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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소통

소요유 : 2017.09.06 10:19


시장과 소통


김어준은 말한다.

진보는 무능하다고.


또 세상엔 흔히 보수는 유능하지만 약삭빠르고,

진보는 무능하지만 순진 또는 진실하다는 말이 전해진다.

보수는 욕망에 복무하기에 현실을 요리하여 제 이해 하에 둔다.

이를 위해 갖은 수단을 부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국정원의 댓글 반칙을 보면 저들이 자신의 욕망에 얼마나 충실한지 알 수 있다.


진보라고 왜 욕망이 없겠는가?

하지만 바른 가치와 현실 간의 괴리와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곧잘 무너지곤 한다.

현실은 칡뿌리처럼 얽히고 섥혀,

그리 간단히 헤치고 나아갈 만한 상대가 아니다.


김어준이 말하는 진보 무능론은,

진보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말인데,

이는 진보 정치인들이 대중을 제대로 견인해내지 못하는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가 이를 섹시하지 못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치 시장판에서 대중인 소비자를 이끄는데 서툴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들과 소통할 방법을 개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청래 전의원 같은 이는 스스로 sns에 능하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트위터니 페이스북의 접점에 서서,

늘 대중을 의식하며 좌판을 펼치고 깨엿을 팔기 바쁜 것을 알 수 있다.

여릿꾼 그는 이를 대중과 소통한다고 여긴다.

그러니까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정치 시장에 잘 유통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유통에 능기(能技)를 가지고 있으면 물건 값을 잘 받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게 곧 물건의 질이 좋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유통에 치중하면 가치를 소홀히 하고 가격에 집중하게 될 위험이 있다.

가령 작금의 살충제 달걀 파동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오죽하였으면 살충제 달걀은 친환경 농장에서 더 많이 나왔겠는가?


혼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가치와 가격, 가치와 소통을.

가치는 가격을 잘 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추구하고 지향할 목표인 것이다.


가령 예술가가 시장을 의식하여 잘 팔릴 작품만을 내놓으려 한다면,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작품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대중이 원하는 그림은 오늘의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화가는 오늘이란 시간과 시장이란 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예술혼에 충실할 때 자기 재주를 제대로 펼 수 있다.


이발소에 걸릴 그림은 대중의 코드에 영합한다.

화가는 오늘의, 대중 코드에 영합할 것을 꾀하지 않는다.

자신의 혼을 불살라 자신의 것을 창조할 뿐이다.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순간,

그는 화가가 아니라 장사꾼으로 전락한다.


오늘날 인문학 열풍이라는 것도,

교양을 구매하고, 

때론 학생들처럼 스펙을 쌓는데,

동원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가령 시장엔 ‘고전문학 읽은 척’하기란 책까지 나왔다.

오늘날 인문학적 소양은 시장에서 돈으로 환가(換價)된다.


대중은 어차피 사회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품을 팔아 오늘을 구매하고 소비하기 바쁠 뿐이다.

이들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오늘을 적당히 포장하고 꾸미거나,

때론 거짓으로 속이고 욕을 뵈이는 게 쉬울 것이다.

이에 능한 것이 시장 장사치, 장돌뱅이가 아닌가?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라면,

밥을 굶으면서도 담배 은박지에라도 제 그림을 그린다.

 

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철학은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이 잘된다면 외려 엉터리이기 십상이다.

철학이 대중들에게 어려운 것은,

저들이 소통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외면한 것을 찾아내 말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만을 찾아 말하는 순간 그는 철학자가 아니라,

견유(犬儒)가 된다.

진정한 예술가, 철학자는 대중에게 낯설다.

낯선 것은 그의 덕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낯설게 느끼는 대중이 반성해야 할 노릇인 것임을.


대중들에게 소통하지 못한다고 타박하는,

속물 대중 연예인, 정치 여릿꾼, 진보 장사꾼이야말로,

되우 반성해야 한다.

이들은 시장통에 좌판 벌여 소통을 팔며, 정작은 본질을 해치는 위험한 인물들이다.


