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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단과 시장

소요유 : 2009.05.21 15:23


일부는 제가 다른 곳에서 이미 적었던 내용이나,
약간의 손질을 가하여 이곳 블로그에 새로 소개합니다.

농단(壟斷)이란 말이 있습니다.
우선 글자 풀이 좀 해볼까요.
농(壟)이란 언덕 또는 밭두둑을 뜻한다고 새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진(秦)나라 때는 무덤(冢)이란 뜻으로도 쓰였지요.
한국에서는 밭두둑으로 새기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중국에서는 밭이랑으로란 뜻으로 적지 아니 사용됩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저 언덕으로 새기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농단’의 농도 여기서는 언덕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단(斷)이란 무엇을 뜻할까요?
잘 아시다시피 당연 끊는다란 뜻이지요.
설문해자를 보면, 斷,截也 이라 하였음이니,
이는 곧 ‘자른다’란 의미입니다.
‘농단’에서의 단은 땅이 잘라져 깎아지른 듯한 모습을 형용합니다.

그러하니 농단이란 곧 주변 땅보다 깍은 듯 높이 솟은 언덕을 뜻합니다.
그런데, 농단이란 말은 현실의 세계에서는 ‘농단한다’라는 용례를 보더라도,
언덕이란 말로 쓰이지 않습니다.
즉 이는 제 이익을 홀로 독차지 하려는 작태를 지칭하는 데 사용됩니다.

농단이란 원래 맹자(孟子)가 출전입니다.
이게 사뭇 재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예전 글을 기초로 잠시 추려 소개를 하고 다음을 잇고자 합니다.

맹자는 왕 앞에서도 할 말은 바로 거침없이 쏟아내는 성품입니다.
왕의 신하로서가 아니라,
대등한 사내장부로 마주하고자 하는 호연지기의 기상이 넘쳤으니,
사내장부 중에 장부라 할 만한 사람입니다.

제선왕(齊宣王)과 맹자 사이에 선약이 있었습니다.
후에 연락이 오기를,
지금 선왕이 감기가 들어 만나기 어려우니 차후 다시 만나자는 기별이었습니다.
맹자는 마침 입궐 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으나, 이런 연락을 받자
“나도 아파서 입궐할 수 없다.” 라고 말합니다.
맹자의 자존심이라니...

그런데, 이튿날 제나라 대신인 동곽(東郭) 집에 상사가 나서 조문을 가야했습니다.
맹자는 이에 상갓집에 가려고 나섰습니다.
이 때 제자가 이르길, 어제 왕에게 병중이라 하였던 것을 상기시키며 삼갈 것을 권합니다.
그러자 맹자는

“어제는 아팠으나 오늘은 나았어”

하며 길을 떠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마침 왕으로부터 맹자를 돌볼 의사가 파견됩니다.
이에 집안 식구가 이르기를 어제는 아팠으나, 이제 나와서 입궐하였습니다라고
거짓으로 얼버무리고, 맹자한테 급히 가서 사정을 설명하며 입궐할 것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맹자는 이를 무시하고 동곽 집에 태연히 머무릅니다.

이러저러한 일로 제왕과 맹자는 사이가 편치 않아져,
결국 맹자는 제나라를 떠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제왕은 맹자에 미련이 남아 대폭 녹을 올려 대접할 테니
남아 있을 것을 제안합니다.비록 왕과의 사이가 버성거리지만,
맹자 정도의 명성이면 제나라에 붙들어 두는 것만 하여도,
적지 아니 나라에 보탬이 됩니다.

쉽게 비유하건대,
마치 김연아를 붙잡아두고 갖은 요령을 피워대는 고려대학교 총장처럼,
제법 이문이 남는 장사인 것입니다.
실제로 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맹자처럼 아성(亞聖)으로 추앙되는 이가 어떤 나라에 머무르고 있으면,
탈이 날까봐, 감히 적국이 침범하는 것을 삼가게 됩니다.

어쨌건, 맹자는 이를 거절하며
“농단으로 사적 이익을 꾀하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말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농단의 출처가 바로 예입니다.

옛날에 시장이란 있는 자와 없는 자끼리 물건을 그저 교환하는 장소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천한 자가 나타나 혼자만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시장 전체를 두루 살피며,
시리(市利)를 홀로 독식합니다. 즉 홀로 높은 이곳이 농단인 게지요.
그러니 모든 사람이 그를 천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세금을 징수하게 됩니다.
商人에게 세금을 부과하게 된 것은 이 때부터라 합니다.

