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풀벌레 잡상(雜想)

소요유 : 2018. 8. 4. 08:51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산자는 삶을 이어간다.

여기 시골엔 귀뚜라미가 7월 말부터 출현했다.

녀석을 보게 되면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아, 벌써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가?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그 때쯤이면 어김없이 귀뚜라미가 나타난다.

‘알기는 칠월 귀뚜라미다.’

속담처럼 가을 계절을 이처럼 예징하는 것도 드물다.


야밤에 바깥으로 나가면, 풀벌레도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폭염을 두고, 지구 온난화 운운하며 남의 이야기 하듯 하면서도,

연신 패악질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악어의 눈물처럼 현실을 지우며 위선을 떨 뿐,

캐타스트로피(catastrophe) 파국을 맞기 전까지는 변함이 없다.

이런 가운데도 천도(天道)는 여전히 제 갈 길을 가며,

계절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 참고 글 : 이상지계(履霜之戒))

(※ 참고 글 : 천풍구(天風姤)와 슈퍼퍼지션(superposition))


올여름 여기 지역에 있는 하나로 마트를 들렸다.

언제나 입구로 이르는, 차가 드나드는 길목을 막으며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반드시,

언제나.


아침이라 차도 별로 없는데 바로 옆의 주차장을 마다하고 길목에다 세운 것이다.

마침 떠나려는 여자를 향해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 이른다.

그러자 이 여자가 들고 있던 백을 삿대질을 하듯 내게 흔들며 화를 낸다.

네가 무엇이냐는 식이다.


며칠 후 막, 차를 길목에 대려던 그 여자를 또 다시 보았다.

내가 다시 혼을 내자,

이젠 어쩔 수 없었던지 다른 곳으로 차를 돌린다.


여담이지만, 여기 지역 사람들은 드세다.

내 겪기로 사내, 계집 가리지 않고, 이리 악에 바쳐 사는 이들을 만나보지 못하였다.

하여, 여기 사는 이에게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예전에 전란이 끝나고 낙향한 이들이 대부분이라,

당장 살기 바빠, 염치를 차릴 형편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그대로 정착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리 말하고 있다.


핑계가 색주가 계집 팬츠처럼 반지르 반짝 요란하구나.

영원히 실향민 정서 팔며, 사람 노릇 접고 살 일이다.

저 간단한 일에 욕심을 거두지 못한다면,

다른 일인들 구태여 일러 무삼하리요?


마트 직원 이야기로는 말도 말라면서,

그 일 때문에 수도 없이 싸움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무리 타일러도, 외려 멱살을 잡으며 대들기 때문에 고충이 많다고 한다.

이것 해결이 아니 된다.


2010년께 여기 시골에 내려온 초기,

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려고 내가 직접 점장을 만났다.

그러자 바닥에 주차 금지 노란 횡선을 그었다.

이것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 후, 주차 차단봉을 죽 세웠다.

그러자 길목은 그만큼 좁아졌다.

하지만, 그 옆에 세우는 차량은 여전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三十輻,共一轂,當其無,有車之用。埏埴以為器,當其無,有器之用。鑿戶牖以為室,當其無,有室之用。故有之以為利,無之以為用。

(道德經)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 가운데로 모인다.

그 바퀴통이 비워있기에 수레로써의 쓰임이 있다.


진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가 비워 있기에 그릇으로써의 쓰임이 있다.


문과 창문을 뚫어 방을 만드는데,

그 비어 있음으로써 방의 쓰임이 있다.


고로, 有에 이로움이 있음은,

無가 用 즉 쓰임이 있기 때문이다.”


바퀴통의 빔,

그릇의 빔,

문의 빔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그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해치고, 천하를 악으로 번지게 하는 단초가 된다.

그렇지 않은가?

제 사익을 위해,

부단히 여러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고,

공익을 절취해가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도적에 다름 아닌 것이다.


室無空虛,則婦姑勃谿;心無天遊,則六鑿相攘。

(莊子)


“방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서로 싸우게 되고, 

마음이 자연에서 노닐지 않으면,

여섯 개의 구멍(감각기관)이 서로 싸우게 된다.”


