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도노(學到老)
초기 내가 블루베리 재배를 하려고 할 때,
여기 지역 사회엔 앞서거니 뒤서거니 막 이 일에 나서는 이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들과 한두 차 만난 적이 있었지만,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재배를 하고 있지 않은즉,
저들 모임에 끼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저들은 작목반을 결성하여 정기적 모임을 가졌다.
후에 나에게도 가입하라는 권유가 있었다.
헌데 가입비가 50만원이란다.
저희들이 조금 앞서 모임을 결성하였다한들, 고만고만한 이들에 불과하고,
역사적으로 축적된 경험이라든가 지식이 있을 턱이 없다.
면면을 보니 재배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급할 만한 위인도 없어보였다.
형편이 그러함인데,
이것은 마치 마을 촌녀석들이 막 귀농한 이에게 마을 발전 기금 내라고,
강제로 윽박지르며 삥을 뜯자는 수작과 무엇이 다른가 싶었다.
게다가 모여 봤자 그저 술추렴이나 하고, 면식이나 익히고 교제하는 정도라면,
내가 거기에 들어 시간을 축낼 이유가 없었다.
하여 완곡한 말로 가입을 사양하였다.
그리고 혼자 공부를 하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자료를 입수하고,
훌륭한 분들의 가르침을 따라 배웠다.
블루베리에 관련된 국내 문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외국엔 미처 시간이 없어 다 읽지 못할 정도로, 자료가 차고 넘친다.
이것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섭렵하여 익힐 수 있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이들 연구 논문을 공부하였다.
저들 작목반 반원들의 재배 행태를 볼작시면,
블루베리 생리에 대한 이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여느 작물 대하듯 키우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품종 선택이 잘못되어,
시장에서 상품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조악한 품질을,
근원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이가 적지 않다.
초기 나의 연구하는 태도를 두고,
그리 공부를 하게 되면, 돈을 벌기에는 어렵다고 빈정대는 이도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자는 곳곳에 돈을 풀어 선전을 하기 바빴고,
제초제 뿌리고, 비료 처넣는 일에 열심이었다.
헌데 그의 농장을 가보면 잎이 노랗게 변하며 죽어가고 있다.
해마다 이런 곳이 한 단, 두 단씩 늘어나고 있다.
이것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고, 일반 작물 키우듯 키웠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라리 아무런 짓 하지 않고 내버려둠만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또 하나는 검증된 자기 농장 묘목을 사라고 은근히 권하였다.
문제는 그가 가진 묘목은 내 안목으로는 열등 품종이었다.
최근 그가 생산한 블루베리를 보았는데,
마치 콩알만 한 크기에, 맛에도 깊이가 없었다.
블루베리 맛이란 당산비(糖酸比) 즉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저 밋밋한 단맛만 날 뿐, 신맛이 없어,
그윽한 풍미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목반에서 탈퇴한 이가 하나 있다.
왜 탈퇴하였는가 물었더니,
별반 공부가 이뤄지지 않아 물러났다고 한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회원 중 하나가 자신이 쓰는 비료를,
감추고 공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대체 작목반을 왜 결성하였는가?
자신의 장처를 널리 공유하고,
단처를 경계하며 함께 재배기술을 공고히 하고자 모인 것이 아닌가?
오늘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결코 저들의 잘못을 지적하려 함에 있지 않다.
최근 저들이 내놓은 블루베리를 보고 있자니,
공부를 하지 않은 이들의 말로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추나 배추처럼 당년작 소출로 판가름이 나는 것이 아니라,
블루베리는 나무이기 때문에 처음 길을 잘못 들어서면,
새길로 고쳐 다시 나서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活到老,學到老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움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며칠 비가 내리셔서,
이를 핑계로 수확을 멈추고,
잠시 짬을 내어 최근 겪은 일에 대한 감상을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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