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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

소요유/묵은 글 : 2008.02.29 09:28


intro comment :
"모모YS 사이트에서 겪은 일"
(※ 관련 사연, 2008/02/26 - [소요유/묵은 글] - 강낭콩 말미 주석 참조)

***

석씨문도(釋氏門徒)도, 야소교도도 아니지만,
부처와 예수를 감히 우러러 사랑하는 이로서,
그저 느끼는대로 배운 바대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아니,
이 때는 석씨문도이자,
저 때에는 야소교도일 경우도 있으니,
저야말로 사이비 이교도(二敎徒)일런가 싶습니다.

산문(山門)에 들자면,
일주문 지나자,
이내 천왕문을 마주치게 됩니다.

사천왕이 떡하니 자리 잡고 계신 그곳을 지나노라면,
아녀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사내일지라도 좁살뱅이, 죄많은 이들간엔
가끔 오줌을 찔끔 지리는 이도 있다 하더군요.
(* 아녀자라는 표현이 심히 거슬리는 분들이 계실 터이지만,
맹자도 그리 표현하였듯이, 전례를 따라 그저 지절거린 말이니,
요번만 용서 구합니다. )

하지만,
천왕문 지나 법당에 이르는 길은 내내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꽃 피는 계절,
혹여 야외에 정히 단 쌓고, 고승을 청해 뫼시올 제,
법문이라도 두어 자락 뜨락에 나려 떨구어지면,
뭇 중생들의 떠드는 소리가 이내 떠그르르 놔뒹글게 됩니다.

이를 일러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 한다지요.

법석 편 자리에
무량법문이 향그럽듯이,
산수유, 수선화꽃도 다투어 꽃향 내어 야단스럽습니다.

천왕문에 모셔진 사천왕은
동지국천왕, 서광목천왕, 북다문천왕, 남증장천왕이라 하지요.
소시적 지적 허영에 달떠서 뜻도 모르고 달달 외웠는데,
오늘 다시 새겨내어보니 광목천이 동동 아슴푸레하더니만,
가까스레 얼추 패가 모두 떨어져 맞추어지는군요.

이들 사천왕은 각기 제 지물(持物)을 지니신 채,
시뻘건 입술하시고,
눈썹 치켜 부릅뜬 눈으로
악귀를 밟아 누르시고 계십니다.

이리 부처를 멀찌감치 외호(外護)하시는 가운데,
야단의 법석에선 함박 웃음이 떼구르 구룹니다.

안 뜰의 웃음,
뜰 밖의 분노가
짝을 이루고 있음이 아닙니까 ?

법당에 앉아 계신 부처 역시
저들 천왕의 노역을 행여 모르고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중생은
남을 두고 용서, 화해 ....니 하며
아름다운 말결속에
제 얄팍한 가슴을 값싸게 데우며, 하루 해를 지납니다만,
저들 등뒤에선 정작 당사자의 분노와 원망, 고통이 저 홀로 흥건합니다.

이들 고상한 말들에, 아름다운 감정에 취하여
저마다 제 감정을 소비하고 있지나들 않은가
문득 이리 의심해보는 것입니다.
이리 익숙해지다 보면,
다음엔 또 다른 소비할 것이 요구됩니다.
마음의 사치와 허영 그리고 안녕을 위해.

옥추경 외워 귀신 쫓듯,
지전 살라 귀신 달래듯,
저들은 식은 가슴 덮힐,
제 젯상 향 피우기 위해,
제것 아닌 남의 火印을 빌어,
부싯깃 삼아 불을 일으킵니다.

***

사천왕 앞에 서서
처음,
동이 두려움을 느끼다가,
무연히 그곳에 머무르다 보면,
불현듯 한 바가지 넘쳐 철렁 슬픔이 흐릅니다.

그러다,
바람이 살랑 지나가시는 새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치키어 올리기라도 할 참,
얼핏, 은은히 퍼지는 미소 한 자락을 엿보게 되는
귀한 인연을 짓게 되기도 합니다.

이에 젖어 안긴 채,
마음 속에 향 하나 고이 지피어 올리다,
문득 고개 들면, 종내는
저 험하신 얼굴이,
이내 파안대소하는 모습으로 뵈이게 됩니다.

이 모두 부처의
무량 자비로 펴신,
가피 공덕,
그 신묘한 나툼의 징험들입니다.

실인즉, 천왕문 안엔
두려움, 서러움, 기쁨이 거기 죄다 녹아 서리서리 휘감겨 흐르고 있음입니다.
그 순간,
용서, 화해, 사랑만을 쫓는 마음이 차라리 초라해지곤 합니다.
오히려 분노가, 절규가 사랑보다
더 아프고, 애닯아, 숭고해지기도 합니다.

거기 그 현장,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도
증명법사(證明法師)로 임재하십니다.

