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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석주의와 나의 판타지

소요유 : 2008. 5. 26. 20:31


내가 늘 이용하는 북한산 약수터 이야기다.
그 약수터 물 나오는 곳 바로 직상 산기슭에는 바위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그 바위 밑뿌리 부근엔 일부 흙이 패여 나가고 없다.
늘, 장마철이라든가, 봄녘 땅풀리는 때에 이르면 혹 무너져내리지나 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
행여라도 굴러 떨어진다면 바로 물 받는 객을 덮칠 위치라 내겐 심상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인가 싶어 거기 드나드는 객들에게 우선 의견을 구해보았다.

위험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반반 정도였다.
지금 당장 무너지려하는 것은 아니였기에 양단 여하간 그리 강력한 의견을 가진 사람은 없었지만,
별반 위험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상대로 나는 짓궂은 추가 질문을 해보았다.

“만약 댁 집안이 이런 상황이고 게서 물을 매일 받을 입장이라면,
그래도 저런 바위를 그냥 두고 계시겠는가 ?”

“아마 그랬다면 올라가서 조치를 했겠지요.”

물 받는 단 5분여간에 무슨 일이 발생할런가 ?
나에게는 단 5분이지만, 거기 이어 받는 사람들 모두의 시간을 합하면,
이내 하루가 되지 않겠는가 ?
사물에 대한 사적 평가와 공적 평가의 가볍고 무거움은 이리 늘 한결 같지 않다.
물론 나라면,
나에겐 단 5분간의 위험이지만, 종국엔 나 외에도 지속될 위험인즉,
이를 방치하는 것은 양심을 거스르는 것을 떠나서라도, 우선 당장 마음이 편치 않다.

땅속에 박힌 바위 밑뿌리가 얼마만큼 깊이 박혀 있는가에 대한 소견은
파보지 않는 한, 그 누구의 것이라도 신뢰할 만한 근거가 박약하다.
따라서 일반인이 갖는 위험에 대한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당신이 아니라도, 누군가 하나는 나서서,
사전에 아무리 조그만 위험일지라도 징후가 발견되면,
마땅히 이를 점검하고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는 판정을 내야 할 것이며,
만약 위험하다면 그게 단 1%라 된다한들 마땅히 방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

성수대교가 무너질줄 그 누가 알았는가 ?
모두 설마하니 하고 방심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도리없다.
역시 이러한 일은 공적인 책임을 진 기관이 나서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에게는 단 5분간의 일이지만,
모아 전체를 겨냥하면 하루가 되고, 한 인간 분(分)의 위험이 된다.
그러즉 왼통의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하여야 할 입장인 공원당국이라면
성실하고도 책임있게 담당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하여, 지난 03.25일 공원 당국에 이를 신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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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03.27일 이리 회신이 왔다.

“안녕하세요. 북한산사무소 입니다.
현장 확인후에 조치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4월이 가고 5월이 반을 지나건만, 종내 무소식이다.
지난 4월말 경엔 나 외에도 다른 분이 추가로 신고하였단 소식을 들었다.
그 분에게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말씀을 들었다.

평소 겪은 바, 그들을 과히 신뢰하지 않는 나로서는 다시 재차 접근하지 않기로 하였다.
대신, 만부득 상급기관의 도움을 받기로 하였다.
해서 05.15일에 환경부 민원실에 저간의 사정을 전하고 점검을 부탁하였다.

하였더니, 그로부터 05.19일에 회신이 왔다.

“귀하께서 제기한 민원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검토후 회신토록 조치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로서는 저들이 태만한 사유를 밝히고,
이후 속 시원한 조치를 기대한 것인데,
고작 상대에게 다시 일거리를 되받아친 것에 그치고 말은 것이다.
공무 담임행정의 전형적인 되돌려 미루기 수법이다.

그런데, 어제 05.25일에 약수터에 갔다가 한바탕 웃고 말았다.
팻말이 두 개나 서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낙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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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로서는 근 2개월 만에 최선을 다한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자 이로서, 위험에 대한 부담은 다시 시민에게 돌아갔다.
책임을 다한 것이라는 저들의 낯 붉힌 선언이라도 된 양,
두 개의 팻말이 눈을 부릅뜨고 현장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만약 바위가 굴러 시민의 생명이 다치더라도,
그 때 그 책임은 “낙석주의”란 팻말을 무시하고
게서 서성거린 시민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신고행위란 무엇인가 ?
결국 위험으로부터 아무런 안전을 확보한 것도 없이,
공연히 저들의 면피(免避)만 도모한 짝이 아닌가 말이다.