그전에는 관리가 있어 그저 시장 사람들끼리의 분쟁만을 조정하였는데,
그 천장부(賤丈夫) 이래로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지요.
이게 중간에 관리가 나서 질서를 잡는다는 구실이었겠지만,
실인즉 숟가락 하나 덤으로 더 얹겠다는 수작질에 다름 아닙니다.

(※ 원래 10척을 1장(丈)이라고 하는데,
이를 상(商)나라 기준으로 보면 169.5cm 정도로 대략 사람 키에 상당합니다.
장부(丈夫)라고 이르는 말은 사실 이에 유래합니다.
천장부라 함은 비루하고 천박한 이를 이름입니다.)

***

시장이 제 필요에 따른 물물교환의 장소였는데,
어느 날 사익을 탐한 천장부가 나타나,
저 홀로 언덕에 올라 정보를 독점하게 됩니다.
시장을 단순한 교환의 장소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창출하는 장소로 적극 도모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시장의 농단화,
그리고 농단의 사물화(私物化).
거칠게 말하자면, 이게 요즘 식으로 말하면 경제발전입니다.

혹간 조그만 사이트내에 회원장터가 개설된 경우가 있습니다.
개설자 입장에서는 애초엔
기존의 외부 시장 유통 경로를 통하지 않고,
회원들 간의 수평적인 재화 또는 용역 나아가 정보가 교환되리란
조촐한 기대가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이 여기라고 천장부가 아니 나타나겠습니까?
하기사, 저 맹자에서 말한 본래의 의미의 순수한 교환 장소로서의 시장이
현대에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전입니다.
오직 있다면 형형색색 알록달록 저마다 판 벌린 농단이 있을 뿐입니다.
진즉 본색은 농단이로되 그를 일러,
우리는 그럴싸하니 시장이라고 부르고 있을 따름이지요.

마치 사치품이라는 것이 이즈음엔,
슬쩍 이름을 바꾸어 명품으로 불리는 현상과 비슷할런가?
사치품이 거래되는 시장에 내가 서성거리면 악덕을 짓는 양 송구스럽지만,
명품이 매매되는 현장에 서 있으면 나는 제법 고상한 인간씩이나 됩니다.

여기 시장터에서,
저마다 높이 단을 쌓고 그 농단 위에 올라,
가진 재주를 마음껏 발휘하며,
돈을 벌기 위해 분주합니다.
이게 맹자가 보기에는 모두 천장부이겠지만,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 경쟁력 있는 유능한 경제인들입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신지식인, 벤처기업인, 신지식농업인이니 하며,
적극 독려하고 상을 쥐어 주며 농단의 주인이 되라고 부추깁니다.

세금이라는 것이 원래 농단에 선 사람에게 부과한 것이 유래이듯이,
천하인이 모두 농단인이 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도 세금을 신나게 거두어들일 수 있겠지요.

맹자가 지금 세상에 다시 돌아온다면,
천하 사람들을 모두 천장부라고 싸잡아 나무라실까요?
위에서 맹자는 제선왕의 제안을 물리치며 부르짖었습니다.

“나는 결코 장사꾼이 아니다.
아무리 대저택을 지어주고, 1만종(鐘, 1종은 6섬4말)의 녹봉을 준다한들,
나는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

이리 선언을 하는 것입니다.
장부(丈夫)가 아무리 많다한들,
맹자 나 홀로 대장부(大丈夫)임이랴,
이리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펴는 것이지요.

***

세상은 천하인이 모두 농단에 서 있고,
서 있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또한, 이것을 나무랄 수도 없고,
그리고 나무란들 별 도리도 없고,
우선은 나부터 그리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그런 가운데 비온 뒤 죽순 올라오듯,
물물교환 장터에도 간간 농단 위에 더 높이 층층이 망루를 세우고,
농단을 사물화 하는 사람들이 출몰하곤 합니다.

시장에서 농단을 짓고 그 위에 올라,
손을 동그랗게 말아줘 입에 대고는 외칩니다.

‘나는 퍽이나 괜찮은 사람이야.’

