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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녀석들이 무섭다

소요유 : 2014.08.24 20:56


내가 시골에 들어와서 놀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만,
오늘은 그 중 하나를 들어 말을 해보기로 한다.

읍내에 나가니 이 놈 저 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부로 휴지나, 담배공초를 길바닥에 예사로 버린다.
그래 내가 지적을 하니 외계인 대하듯 쳐다본다.

때론 타이르고, 어떤 때는 호통을 쳐보았으나,
아무런 효과도 없었을 뿐, 개중엔 대드는 녀석도 있다.

우리 농원 둘레 도로는 내가 수시로 치우지만,
이게 며칠을 못가서 다시 담배공초, 과자 봉지 따위로 어지럽혀진다.

길 건너편 판잣집들은 도로를 범하여 차고 들어와,
집 앞에 실지렁이 같은 밭을 만들어 놓았다.
저들은 거기 쓰레기가 쌓여 가는 데도 무심하다.
봄이 되면 그것을 주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로 태운다.
그리고 그 자리에 고추 따위를 심는다.

살림하는 이들이,
제 집 앞을 비질 한번 하지 않고들 살아간다.
저들 집 앞은 각종 쓰레기가 언제나 너풀거린다.
저들이 외출할 때 보면 뽀얗게 화장을 하고들 나선다.

약수터엔 언제나 쓰레기가 동산을 이루며 쌓여 있다.

한탄강엔 낚시꾼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저들은 한 꾸러미의 쓰레기를 버려놓고는 그냥 사라진다.
때론 이것을 길가에서 유유 작작 태우는 자들도 있다.
내가 어느 날 그것을 목격하고는 왜 비닐을 태우느냐 지적하니까는,
쓰레기를 깨끗이 처리하는 중이란다.
그러면서 한 녀석이 차를 막아서며,
네가 무엇인데 참견하느냐고 언성을 높인다.

동네 논을 휘 둘러보면 농약통이 어김없이 논두렁에 버려져 있다.
단 한번도 농약 치고 주워가지고 가는 인간을 본 적이 없다.
저게 다 어디로 가겠는가?
종국에 다시 논바닥으로 굴러 들어가,
써레질 할 때 갈려버리고 말 일이 아니겠음인가?

농원 언덕 위에서 아래를 내다보는데,
100 여 미터 밖에 차 하나가 세워져 있다.
여자 둘이 나와서 서성거리는데,
젊은 여자 하나가 무엇인가를 밭두렁에 휙 버리고는 차에 올라탄다.

그 차가 우리 농원 앞을 지나간다.
내가 어이 하며 불러 세웠다.
차 안을 보니 아줌마 하나와 젊은 것이 타고 있다.
왜 길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느냐 하였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내가 젊은 것을 지적하고서는 버리지 않았느냐 하니까?
그자가 뭉기적거린다.

‘왜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국토를 더럽히는가?
가지고 있다가 집에 가서 쓰레기통에 버리면 아니 되는가?’

어떤 사이냐니깐 모녀 사이란다.
젊은 것이나 늙은이나 얼굴을 뽀얗게 화장을 했다.
도대체가, 난 쓰레기 버리는 저놈의 뽀얀 화장들만 보면 구역질이 난다.

농촌 공동체 마을을 연구하려 독일, 오스트리아를 다녀온,
어떤 이의 기행(紀行) 보고를 여기 소개한다.

“농촌마을에는 휴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우토반에서는 교통사고는커녕 단 1건의 교통위반 사례도 목격할 수 없었다. 현지인들은 약속된 시간을 1분, 1초도 어기지 않았고, 시민들은 법과 질서와 원칙을 목숨처럼, 답답할 정도로 준수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제 분수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듯한 국가와 잘 정리정돈 된 사회. 다른 건 더 살펴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호도 과장하지 않고 온 국토가 생태공원이나, 휴양치유마을이나, 내 집 마당정원의 모습이었다. 결국, 이 나라의 지독한 국민들이 소름 끼쳤다. 무서웠다.”
( ☞ 독일, 오스트리아 농촌에 가보니 )

내가 잠시 잠깐 여기 사는 이들과 회합을 가져보았는데,
시간을 지켜 제대로 나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나는 혹여 시간이 촉박하면 뛰어서라도 시간 안에 도착하고 만다.
난 이미 다 치룬 지난 날의 예비군 훈련 때도 시간을 어긴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강박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제 시간 안에 도착하는 것이 훈련이 되어,
애시당초 늦을 일을 만들어 벌이지 않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모임 준비를 하면 마음이 언제나 여유롭다.
늦게 도착하여 남을 기다리게 하면 폐를 끼치는 짓이다.

도로를 달리면서 마주 오는 차가 있어도,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것은 여기 사람들의 일반적인 풍속이다.
저들은 술 처먹고 운전하는 것도 예사다.
남의 농원에 와서 밭에다 가래침 뱉고, 담배 공초, 휴지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럴 때마다 난 가슴에 동통(疼痛)이 인다.

위 독일을 소개한 이는 이리 보고 하고 있다.

“이 나라의 지독한 국민들이 소름 끼쳤다. 무서웠다.”

난 여기 지역민들을 보고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여기 촌녀석들이 소름 끼친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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