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브렉시트와 부파불교

소요유 : 2016. 6. 27. 18:22


내가 지난 날 이미 적었던 글인데,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글을 올려둔다.
요즘 블루베리 수확 철이라 시간을 내기 어렵다.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되었다.
(BRitain + EXIT → BREXIT)
나는 최근 브렉시트와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
문득 부파불교(部派佛敎)를 떠올렸다.
브렉시트에 대하여는 깊이 아는 바도 없고,
그에 관심을 기우릴 시간도 없었다.
블루베리 수확 철인데, 농부가 어디 다른 데 한눈 팔 여유가 있으랴?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농장에 가는 날을 고르며,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고 있었다.

오늘 결정이 났으니,
잠시 부파불교를 다시 생각해보련다.

석가모니가 돌아가시고 백년 후 일어나, 약 삼백년 간,
교의, 제도 등이 갈라져, 지속적으로 부파가 형성되어갔다.
초기엔 상좌(上座), 대중(大衆) 둘로 갈렸는데, 이를 근본분열(根本分裂)이라 칭한다.
차후 양부는 또한 각기 자체 분열을 해나갔다.
18 또는 20개 파로 분열돼 가는데 이를 지말분열(枝末分裂)이라 칭한다.

석가 멸후 2백년, 대중부는 일설부(一說部), 설출세부(說出世部), 계윤부(鷄胤部)로 갈리고,
이어서 다문부(多聞部), 설가부(說假部)로 나뉘었다.
그 후 다시 제다산부(制多山部), 서산주부(西山住部), 북산주부(北山住部)로 분파되었으니,
본말(本末) 모두 아홉이 된다.

상좌부는 석가 멸후 3백년 초,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설산부(雪山部)로 갈리고,
이어서 설일체유부에서 독자부(犢子部)가,
독자부에서 법상부(法上部), 현주부(賢胄部), 정량부(正量部), 밀림산부(密林山部)가 분출(分出)되고,
또 설일체유부에서 화지부(化地部)가, 화지부에서 법장부(法藏部)가 분출되었다.
석가 멸후 3백년 말엔,
다시 설일체유부에서 음광부(飮光部)와 경량부(經量部)로 분출되었다.
이는 모두 11 개 분파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좌, 대중 양부는 모두 20 부파로 나뉘게 된 셈이다.
남전(南傳) 사서에선 18 부파로 설해져 있는데 이는 여기서 소개하지 않는다.

제 부파는 교의(教義)와 계율에 있어 다수로 분지(分歧)하였던 것이다.
그 쟁론의 주요문제는 성실론(成實論)에선 십론(十論)으로 개괄(概括)하고 있다.
이하 이를 한문 원문으로 실어둔다.

三世有無?一切有無?中陰有無?頓悟抑漸悟?阿羅漢是否有退?隨眠與心是否相應?未受報業是否存在?佛是否在僧數?有無人我等。

내가 이리 부파불교의 내력을 훑어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사람이란 제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을 새기고자 함이다.
석가가 편 교설이 그가 살아 계실 때는 하나를 중심으로 뭉쳐 있었지만,
그가 돌아가시고 아니 계시자, 스멀스멀 제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時有比丘,名須跋陀羅摩訶羅言:『止,止!何足啼哭?大沙門在時,是淨是不淨、是應作是不應作。今適我等意,欲作而作,不作而止。』時迦葉默然而憶此語,便自思惟:『惡法未興,宜集法藏。若正法住世,利益眾生。』

“(석가 열반에 드시자 가섭을 비롯한 비구들은 엎어지고 자빠지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 때 비구가 하나 있었으니, 수발다라마하라(스바닷다)가 말하였다.
‘(우는 것을) 그쳐라!
(이게) 어찌 울만한 일이냐?
부처 살아계시올 때, 
이것은 정(淨)하니, 부정(不淨)하니,
이것은 해야 하니, 하지 말아야 하는 등 (족쇄가 채워졌었다.)
이제부터는 우리들 뜻에 따라,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 가섭은 묵연히 있다, 이런 말씀을 상기해내며, 생각에 잠겼다.

‘악법이 미처 흥하기 전에, 마땅히 법을 모아야겠다.
만약 정법이 세상에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중생에게 유익하리라.’”

나는 바로 스바닷다의 뱉듯이 쏟아낸 저 말을 상기해내고 있는 것이다.
큰 세상을 꿈꾸며 다수의 나라가 EU로 통합하였으나,
시간이 흐르자 통합 이전의 개별 단위 주체는 자신의 욕망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법(法)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나,
일단 여기선 진리라 해두자.
그 법에 대한 해석은 석가가 살아계시올 때는 그의 전속권이었다.
하지만 그가 돌아가시자, 개별 주체들은 자기주장을 펴기 시작하였다.
그게 단순한 욕망인지, 아니면 새로운 진리 체계의 발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건 법의 이름을 빌어 다양한 해석 운동이 일어났다.