늘 그러하듯이,
분칠하고 면전에서 그럴싸하니
착한 척 하는 사람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꾸밈 뒤에 복심이 숨겨져 있기 일쑤이기 때문이지요.
그대를 허무는 것은 은근하게 다가오는 어여쁜 이로부터 인 것을.

농단,
이게 얼마만큼 더 올라갈지 아무도 모릅니다.
바깥세상은 어떠합니까?
잠실엔 555m의 제2롯데월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마다 눈에 불을 켜고,
예컨대, 지리산 천왕봉에 쇠줄을 걸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합니다.

高高頂上立 深深海底行
‘고고정상립 심심해저행’
(높이 서려면 산꼭대기에 서고, 깊이 가려면 바다 밑까지 가라)

이게 원래는 높은 웅지를 품고 의기를 펴고,
깊이 웅거하며 뜻을 기르고 사무치게 사물에 임하라는 뜻이지만...

요즘에는,
장대로 달 따듯 쇠줄, 시멘트로 창을 만들어 쑤셔대며 하늘을 희롱하고,
온 산하를 파재껴 뱃구레에 구멍을 내려고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高高, 深深
상하, 그저 있는 대로 쳐 바르고, 삽질하여,
온 국토를 농단화하고,
농단을 사물화하려고 극성일 따름입니다.

저들은 이를 불러,
제법 우아하니 말합니다.

‘녹색성장’

단단(斷斷),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멀쩡한 강을 파헤치고,
신령스런 산에 쇠말뚝 박고 쇠줄 걸어 케이블카 설치하려는 패악질,
도대체 얼마나 천하디 천한 천장부 망나니 짓거리란 말입니까?

저는 감히 그러나 단호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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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건너 고을 2013.03.07 00:18 PERM. MOD/DEL REPLY

    제 고향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어릴적엔 여름 내내 바닷가에서만 온종일 지내었지요.
    바닷속에 정말 용궁이 있을 듯 싶게 그 바닷속은 신비로웠습니다.
    물의 빛깔, 무성한 해초, 그리고 수많은 물고기 때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소라며 온갖 바다 생물들.

    중학교를 마치고 도회지로 나가게 되어서 한참 후 어른이 다 되어서 다시 고향 바닷가에 가게
    되었지요. 어릴적에 그랫듯이 설레임. 바닷속은 늘 설레임을 주었지요.
    그러나 그날 저는 가슴 저미는 상실감에 바닷속 전설과 신화마저 빼앗겨 버렸습니다.
    바닷속은 죽은지 오래되어 시커먼 돌덩이에 허연 딱지들만 붙은 폐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가 윗편 예전 저희 밭, 그리고 마을 다른 사람들의 예전 밭은 사라져 넓은 길이되고,
    호텔이 되고, 주차장이되어 관광객을 받고 있더군요. 죽은 바닷가 돌덩어리를 구경하더이다.

    어떤이가
    인간은 인간에게만 인간이고, 또한 이리(狼)라고 하더이다..
    저 말의 어순이 바뀌면 좀 나아질까요?

    bongta 2013.03.07 16:29 신고 PERM MOD/DEL

    인간은 인간에게 물어야 합니다.
    멀쩡한 이리에게 빗대어 그를 욕뵈일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리는 이리답게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인간은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

    이 물음 앞에 제가 지금 서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떳떳이 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노릇이지요.

  2. 玄武 2013.03.10 12:55 PERM. MOD/DEL REPLY

    지리산에 케이블카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산 정상 부근 텐트촌(옛)에서는 한 달도 살 수 있습니다.
    없다고 하면 줍니다. 모두 나누어 먹기 때문입니다. 땡전 한 푼 안 받습니다.
    애써 메고 온 자기들의 식량을 나누어 주면서도 기뻐합니다. 서로가 그 산을
    사랑하기에 바로 형제와 같습니다. 그런데 그 산 아래 유원지에서는 같은 물을
    마시고 같은 공기로 숨을 쉬지만 하루도 편할 날이 없습니다. 술주정과 싸움으로
    시끄럽지요. 산은 그만큼 힘들게 올라가 봐야 하는 곳입니다. 산을 그런 곳입니다.

    bongta 2013.03.10 15:41 신고 PERM MOD/DEL

    지리산 거길 죄다 포장하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 쇠줄 걸어 케이블카를 놓으려고 합니다.
    천하에 천박하기 짝이 없는 자들입니다.

