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례(退礼)
윤정권이 설날 선물을 준비하여 각계에 보냈는데,
십자가 포장재에, 술, 육포가 포함된 물목이,
불교계에 전해져 설왕설래 논란이 일고 있다.
(※ 출처 : donga)
(※ 출처 : hani)
이를 두고 저마다 입 열어 한마디씩 뱉어내고 있다.
하지만 다 알과녁을 비껴가고 있다.
내 이를 안타까이 여겨 지도 말씀 내린다.
或曰
법사 인증을 받지 않고 급히 돌렸기 때문에 사단이 난 것이다.
或曰
아니다. 법사가 평소 즐기는 물목 중심으로 선물 셋트를 구성했을 뿐이다.
或曰
용산 식구들 모두들 술에 취하고, 고기 즐기기에 바빴다.
이게 무슨 허물이 된다고 난리인가?
그만 입 봉하고,
범종교계 물건들 함께 동락하면 설이 또한 얼마나 즐거웠으랴?
(※ 출처 : newsis)
조계종 이 땡중들 봐라.
그래도 비서실장이 와서 사과한 것은 처음이라며,
엎드려 절하며 사죄 말씀을 받잡는 태도가,
참으로 고법(古法) 좇아 절에 간 색시처럼 공손하구나.
(※ 출처 : hani)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었다.
황교안 때도 육포를 보냈었다.
그런데 그때는 비서실장이 와서, 사과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엔 비서실장께서 몸소 발걸음을 하셨으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란 소리다.
산중에 짱 박혀 문 닫아걸고,
잡인은 어지럽히지 말라는 금란방(禁亂榜) 365일 매양 크게 붙여 놓고,
수행한다고 선전해대고는,
실제 술 처먹고, 도박 예사로 하던 돌중들.
아마도 이번 선물 다시 회수한다는 말 듣고,
입맛을 쩍쩍 다시지나 않았을까?
가사만 걸치면 모두 서로 돌아가며 큰스님이라 뽐내지 않던가?
큰스님답게 그냥 잘 받겠습니다 하며,
선물 세트 통 크게 받고 말 일이었다.
대웅전 뒷산보다 더 큰 모습을 보여주며,
넉넉히 품었으면 산중신들이 모두 나와,
너희 돌중들을 칭송하였으리라.
산중신들도 공주 백일주에다, 횡성 육포 뜯으며,
모처럼 포식하면 어디 덧난다냐?
네들만 설쇠는 입이더냐?
고약한 것들.
却之不恭, 受之有愧
거절하자니 결례 같고,
받자니 쑥스럽다 하였음이다.
과연 스님들이 청정심을 닦는 이들이라면,
退礼코,
단호히 선물을 돌려주었어야 했다.
아아,
총무원장은 나 같이 예법에 밝은 이가 맡았어야 한다.
공연히 헛바지 저고리 앉혀놓았으니,
불교계가 영 체면이 서지 않는 것이다.
무슨 장사꾼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
보낸 선물 회수하고, 다시 새 선물을 받겠다고,
그리 남우새스럽게 조빼고 자빠졌는가?
스님이라면,
野壇 높이 쌓고,
法席 펼 일이지,
까짓 몇 푼되는 선물이라고 그리,
산중 온 대중이 나서서 야단법석인가?
아아,
정녕 저들이,
도를 닦는 스님이라면,
마당에,
물 뿌리고,
빗자루로 쓸어내어,
단을 높이 쌓고,
마음보나 제대로 닦을 일이다.
歸依
小僧素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