저 “낙석주의”란 팻말이 올연히 우뚝 서서 증언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만약,
이제라한들 뒤늦게 무대에 등장한,
저들의 “낙석주의”란 팻말의 내용대로 낙석의 위험이 있는 것이라면,
신고 후 2개월 가까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던 이상,
최소한 저들의 태만은 스스로 입증된 것 아닌가 ?

더욱이 위험한 곳이라면 팻말로 경계만 할 것이 아니라,
저들 그릇대로라면, 아예 쇠사슬로 울을 쳐서 출입을 금지 시켜야 하지 않을까 ?

(물론 나라면, 바위 밑에 보강 돌을 넣고 받쳐 올려 단도리를 했을 터지만,
그리고 그를 기대한 것이련만.
수십년 시민들의 사랑을 내리 받아오던 그곳을 곧바로 폐쇄할만큼
마음들이 차갑고 모질어서야 되겠는가 ?
비록 땅따먹기 놀이하는 어린아이들이 석필로 금을 긋듯
소고기에 금을 긋고는 저쪽은 먹으면 아니 되고, 요쪽은 먹어도 되,
하며 급살 맞을 야살을 떠는 세상 형편이지만,
이 땅의 샘물 앞에 서면 나는 그저 물이 아니라 애련한 정조(情操)를 아울러 긷는다.
거기 수백(水伯)이라도 좋고, 물할미라도 좋다.
아낙들의 정성과 소망을 굽어 지켜보시던 그들이 계시지 않은가 말이다.
(☞ 2008/02/27 - [소요유] - 야반삼경(夜半三更) 문빗장 - 자정수(子正水))
하니 마땅히 보살피고 지켜드려야 도리가 아니겠는가 ?)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저 경계 팻말이란 도대체 얼마나 서러운 짓거리인가 말이다.
아니 그런가 ?
시민들, 네들이 위험부담을 지려면,
그리 쪼그리고 앉아 물을 받든지 말든지 하라 !

쇠고기도 겁나,
수돗물도 겁나,
허위단심 산 허리 감아 돌아 헉헉 올라와
이리 푸대접을 받는 심사라니,
초라한 나를 내던져, 차라리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 따라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던 차,
저 팻말을 다시 쳐다보자,
나는 두연히 한바탕 허허로운 웃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도시, 산다는 게 한조각 코메디 같지 않은가 말이다.

이명박의
“원하지 않으면 먹지 마라”
이 알뜰한 말씀과 저 “낙석주의”란 팻말의 친절함은
얼마나 간절함이 사무치냐 말이다.

순간 나는 우화등선하고 만다.
이 짜릿하고 현란한 은유의 세계야말로
종내 염정(染淨)이 상자(相資)하고, 호훈(互熏)함의 이치를
봄 뜨락 풀꽃처럼 수놓으며 우쭐거리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산을 내려오면서,
나는 두 팔을 새처럼 날개펴듯 활짝 펴본다.
산 마루가 저 밑에 펼쳐지고, 골짜기 들꽃이 까마득히 발 아래 웃고 있지 않은가,
기어히 내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았음이다.

미치지 않으려면, 사먹지 말고,
깔려 죽지 않으려면, 주의하라는 당부의 말씀이
북소리 둥둥 가슴팍을 냅다 사무치게 치오른다.
저 멀리 천둥 번개 치듯 꽹과리 소리가 산마루까지 자욱히 몰려온다.
이내 까무룩이 넋이 질려,
내 혼이 산 등성이 위로 날아 오르고 만다.
필경 나는 우화등선한 게다.

***
***

후기(2008.06.04)

혹시 추가 조치가 있을까 싶어 며칠 두고 보았다.
그러나, 종내 아무런 낌새도 없다.
하여 지난 2008.06.02 18:29:14 환경부에 재신고 하였다.
하였더니 2008.06.03 10:22:30 환경부로부터 이리 득달 같이 회신이 왔다.

"귀하께서 제출한 신고사항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조치후 조치결과를 5.29일 우편으로 회신하였으나 아직까지 도착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귀하께서 신고한 사항에 대하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다음과 같이 조치하였습니다. - 지적하신 바위에 대하여 하단부에 받침돌을 넣어서 보강하였으며, - 계속해서 바위의 움직임을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되면 추가적으로 즉시 조치 예정 감사합니다."

그리고 06.03 집으로 '익일특급' 편지가 하나 배달되었다.
위 환경부 회신과 동일한 내용인데, 발신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다.