    산에 오른 사람들이 물건을 나누는 것은 욕심을 다 덜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힘들여 오를 까닭이 없지요.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자신의 발로 산에 오르며 그나마 잠깐 새일지라도,
    욕심을 내려놀 기회가 영영 사라질 것입니다.

    오늘 아주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3. 玄武 2013.03.13 17:39 PERM. MOD/DEL REPLY


    好! 참으로 좋은 말씀이십니다.
    (산에 오른 사람들이 물건을 나누는 것은 욕심을 다 덜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러지 않으면 힘들여 오를 까닭이 없지요. 만약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자신의 발로 산에 오르며 그나마 잠깐 새일지라도,
    욕심을 내려놀 기회가 영영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 높은 곳을 오르려면(화엄사 노고단 11킬로)무엇이던 먹고 자는 것 빼고는 칫솔도 가운데를 자르고 싶은 지경인데 하물며 그 고약하고 무게를 가름 못할 것들 욕심, 탐욕과 이기심, 챙길 엄두도 못 내지요.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그렇게 버리고 온 것들이 집에 와보면 먼저 와있더라 이겁니다. 하하


    bongta 2013.03.13 18:12 신고 PERM MOD/DEL

    원래 계집 사람들은 하룻 밤 사이에 빌딩을 서너 채 짓다 허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자들 치고 변비 걸리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천하에 아름다운 양, 거죽으로 가죽부대 치장하고 애쓰지만 창자엔 가득 더러운 것이 들어 있습니다.

    자면서도 이리 헛꿈을 꾸는데 잠깐 산에 갔다온들 숙세로 덕지덕지 떠껑이 진 욕심들이 어디 갈꺼나요?
    이미 먼저 도착하도록 발빠른 물건들임을 아는 것입니다.
    하기에 저들은 아예 케이블카에 동승하여 함께 산에 오르자고 하는 것이니, 여간 영악한 치들이 아니지요.
    아마도 저들은 이런 우리들을 비웃고 있을 것입니다.
    뻔히 되풀이 될 짓을 기어히 땀흘리고 저지르고 있으니,
    얼마나 미련하게 보일런지요.

  4. 玄武 2013.03.13 21:40 PERM. MOD/DEL REPLY



    아침은 화엄사 점심은 노고단 저녁은 연하천, 그 다음날 십리 벗 꽃 하동 쌍계사에서 저녁을 지어 먹었는데, 지금 지리산에 옛날 코스를 탄다면 일주일은 아니래도 5일은 걸릴 것입니다. 산 없는 동네에서 22년을 살았습니다. 그 튼튼하던 축구선수 같았던 다리도 여자처럼 되어버리더군요.

    사용안하면 바로 퇴화하는 것은 자연입니다. 설령 이곳에 산이 있다고 해도 이 땡볕에 산을 오르다가는 복날 땡칠이 꼴 나지요. 사이공에서 딱 한번 산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상공인 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했는데요. 보기에는 별로던데 얼마나 헉헉댔는지.

    아울러 이곳 인민들을 보면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물이 소생하는 약동하는 봄을 보았나.(장미가 사철피니 병걸린 닭처럼 비실비실)

    소쩍새 우는 밤, 푸른 달빛에 입을 여는 초가지붕 위 박꽃을 보았나, 척추 곧추세우게 하는 청아한 가을을 코로 들이켜 보았나. 한 송이 두 송이 소복이 내리던 닭털 같은 눈송이에 그 우람한 소나무 가지 찢어지는 소리를 들었나. 그래도 노래하고 시 짓고 사는 걸 보면 도대체 어디서 시상을 찾는지? 당최,

    이제는 남 걱정 할 처지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넋두리는 그만하고요. 이번 춘삼월에는 제비 길라잡이 삼아 봄 찾아 나설 볼 요량입니다. 부평 뒷산 천주교 무덤이 있는곳 아카시아는 무사하시고 소쩍새는 어디로 이사를 안갔는지?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bongta 2013.03.14 09:17 신고 PERM MOD/DEL

    소쩍새 우는 밤, 초가지붕 위 박꽃 ...
    우리네 정취를 이리 그윽하게 그려주시니 시인이 예에 계신줄 이제야 알겠습니다.

