 없이 그저 쳐다만 보고 있다.
그 중이 대충 물건 꾸리는 것이 끝나자,
그제서야 카드를 내민다.

그가 떠나자 이제 내 차례이다.

나는 계산대를 통과하여,
물품 수발대 한편으로 비껴서고서는,
미끌어져 내려온 물건을 수습하며,
다음 차례 손님의 편의를 도모한다.
범부인 나의 모습이 이리도 알량하구나. 

내가 계산대 직원에게 묻는다.

‘여기 중이 가끔씩이라도 들리는가?’

‘아니요.’

‘저이는 참으로 식성도 골고루군요.
수행하는 이가 저리도 법식이 천연스러우니 도력이 제법 높겠습니다.’

내가 이리 탄식하며 나왔는데,
차를 몰고 돌아오면서,
아불싸, 나는 아직도 한참 멀었구나 싶었다. 

示眾云。道不用脩。但莫汙染。何為汙染。但有生死心。
造作趨向。皆是汙染。若欲直會其道。平常心是道。
何謂平常心。無造作。無是非。無取捨。無斷常。無凡無聖。
經云。非凡夫行。非聖賢行。是菩薩行。
只如今行住坐臥。應機接物。盡是道。道即是法界。乃至河沙玅用。
不出法界。若不然者。云何言心地法門。云何言無盡燈。
一切法。皆是心法。一切名。皆是心名。萬法皆從心生。

대중에게 이르신다.
도란 별도로 닦을 필요가 없다.
다만 더럽히지만 않으면 되느니.
그럼 어찌 더럽힌단 말인가?
다만 이는 생사 분별심을 내는데 있음이라.
일상사에 꾸며 끄달리는 게 모두 더럽히는 바임이라.

만약 그 도를 바로 배우려면,
평상심이 곧 도이니라.(도임을 알라.)  - 平常心是道
그럼 평상심이란 무엇인고 하니,
조작하지 않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취하니 버리니 하지 않고,
단견과 상견에 빠지지 않고,
범과 성을 가르지 않는 것이니라.
경에 이르길,
범부의 행도 아니고, 성인의 행도 아니면,
곧 이게 보살행이니라. 하였느니라.

강서마조도일선사(江西馬祖道一禪師)는 평상심이 도라 이르셨지 않았음인가?

저이는 분명 원효의 화신이 아닌가 말이다.
원효는 옆구리에 술이 가득 든 호리병 차고서는,
서라벌 저잣거리를 누비지 않았음인가?
아마 필시 개다리를 뜯어 먹으면서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히히덕 거렸을 터이다.
그 뿐인가 요석공주까지 후리지 않았음인가?
그리고는 설총을 까흘려내었다.
술 처먹고 계집질까지 마다하였지만,
그는 천고에 빛을 내리며 대덕고승으로 추앙받고 있음이다.

이 어찌 無凡無聖의 전형이 아니랴?

헌데 나는 어이하여 좁쌀스럽게도,
저 중을 탓하고 있음인가?

전곡시내에 원효 한 분 새로 나투셨음인데,
이를 잠깐새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음이라.

도대체 나의 평상심은 어디매에 있기에,
골골을 찾아 헤매고 있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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