진리가 하나라면,
이런 다양한 해석은 혼란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제 해석의 근원을 모두 석가에 기대었으니,
이것은 다행이라 할까 아니면 억지라 하여야 할까?
권위는 외부에서 빌려오되, 주장은 자기식 해석을 따른다면,
안전과 실속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이런 형편에선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펴며,
제 자유를 마음껏 펼 수 있다.
한편 결집(結集)을 통해 흩어지는 이들을 한데 묶으려는 시도도 일어났다.
하지만, 석가가 아니 계신 이상,
시비(是非)는 원천적으로 바로 가릴 수 없다.
도대체가 진위를 판정해 줄 이가 없는데,
그 누가 있어 권위의 믿음을 사라 할 수 있겠는가?

공자(孔子)는 예악의 근원으로서 주공(周公)을 두고, 사모하여 모셨다.

子曰:「甚矣吾衰也!久矣吾不復夢見周公。」
(論語)

“공자 왈,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 되었구나, 내가 주공을 꿈에 다시 보지 못한 것이.’”

사모함이 깊기가 이만 하랴?
오랫동안 주공을 꿈에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자신이 쇠약함에 빗대고 있다.

이러하자, 묵가(墨家)는 주공보다 앞선 우(禹)를 앞세우며,
농가(農家)는 신농(神農)에 기대어,
권위를 사며 제 사상을 폈다.

그러자, 이번엔 맹자는 우보다 앞선 요순(堯舜)을 끌어들여 앞세웠다.
나중에 도가는 더욱 거슬러 올라가 황제(黃帝)에 가탁(假託)하였다.

이리 자신들의 사상에 권위를 외부 성왕에서 구하는 일을,
가상설(加上說)이라 한다.

그러니까, 권위란 외부에서 사오거나 빌려와야,
세상 사람의 인심과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이 빌려온 고깔모자를 쓰고나서야,
뭇 사람들을 홀리고 모으며,
위령(威令)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저나, 나나 다 밥 먹고, 똥 싸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아무리 그럴 듯한 변설을 늘어놓은들 그게 씨알이나 먹히겠는가?

마호멧도 메카에서 메디아로 도망가서야 도를 펼 수 있었다.
어렸을 때 코 흘리며 질질 짜던 녀석이 갑자기 신(神)을 파는데,
이를 믿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음인가?
새 곳으로 가야 그나마 약 장수 노릇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해서 브랜드 자체를 사고 파는 업이 성행하고 있으며,
체인점 간판도 빌려 달아야 얼추 장사 흉내를 낼 수 있다.
요즘엔 종교도 종단 이름을 돈 주고 사서 걸어두어야 법 장사를 할 수 있다.

이것 거꾸로 따져 보면,
대중들이 얼마나 거죽 이름에 혹하는 줄 알 수 있다.
제 입 속의 혀를 믿지 못하고,
남에게 빌려온 맛집 간판을 보고 밥 먹으로 달려들 간다.
내 눈에 저들이 다 낮에 나온 도깨비로 보인다.

낮도깨비.
낮달

이것 모두 밤에 나오는 것이로되,
뜬금없이 낮에 나와 폼을 잡으니,
얼마나 몰골이 어줍지 않은가 말이다.

見神殺神 遇佛殺佛 逢祖殺祖

'귀신을 만나면 귀신을 잡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

난, 부파불교가 천, 만으로 갈라지지 않은 것을 통탄스럽게 생각한다.
아, 사람들이란 참 게으르구나 싶다.
모름지기 천만인은 천만의 제 생각을 자유롭게 펴야 한다.

千人千學 萬人萬學
千人千思 萬人萬思

그래 세상엔,
천인이 있으면 천 가지 學이 있고,
만인이 있으면 만 가지 學이 있으며,
천인이 있으면 천 가지 思가 있고,
만인이 있으면 만 가지 思가 있다.

그러니까, 그런즉,
사람 하나는 애오라지 제 자신의 一學一思만 있는 것이다.
이게 없다면 다 낮에 나온 허깨비, 가을걷이 끝난 들판에 호롤 춤추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헌데, 오죽 못났으면,
외부 권위를 사서 게에 의지하고 있음이더냐?
一學一思라 함은,
네 것이 아니라 내 것임이라.
결코 남에게서 구하지 마라. 

그러자니 이내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을 떠올리게 된다.
이 말씀의 출처를 따라가 본다.