    두고온 옛땅을 어찌 잊으실 수 있으시련만,
    편지개화(遍地開花) 들리시는 곳 두루두루 꽃이 피는 것이거니와,
    처처유청산(處處有靑山) 처처 모다 푸른 묏산이 아닌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오니 그 땅에서도 아름다운 인연 맺으시고 꽃다운 열매가 영글길 기원드립니다.

  5. 玄武 2013.03.14 21:44 PERM. MOD/DEL REPLY

    하하 꿈보다 해몽이십니다.
    간혹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무뎌져가는 삶,
    그래서 잃어버린 나를 찾고 저 주접을 떨었는데...

    신나는 음악이 들려서 넘어다보니 어느 분이 북망산천으로 떠나셨는가. 봅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린데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노인이 가셨는지 젊은이가 가셨는지?
    정말 이지, 남죽는 것은 나의 고뿔만 못하다는 식입니다. 저도 곧 뛰 따를 텐데도 말이지요.

    이웃나라 국민들까지 빠가야로라 하는 놈이 나라를 거덜 내도 처음엔 명박산장 발로차고
    며칠 그러다가 생업 핑계로 이쪽으로 넘어옵니다. 그리고 또 그러려니 합니다. 이런걸.
    길들여져 간다고 해야 하나요? 선생님!


    뭐가 이건 아니데 말입니다. 망각하고,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덤덤하게 그렇게
    무디어 져 가고 있어요. 이런 것이 무소유라면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겠지요? 살아갈
    날들보다는. 이젯것 지나온 길이 훨씬 더 길었다는 걸 아는데도 그렇습니다.
    이것 뭐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늙으면 이렇게 다 무디어 지고 모두가 탐욕과 손톱만 자라는 건가요?
    금방 손톱을 자르고서, 이게 왜 이렇게 빨리 자란다냐 나도 늙은 겨?
    시방 이거이 신세 타령입니다.


    돌아 갈수만 있다면 누가 반기지 않더라도, 가는데까지는 가보고 싶습니다.
    젊은이사 이제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만이라도 열다섯, 아랫집 초가위에 핀 박꽃을
    보고 잠 못 이루던 가슴앓이 시절로 가보려 합니다. 온전히는 아니래도 그 근처만 가도.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 해서지요. 덜렁대는 내가 놓친 새로운 무엇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몽니쟁이가 내려가면 맨발로 뛰어 나오셨던 어머님이 계셨고, 내가 부잡한 짓을 저지르고 지청구 듣고 골목을 헤매고 다니면 데리고 들어가서 배 하나를 주시던 앞집 서당훈장님네 꼬부랑 할 메가 계셨으며. 지금도 시집 안간 어릴 적 소꿉장난 각시가 있었던 곳. 그래서 소쩍새, 박꽃을 찾고 있습니다. 게네들이 공범이자 증인이거든요.



    bongta 2013.03.14 19:36 신고 PERM MOD/DEL

    박꽃을 이리 아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래간만에 정감어린 말씀을 듣잡고 있자니,
    제가 예전에 박꽃에 빗대어 흰소리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 덕분에 꺼내어 다시 읽었습니다.
    http://www.bongta.com/42#com7

    게다가 소쩍새 소리도 기억하고 계시니 보통 분이 아니시군요.
    제가 있는 연천은 제법 추워서 봄기운을 느끼기엔 아직 멀었습니다.
    대개 4월은 되어야 그런대로 화한 기운이 제 자리를 찾습니다.
    낮에 잠깐 녹았던 땅이 아침이 되면 영락없이 다시 얼어버립니다.

    남국의 정취를 한껏 즐기실 선생님이 그려집니다.
    그러자니 김동명 시인의 싯귀가 떠오릅니다.
    파초는 남국을 그리워 하고,
    선생님은 조국을 그리워 하니,
    그리운 두 님이라,
    오늘 밤 꿈결에 만나 회포를 나누시면 어떠할까 싶군요.

    김동명

    조국(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芭蕉)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情熱)의 여인(女人),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네의 그 드리운 치마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파초, 함흥, 1938>



  6. 玄武 2013.03.15 12:33 PERM. MOD/DEL REPLY

    어제는, 선생님 덕분에, 아무도 없는 아래층 작은 홀에서 지부지처
    (지가 부어서 지가 처마시는)했으니 꿈속이나 매한가지겠습니다.
    김동명 파초……. 그렇군요. 저하고 처지가 바뀌었군요.
    ....보다가 이런 시가 생각났는데요. 이게 ‘두보’의 것인지?
    어디에 한자 원본이 있다면 배우고 싶습니다.
    기억나는 데로 옮겨 보겠습니다.