유기농, 자연농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이 원하기에 이들을 한다면,

그들은 조만간 살충제 달걀을 만드는 축산업자 대열에 들게 된다.

유기농, 자연농을 지향하는 까닭은,

내가 원하기 때문일 뿐이다.

발원(發願)

을밀농철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바로 하겠단 이런 원을 세우고 나섰다.

하기에 따로 시장을, 구태여 대중 소비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정치라고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대선 전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약속했으나,

당선이 되자마자 분양 원가는 기업의 비밀이라며 장사치 손을 들어주었다.

삼성 X파일도 사실이 아니라, 도청이 본질이라며 재벌 편을 들었다.

오죽하였으면 좌측 깜빡이 키고 우측으로 회전하는 차량이란 조롱을 들었겠는가?


노정권 비서실장을 지내, 자칭 준비가 잘 되었다는 문재인은 또 어떠한가?

그는 대선전 사드 배치에 대하여 국회 공론에 붙인다든가 하는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당선되자 환경평가 결과를 보자면서 슬쩍 시간을 끌었다.

1년 걸린다는 것이 단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간이 평가로 바뀌고,

납독 들은 들병이 얼굴 꾸미듯, 

임시 배치로 말치장을 하더니만, 

급기야 어제는 설치를 최대한 신속히 마치겠다고 트럼프에게 품신(稟申) 올렸다.


황금박쥐 일원으로 불리던 박기영,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박성진을 기용하는 등,

대선전과 후가 이리도 확연히 다르다.


그는 과연 준비를 잘 한 이임이 분명하다.

대중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저들은 대선 전에는 시장에서 소통을 팔았지만,

당선되자마자 제 욕망에 바로 복무하고 말았다.

저들을 그 누가 진보라 이름하는가?

이 땅에 진보는 한 줌도 남아 있지 않다.


문빠들은 여전히 저들을 감싸며,

용이 하늘을 나는 노래를 불러재끼고 있다.


나는 애초부터 소통을 믿지 않았다.

소통은 장사꾼의 미끼에 불과한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자각이다. 

오늘은 이에 대하여 길게 말할 시간이 없다.

간단히 말하고 끝낸다.


앞글에서 빠돌이의 자기애에 대하여 말했다.

빠돌이는 자기애를 한 인물에 투사하여 현실을 구제한다.

아니 자신을 구제했다고 착각한다.

저들은 제 입에 봉사할 뿐이다.

그리고는 똥구멍으로 세상을 더럽힌다.

저급한 세상은 언제나 한 인물에 매몰된다.

성숙한 인격은 특정 인물에 묶여 과도히 열광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그가 일을 잘하면 지지를 보내고,

잘못하면 비판하거나 무대 밑으로 끌어낼 뿐이다.


자기애의 본질은 진짜배기로 자기 자신에 충실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마치 부처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처럼 말이다.

이를 제대로 거치면 자기애를 벗어나 보살(菩薩)이 된다.

자기가 무엇인지를 알기에,

번뇌를 벗고,

삶의 고통에 빠져 있는 중생을 구하려 나서게 된다.

이게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궁극적 인간상 보살이다.


소설 장길산에 보면,

관군의 토포(討捕)에 장길산 무리들이 와해된다.

이 때 장길산의 사부격인 운부 대사는 세상을 뒤집어엎을 궁리를 튼다.

임금을 갈아 치울 것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장길산은 백성들을 가르쳐 깨우치는 것이 먼저라 생각하며 대립한다.


나도 한 때 여기 시골에 들어와,

어른들은 기대난망이라 아이들을 상대로 새 기운을 일으키길 희망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게 다 무망한 일이 아닌가 싶다.


운부가 꾀한 역성혁명은 장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현실을 보자.

박 대신 문이 나섰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자,

하는 꼬락서니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장길산의 순정이 애틋하다.

하지만 마치 언 땅에 쟁기 박고 땅을 갈려는 듯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렇지만,

내, 어찌, 

목숨 걸고 불의와 싸우는,

운부나 장길산 보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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