내가 낙석주의 팻말을 목격한 것이 05.25이고 환경부에 재신고한 것이 06.02 다.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의 마지막 회신 편지 겉봉을 보니 06.02에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05.29 처리로 되어 있다.

그 동안 나는 현장을 다녔지만, 별다른 조치사항이 가해진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05.29 언간 조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낙석주의 팻말 설치와 동시에 조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지 정밀히 검토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가,
나의 재신고 이후에야 득달같이 조치하였다는 회신이 온 점이 제법 얄궂다.

지난 03.25 첫번 신고이후 그리 안하무인 요지부동이었던 그들이
상급기관을 통해 그것도 두번씩이나 채근하자,
그 때라서야 나선 사연이 여간 딱하지 않은가 말이다.

더우기, 조치하였다는 내용도 참으로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 큰 바위 밑둥에 기껏 돌 세개 정도를 받쳐 놓은 것이니 이도 너무 안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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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장마철에 하단 흙이 유실이라도 된다면 급경사인즉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리라.
하여간 그리라도 애(?)를 썼으니 다만 얼마만이라도 조금 안전할런가 ?
하는 김에, 향후 수십년을 보고 단단히 조치를 하지는 못한단 말인가 ?

사고란 사람이 다쳤을 때라야 뒤늦게 그리 부른다.
그전에는 아직 일이 일어나지 않았은즉 안전한 것이란 말인가 ?
어느 순간 도적처럼 다가드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를 위험이라 부르고,
사전에 미리 단도리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안전사고 예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우기 공적 책임기관은 솔선수범하여 공익에 이바지 하여야 한다.
신고를 몇번씩하기까지 그리 태만할 수 있는가 말이다.

지난 2004.06에도 나는 다른 지역의 낙석위험에 대하여 신고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조치한다고 하더니만 종내 무소식이라 재차 채근하자 처리한 적이 있다.
그 때에는 그들이 밑뿌리 부근을 그런대로 돌무더기로 쌓아올려 보강조치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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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사진은 홍수가 나서 큰 바위들이 떨어져 길을 막았었는데, 얼추 치워진 후의 모습이다.
본시는 좌우에 널부러진 바위들이 좌측 기슭에서 무너져 내려 길 한가운대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그곳을 지나는 객이 있었다면 참변이 났었으리라.
그런데 그 길 좌측 변에 남겨진 바위가 밑뿌리가 흙에 패인 채, 일부가 허공중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이를 신고한 것인데 그 때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재차 신고하자 두번째 사진처럼 조치를 하였다.
당시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
그리 큰 바위가 길을 가득 메우며 떨어졌었는데,
그것만 치우고 산기슭의 위험한 바위는 그냥 방치한 것이다.
그것도 재차 신고한 끝에 저리 보강이라도 하였으니,
저들의 태만은 이제나 저제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 뿐이 아니다,
주 등산로 길목을 허공중에 가로지른 고사목 나무를 조치하여 달라고 신고한 적도 있으나,
이도 한번에 처리되지 않고 또 다시 채근하자 어쩔 수 없이 처리한 적도 있는 그들이다.
당시, 장마가 져서 여기 저기 나무가 쓰러져, 전깃줄도 덮치고, 등산로도 덮치던 시절이다.
만약 길목을 가로지른 나무가 객이 지날 때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이 또한 대형 참사가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지금도 나무 하나가 여전히 허공을 가르고 누워서 길목을 가로 지르고 있다.
이것은 생목이라 내가 채근하면 살아 있는 것을 베어버릴 염려가 있어 적이 인내하고 있다.
하지만, 받침목으로 조치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야 마땅할 것이로되,
그들은 여전히 놔두고 있다.
거기는 주 등산로이기에 하루에도 수백명씩 드나드는 곳이다.

그 외 쓰레기 처리 행정도 자못 부아가 솟구칠 정도로 엉터리다.

하여간 북한산 정릉쪽 관리직원은 나만의 판단인지는 몰라도 사뭇 성실하지 않다.
오죽하면, 안면 있는 직원들에게 내게 시간을 주면 강연이라도 하여 그들을 교육시키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한다.
물론 그곳에 훌륭한 분도 적지 않을 터이나,
쓰레기 처리행정, 등산로 정비 등의 부분에 관한한 나는 불만이 많다.
무료 봉사라도 할 터이니,
내게 단 3개월만이라도 책임자로 일하게 한다면,
일신하여 저들을 바꿔놓고 말리라 !
나는 가끔 부아가 나서 무망한 노릇이겠으나, 이리  생각해보곤 한다.

***
***

관련 글 : ☞ 2008/05/07 - [산] - 북한산 낙석 위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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