    “창밖에 달빛 밝아 이것이 행여 땅에 서린가.
    고개 들어 하늘을 보고 상념은 만리를 간다.”

  7. 玄武 2013.03.15 15:22 PERM. MOD/DEL REPLY

    집 가까이에 36홀 골프장입니다. 담 너머가 군부대가 있어서 툭하면 사격훈련을 합니다.
    거기가, 웨스트코스 15번 홀에 이르면 ‘피융’하는 유탄이 나르는 소리도 간혹 듣습니다. 어쩔 때는 중회기를 갈겨대서 얼른 그 홀을 마무리 하려고 서둡니다. 그뿐입니다. 사라예보에서는 한발의 총성이 1차 대전을 일으켰다. 지만, 이곳에서는 종일 갈겨대도 골퍼는 돌고 또 그 홀을 안지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아무 탈 없이 15년이 흘렀습니다.

    이것은, 무엇이던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느낌도 다르다 하겠습니다. 애인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면, 그자에게 슬픈 유행가 가락은 모두 자기를 위하여 있는 것이라 생각 할 것입니다. 우연이건 필연이건 묘하게 엉켜야 이야기 꺼리가 되고 사건이 됩니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데. 이것보다 더욱 실감나는 현상을 저는 오래전에 겪었습니다. 지구 반대쪽 대양건너 쿠바에서 시작된 ‘맘보’ 바람이 월출산 아래 깡촌 36호 마을을 덮쳐서 작은 동네에서 3쌍의 부부가 탄생하게 했거든요.

    오늘은 세계에서 제일 많이 팔렸다는 총 AK47을 자동으로 놓고 갈기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듣는 총소리는 그렇게 크지도 않고 또 이곳으로 이사 와서 8년 동안을 저소리를 들었으니 이제는 습관이 될만도 한데 이리 신경이 쓰이는 것은 저 곳에서 나의 베트남 친구가 사형을 당했다는 소리 때문에 그렇게 신경이 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친구는, 민주주의를 신봉해서 나라를 전복하고자 했던 사람도 아니 엇고, 무슨 마약이나 마피아 관계된 일을 하느사람도 아이었습니다. 그저 취미라면 공장을 일 년에 한두 개씩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친구를 베트남정부가 총살형을 집행했습니다. 지금 내 귀에 총소리가 들리는 저곳에서 말이죠.

    이 친구 죄명은 경제사법입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나라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어쩌고’ 관습헌법정도로 두루 뭉실 풀려날 것들이었지요.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그 시절 베트남 법조문입니다. ‘나라에 2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힌 자는 사형에 처한다.’
    우리나라 엽전들, 몰캉한 나라에서 사업하는 것이 운 좋은 것이지요. 자식에게 편법상속 하다가 검찰청에 들랑거리는 머저리들이 이곳 베트남이었으면 열 번도 더 죽었을 테니까요.

    사실은 박꽃이 왜 저에게 애절하게 다가왔는지를 더듬는 중에 저놈의 총소리 때문에 옆으로 흘러버렸습니다.

    오늘 갈아 업은 논에는 개구리가 아들 손자, 며느리 모조리 모여서 노래를 부릅니다. 저희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부르는 것이겠으나 제 귀에는 소쩍새 노래에 베이스를 넣은 것 이상은 아닙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언제부터 이렇게 가려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개구리가 소쩍새보다 노래를 못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개구리들에게는 음치가 많다’ 뭐 이런 소리 들어보셨나요?

    “수레의 제조자는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바라고, 장의사는 관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많이 죽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수레 제조자가 인자하고 장의사가 잔인하기 때문이 아니듯이” 우리도 자신의 처한 환경 따라서 입장이 다르고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지요.

    이런 때는 틀림없이 휘영청 밝은 달입니다. 오늘은 도짓소하고 논갈이로 온 삭신이 욱신거립니다. 이제 자려 하는데 아랫집 보름달 같은 누나는 며칠 전 서울로 돈 벌로 떠났습니다.
    ‘우리 철진 이는 학교에 갔는데 너는 쟁기질로 고생이 많다’고 풋풋하게 웃어주던 누나
    때문에 무거운 쟁깃짐이 그나마 누나네 집 앞을 지날 때는 가벼웠는데 말이지요.