(※ 증명법사(證明法師) :
증명법사(證明法師)란 봉축법요식이 원만히 봉행되도록 증명하는 중을 뜻한다.
여기서, 증명이란 본래 세운 서원에 처음과 끝이 어긋남이 없음을 증언하는 것이요,
법사란 불법에 정통하여 모든 사람의 스승이 되는 중을 말한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자기 혼자, 저희들 무리끼리만, 옳다고 주장한들 아무 소용없다.
그 뜻이 아무리 높고, 행이 바르다한들
눈 푸른 다른 이로부터 증명받지 못하면 세상은 이를 믿지 못한다.
하니, 법이 높고 덕이 너른 이를 모셔 이를 증명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증명법사 없이 홀로 푸르게 푸르게 떳떳하다.
저 천애절벽 바위 위에 서 있는 소나무처럼.
)

야단법석이 벌어지는 뜨락 안에서
한껏 고아한 양, 어여뿐 마음을 흠향(?)하고 있을 때,
동시에 그 밖, 저 아래 천왕문에선
거짓과 죄악이
분노하신 사천왕 발굽에 밟혀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부처일지라도,
저 천왕의 희생과 역할의 외호(外護) 있음에
위광이 온전히 발휘되고 있음이 아니겠습니까 ?

고장난명(孤掌難鳴).
외손바닥 소리나지 못하듯이,
부처 역시 독불장군이 아닌 것입니다.
악역 천왕이 있음에,
부처의 대자대비가 무량수, 무량광임입니다.

하니 내 웃음 밑자락 다섯 길을 파내려 가면,
싸늘하니 고통과 비애가 지하수처럼 흐르고 있음입니다.

***

"자선(慈善)엔 위선(僞善)이 따른다."
전 이 자작(自作) 경귀의 칼날 위에 제 심장을 올려 둡니다.

1970년대 이전만 하여도 연탄을 이용한 온돌로 난방을 해결했습니다.
온돌(溫突)을 등 밑에 깔고 따스한 평화를 얻었지요.
마치 자선처럼.

그런데 연탄가스가 그 온돌 장판 틈을 뚫고 스며 올라와
겨울철이면 적지 아니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이 때쯤이면,
복어알 먹고 죽은 가난한 이들,
연탄가스에 숨 넘어간 저들로 신문은 왼통 피가 뚝뚝 흐릅니다.

오늘 우리는 안락사란 가스를 생명이란 이름 밑에 깔고 삽니다.
이런 땐 냉돌(冷突)이 그지없는 자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지리하니 긴, 언제 올지 모르는 봄을 기다리며 겨울을 지나고 있는 중인가요 ?

이상은 제가 유기동물 안락사에 대하여 쓴 감상의 글 한 조각입니다.
금년부터는 유기동물 보호소 유치기간이 30일에서 10일로 감해졌습니다.
10일 넘으면 안락사 시켜버립니다.

그만큼 길거리에 나도는 유기견이 적어질 것입니다.
그 쾌적한 길거리를 우리는 사금파리 반짝이듯 찬란한 웃음 떨구며 지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단 10일이란 쪼가리 유예 속에서
실같은 연줄 놓친 가여운 생명은
우리들의 웃음을 위해
하늘가로 스러져 가야 합니다.

세상이 모질고,
한결같이 이악스러워,
돈은 조금 아꼈을 테지만,
생명하고 바꾼 그 자리
피가 흥건히 고여 있습니다.

우리들의 따뜻한 온돌 밑엔
그런 아픔이 흐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종내 무력하기만 한,
위선일지언정 이를 빌어서라도 분노합니다.

예수는 이리 말했습니다.

“내가 평화를 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 불을 주려고 왔다.
아비와 자식이 불화하고,
시어미와 며느리가 불화하며,
형제간에 불화시키려 왔을 뿐이다.”

성전 앞에 늘어선 환전상, 장사치를 채찍으로 몰아내며,
예수 역시 분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

정작 예수는 피 흘려 아파하시기에 바빠,
사랑하실 여가조차 없으셨습니다.

지장보살, 유마힐도 역시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부처를 마다하고 세세 제 몸 아픈 보살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저는 어제, 오늘
무리 짓고, 제 앙가슴 덮히느라 바쁜 이들
그 정수리에 새벽 톺아 길어온 찬우물물을 한껏 들이 붓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지금, 여기
제일 먼저,
찬물을 뒤집어 쓸 위인이기도 합니다.

***

며칠전 뒤늦게 뵈인 제가
시절인연에 얽혀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니,
쓸데없이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특별히 반연지어 이어올릴 글이 없으면
이제 그치고,
어지럽힌 자리,
소매로 정히 쓸어내고,
물러갈 것입니다.

아울러 본데없이 막되어,
어세가 급하고, 불퉁거린 곳에,
혹간 불편스러우신 분이 계실 것입니다.

제가 지금 아슴푸레하니 곡차 한잔에 젖어 있습니다.
한즉, 이는 바삐 서두른 저의 전적인 서투룸 때문이옵고,
딱히나 특정인을 겨냥하고자 한 것이 아니오니,
너그러히 양촉하여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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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서남북 2009.10.19 18:51 PERM. MOD/DEL REPLY

    성불하십시오.

    bongta 2009.10.19 21:36 신고 PERM MOD/DEL

    해탈하십시오.

    손곧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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