『 佛說長阿含經卷第二 』

是故,
阿難!當自熾燃,熾燃於法,勿他熾燃;當自歸依,歸依於法,勿他歸依。
云何自熾燃,熾燃於法,勿他熾燃;當自歸依,歸依於法,勿他歸依?

阿難!比丘觀內身精勤無懈,
憶念不忘,除世貪憂;觀外身、觀內外身,
精勤不懈,憶念不忘,除世貪憂。受、意、法觀,
亦復如是。是謂,阿難!自熾燃,熾燃於法,
勿他熾燃;當自歸依,歸依於法,勿他歸依。
佛告阿難:「吾滅度後,能有修行此法者,
則為真我弟子第一學者。」

그런고로, 
아난이여! 
마땅히 자기를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할 뿐, 다른 것을 등불로 하지 말아야 하느니.
마땅히 자기 스스로에게 의지하고, 법에 귀의할 뿐, 남에게 의지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이르길 그럼 어찌,
자기를 등불로 하고, 법을 등불로 하며, 다른 것을 등불로 하지 않는 것인가?
또한 마땅히 스스로에게 의지하고, 법에 의지하며,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인가?

아난이여, 비구는 몸 안을 관(觀)함에 부지런히 힘써,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며,
단단히 챙겨,  잊지 않으며, 세간의 욕망과 근심을 없앤다.
몸 밖과 몸 안팎을 관(觀)함에 부지런히 힘써, 게으름을 부리지 않으며,
단단히 챙겨, 잊지 않으며, 세간의 욕망과 근심을 없앤다.

受、意、法을 관(觀)함도 역시 이와 같으니,
아난이여, 
또한 이와 같으니 이것을 이른바,
자신을 등불로 삼고, 법을 등불로 삼으며 그 외 다른 것을 등불로 삼지 않는 것이요.
마땅히 자기에게 의지하며, 법에 의지하며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신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능히 이법을 수행하는 자는 곧 진실된 나의 제자이며,
제일 으뜸가는 배움에 (힘쓰는) 자가 되리라.」

(※ 自熾燃,熾燃於法
   熾燃於法을 法熾燃이라 하지 않은 것은,
   自와 다르게 法은 熾燃의 외적 객체가 되기 때문이다.
   즉 自의 경우는 자기 자신의 身, 受, 意를 觀하는 것이지만,
   法은 자신 바깥의 존재를 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기사 法에 내외가 따로 있겠음이나, 글을 짓자니 이리 구별하였으리.)

(※ 독각(獨覺)도 되지 못하는 자의 갈짓자 번역인즉,
   그저 참고만 하시고 바른 뜻은 다른 이의 올바른 역을 찾아 새로 세우시기 바람.)

흔히 알려진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란 말은 기실 경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自熾燃,熾燃於法’ 이런 말만 있을 뿐이다.
熾燃이란 불꽃이 치열하게 타오르는 모습을 뜻한다.
우리가 초파일 연등을 보면 마음이 온화해지며 절로 경건해진다.
하지만 熾燃이란 말은 사뭇 격렬하여 역동적이다.
마음을 온화하니 가지는 것도 좋지만,
역시나 공부(工夫)란 불같이 치열하게 하여야 하는 것임인가?
자기에게, 법을 구함에,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하는 마음의 각오가 없다면 뜻을 이루기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도 좋지만,
‘자치연(自熾燃),치연어법(熾燃於法)’이란 말은, 
수행을 자연스레 강조하여 실천적인 노력을 일깨우고 있어 더욱 좋다.

나는 여기 자(自)에 주목하고 싶은 것이다.
자기 자신의 기름을 치열하게 연소시켜야 한다.
이게 자치연(自熾燃)인 것이다. 
다만, 그것이 법에 맞느냐 아니냐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이게 치연어법(熾燃於法)의 함의인 것이다.

브렉시트 찬반 투표에 나선 영국인들은,
스스로에게, 또한 유럽인을 향해 치열하게 물었을 터.
이러고서야 잔류를 하든, 빠져나오든,
그 어떠한 결과이든 떳떳할 것이다.

그게 아니고, 우려대로, 자신의 이해에만 매몰된 결정이었다면,
치연어법(熾燃於法)을 모르는 소치라 하겠다.

나는 왜 한국에서 이런 투표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비정규직 없애자.’

이것을 화두로 한번 투표해서,
나랏일을 결정해보자.

만악(萬惡)의 근원인 ‘비정규직 제도’
이것이야말로 exit해야 할 일이다.

똑같은 일을 하고 월급은 정규직보다 외려 적다고?
이 말은 틀린 말이다.
험하고, 궂은 일을 도맡고, 더 오래 일하고도, 월급은 외려 적다.
이리 해야 바른 말이 된다.

이러하고서도 어찌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가?
민주 시민들이 앞에 나서 exit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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