길목 빈 공간은,

비워 있기에 그 쓰임이 있는 것이다.

년놈들 저 녀석들에게 주차하라고 남겨 둔 것이 아닌 것이다.

이것을 악착같이 훔쳐내어,

제 뱃구레에 채워넣기에,

세상엔 부단히 갈등이 때려지고, 싸움박질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함이니 어찌 저들을 두고 도적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음인가?


... 故輿人成輿則欲人之富貴,匠人成棺則欲人之夭死也,非輿人仁而匠人賊也,人不貴則輿不售,人不死則棺不買,情非憎人也,利在人之死也。

(韓非子)


... 고로 수레를 만드는 이가 수레를 만들면, 사람이 부귀해지길 바라고,

관 짜는 이가 관을 만들면, 사람이 요절하길 바란다.

이는 수레 만드는 이가 어질고, 관 짜는 이가 흉악한 적당이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귀해지지 않으면 수레가 팔리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팔리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데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鱣似蛇,蠶似蠋。人見蛇則驚駭,見蠋則毛起。漁者持鱣,婦人拾蠶,利之所在,皆為賁、諸。


장어는 뱀과 비슷하고, 누에는 벌레와 비슷하다.

사람이 뱀을 보면 놀라고, 벌레를 보면 머리털이 곤두서며 소름이 돋는다.

어부가 장어를 손으로 잡고,

아낙네가 누에를 주워 만진다.

이익이 있는 곳엔 모두  맹분(孟賁)이나 전저(專諸)가 되고 만다.

(※ 맹분, 전저 : 춘추전국 시대의 장사(壯士))


유가는 예의를 말하고, 의로움을 내세운다.

하지만, 이것으로 저들 인간을 결코 규율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여기 한비자의 주도(主道) 일부를 소개해두는 바이다.

현대 경영학 이론은 대개 상하 신뢰를 쌓고, 소통을 기하길 적극 강조한다.

게다가 권한과 책임의 하향 이양을 적극 권장한다.

허나 법가의 주장은 이와는 사뭇 궤를 달리하고 있다.

법가는 인간을 근본적으로 신뢰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혹간 인간을 악한 존재로 본다는 오해도 있으나,

이는 바르게 보았다 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악(善惡) 차원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利害)에 매인 존재로 볼 뿐이다.


그런즉, 저들을 규율할 수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법일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하니까, 길목에 주차하는 것은,

저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그냥 말로 타일러서는 결코 고쳐질 수가 없다.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이 정비되고, 이게 실질적으로 집행되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게 법가가 지향하였던 가치였다.


이것을 움직이는 양대 기둥이 있으니,

상과 벌이 되겠다.


한편으론,

저들이 근원적으로 욕심을 부릴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요긴하다.

예컨대, 은행에 가면 볼 수 있는 대기순번 시스템이다.

예전에 이것 없을 때 보면,

언제나 염치 내버린 인간이 일찍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점장이 내게 물었다.

얌체 주차를 막을 방법이 없겠는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그대들의 소임이다.

잘 궁리를 틀 일이다.’

저들로선 얌체 주차객도 손님인즉,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충이 있다.


하지만,

나라면, 

진작에 시스템적으로, 원초적으로 저들을 막을 도리를 찾아내었을 것이다.


내가 나서기로 한다면,

내부 경영 철학, 목표, 수단까지 참견을 하여야 한다.

그러함이니, 저것은 점장이 해결하여야 할 과제이다.

아직도 해결을 못하고 있는 것 보니,

점장은 예민한 이가 아님이 틀림없다.


신새벽에 일어나니,

아직까지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秋夜獨坐 王維  


獨坐悲雙鬢, 空堂欲二更。

雨中山果落, 燈下草蟲鳴。

白發終難變, 黃金不可成。

欲知除老病, 唯有學無生。


홀로 앉아 살쩍이 하얗게 서린 것을 보니 비애감에 젖는다.

비에 산중 과일 열매는 절로 떨어지고,

등하에 풀벌레 소리는 들리는데, 황금을 장만한 것도 없고,

천년만년 살려고 하는 것 다 허망한 노릇이라.

다만 불도를 배워 오욕칠정을 다스릴 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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