    이제 뭐냐? 내 삶이 흑싸리 껍데기냐 뭐냐?
    이 골목 저 골목에 뒹구는 개똥도 아니면서.
    아무 樂이 없어져 버려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거기 누나네 초가집 지붕위에 파랗게 달빛 속으로 퍼져서
    날아 가버릴 것 같은 입술을 연 박꽃을 보았습니다.
    거기, 서울로 돈 벌로 떠난 누나가 있었고…….

    또 총소리가 들리네여 이번엔 중화기 소리입니다.
    박격포 쏠 공간은 없는 것 같았는데? 집중이 안 되고
    할 일도 있고 해서 덤벙 대다가... 마쳐야 겠습니다.

    20개 공장을 가졌던 베트남 현지인 친구, 나를 가족처럼 대해준
    그랬기에. 나 에게 공장하고 자기 여동생 둘 중,.-나무관세음보살-()

    사위지기자사 (士爲知己者死). 여위열기자용 (女爲說己者容).

    bongta 2013.03.15 12:42 신고 PERM MOD/DEL

    한비자, 사기 등을 인용하시며,
    건듯건듯 허공 중을 날아다니시니 옥골도인의 풍모를 뵙는 듯합니다.
    게다가 달변 명필이시니 銘酒 내어 모시면 자리가 화락하겠습니다만,
    천리를 격하니 마음만 다스릴 뿐입니다.

    저는 한시를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하여 출처를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요즘 여길 다녀 가시는 주몽이란 분은 한시의 대가시라 아마도 아실 것입니다.

  8. 玄武 2013.03.15 22:35 PERM. MOD/DEL REPLY

    먼저 기도 부터 -- 나무주몽--()


    제가 이곳에서 위치가 바로, 천리마 뼈를 사온 이야기를 연나라 소왕(昭王)
    에게 해서 높이 등용된 곽외쯤 되었으면 좋겟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봉타 선생님
    대우를 받으며 이곳에서 식객노릇을 하는데 저보다 훌륭한 인재들이
    어찌 천리 길을 멀다하겠습니까? 하하

    아주 낮 서른 지방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저처럼 좀 어벙한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답니다. 현명한 이가 체면상 물어보지 못하는 걸 물어서 도움을 주거든요.
    어벙한 제가 이것저것 선생님 옷자락잡고 물어 싸면 지나가던 사람이
    설핏 넘겨보고 배우는 것이지요. 저 정도라면 나도 함께 해보자.

    이렇게 인제가 모이는 것이지요. 그럼 봉타 선생님은 무리를
    이끄시고 쥐도 잡고, 닭도 잡으며 중원을 평정하시면 되겠습니다.
    더위 먹은것 절대로 아닙니데이. 건기, 오늘 오지게 비가 내렸거든요..흠.

    bongta 2013.03.16 09:05 신고 PERM MOD/DEL

    블로그란 것이 본디 web+log -> blog가 된 것이 아닙니까?
    log는 log이되 personal한 것이 본령인데,
    시절이 하수상하니 요즘은 외려 사람을 꾀려 이 짓들을 하곤 합니다.

    본디 제 블로그는 적막강산입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니,
    그저 마음 밭에 이는 티끌을 건져 올려 끄적거리며 자적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분이 댓글을 던져주시며 동정의 눈길을 건네주셨지만,
    은유시인님 외에 아무도 눈길조차 주시지 않는 빈한한 곳입니다.

    그러함인데,
    중원을 알지도 못하지만, 어찌 감히 평정이란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지요.
    저는 제 그릇을 압니다.
    제 멋대로 홀로 전반측후반측하여 옛 글을 더듬어 성인의 도리를 짐작만 할 뿐,
    스승도, 도반도 없이 홀로 독각의 길을 가고 있을 뿐입니다.

    북궁 칠성이신 현무님이야말로 남궁을 아우르시면,
    평천하하실 분이시온데 공연히 이곳 누추한 곳에서 봉욕을 사고 계신 것입니다.
    제가 용렬하여 기명 차려 모시지 못하고 대접이 이리 소홀하군요.
    이를 못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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