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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역활

소요유 : 2018. 8. 1. 08:49


노회찬 장례가 끝났다.


내가 어디선가 유시민이 상주 역할을 하였다는 기사를 보고,

좀 의심이 되어, 과연 상주 역할에 그쳤는가 아니면 상주가 되었는가 살폈다.


관련 문서를 찾기 어렵다.

예전 같으면 신문 부고란엔 상주, 호상 등이 바로 박혀 공표가 된다.

허나, 요즘엔 조각 파편 글들만 넷상에 흘려져 있을 뿐,

정식 문서를 발견하기 어렵다.

어느 동영상을 보니 그의 가슴에 호상(護喪)이란 리본이 달려 있으니,

상주는 아니고 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입상주(立喪主)

상주(喪主)는 대개 장자(長子)가 맡게 된다.

아들이 없다면 장손(長孫) 또는 특별한 경우 처가 상주가 될 수는 있다.


상주는 중요한 자리다.

절대왕권시대 같으면 상주를 맡은 이가 죽은 이의 권리를 포괄 상속받게 된다.

가령 장자가 아니고 차자가 상주를 맡게 되면,

왕권은 장자가 아니라 차자가 차지하게 된다.

그러니 상주 자리를 놓고,

장례 치르기 전에 치열한 격론이 벌어지고, 암투가 일고, 

골육상쟁의 비극이 벌어지기 일쑤다.

그러하니 함부로 자격 없는 이가 상주 자리를 맡을 수 없는 것이다.


유시민이 상주가 아니라 상주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니 다행이다.

하지만, 과연 그가 역할이라 하지만, 그 자리에 임하여도 괜찮은가?

이는 냉정히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상주가 돌아가신 이의 상속권자라 할 때,

과연 유시민이 노회찬의 유지를 잇고, 계승할 위치에 있는가?

이는 충분히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생 동지라 자임한 심상정은 호상(護喪)으로 발표되었다.

호상은 호상차지(護喪次知)라고도 하는데,

초상 치르는 데에 관한 온갖 일을 책임지고 맡아 보살피는 사람을 뜻한다.

헌즉 호상이란 결코 고인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다.

다만 초상이 잘 치러질 수 있도록 조력할 뿐이다.


차라리 심상정이라면, 상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유시민이라면 호상을 넘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상주가 며칠 간 종일 조문객을 맞기 어려우니,

호상 중 일부가 곁에서 조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한들, 동영상에서 보듯 맨 앞자리에 처하여,

상주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주 아랫자리에 위치하여 조문객을 맡고, 대변을 할 수는 있다 하여도.


노회찬의 죽음 앞에 서자.

호상조차 감히 맡기 죄송스럽다.


항차 상주, 아니 상주 역할일지라도 자임하기는 어렵다.

혹여 그런 자리를 요청 받았다 한들, 사양하는 것이 옳은 도리다.


흔히, 우리 모두가 그의 호상이다 상주다 이리 말하는 이도 있다.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리지 못할 것인가?

하지만 이 슬픔의 강 한 가운데서도 냉정하게 사물을 살피는 일은 필요하다.

그의 살아생전, 그의 뜻에 동조하고, 힘을 보태었는가?

우리는 이 물음 앞에 떳떳하니 대꾸할 말이 없다.

부끄럽다.

헌즉, 상주는커녕 호상 자리도 감히 넘볼 자격이 있는가?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이 넘쳐 주먹을 쥐고 눈물을 훔치며, 

제단 아래에 무릎을 꿇고 오열할 염치가 있는가?

평소 그를 지지하고 믿고 따르는 것을 넘어,

그대들은 과연 구체적 실천 행동을 보였는가?


‘다음번엔 정의당을 찍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될 만한 정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


이리 말하면서 더민당을 찍지 않았던가?

이 영원한 유보의 마음으론 우리의 현실을 결코 변개(變改)시킬 수 없다.

지금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하여야 한다.

설혹 전망이 되지 않는다 하여도,

이런 믿음과 실천의 한걸음 한걸음이 종국엔 바른 세상을 앞당기는 초석이 된다.


그러함인데,

이제 와서 감히 상주 자리를 넘보고 호상을 자처할 수 있음인가?

다 늦게.

참람(僭濫)스런 일이다.


슬픔을 소비하지 말 것이며,

분노를 뽐낼 일이 아니라,

다만 고인을 이리 허무하게 보내고 만,

우리들 자신을 자책할 일이다.


상주, 호상 노릇을 탐할 노릇이 아니라,

외떨어진 골짜기 길을 걸으며 자송(自訟)으로 제 가슴을 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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