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도복나무 2

소요유 : 2009. 8. 10. 20:48


얼마 전 도복된 나무를 정문 초소 직원에게 신고하였다.
(※ 참고 글 : ☞ 2009/07/27 - [소요유] - 도복나무)
그러자 며칠 후 가보니 과연 잘라내 치었다.
초소 직원에게 신고대로 잘 전해서 처리되어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직원이 말한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미처 처리를 못했다.”

그는 초록이 동색이라고 제 책임 소관도 아닌 일이지만,
약간의 변명성 발언을 해댄다.

“거기가 제일 중요 등산로 한 가운데이며,
산정(山頂)도 아닌 산 밑뿌리로 사람이 오글거리는 곳인데도,
직원들이 오고가며 3주가 넘도록 그것도 보지 못한단 말인가?
신고가 없어 처리를 못했다는 말이 합당하다는 데,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직원들이 형제봉, 보국문 코스로 주로 나가기 때문에,
그 쪽(영추사)은 잘 가지 않습니다.”

“영추사 쪽이 제일 큰 등산로가 아닌가?
여기 직원은 주 등산로는 피해 한가한 등산로쪽으로 부러 순찰을 다니나 보지?”

그 외에도 남우세스러운 변명이 이어지나,
단작스러워 그만 그친다.

이 글의 주제는 정작은 이런 것을 들어 그들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쓰러진 나무를 베어놓고 사라진 후의 모습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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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른 나무는 그냥 되는대로 길가 옆으로 밀어놓았다.
군대식으로 자른 나무를 각을 세워 정렬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숲 속도 아닌 사람들이 오글오글 붐비는 등산 통로에 나자빠진 나무를
베어내었으면 얼추 정리라도 해서 조금 가지런히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명색이 국립공원, 그것도 수도서울에 있는 대표적인 공원인데,
나무가 저리 볼품없이 길가에 뒹군 채 방치되어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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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평촌에 살 때 안양쪽 관악산을 자주 다녔다.
거기는 베어낸 나무들을 한쪽에 쌓아놓는데,
마치 벼 낟가리 쌓아놓듯 가지런히 정리해놓았다.
이게 미관상 썩 훌륭하여 그것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었다.

여기 북한산 도복나무는 3주이상이나 지나,
신고 받고 마지못해 가까스러 치웠다 하지만,
마치 서툰 목도꾼이 일하다 말고 빚장이 피해 내 뺀 뒷자리인 듯,
뒤숭숭한 게 영 개운하지가 않다.

집 부뚜막 솥뚜껑에 붙여 논 엿이 녹을까 안달이라도 난 양,
그저 베어내자 마자 달아난 모습을 방불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무엇인가 직업인로서의 자부심, 긍지가 실종된 듯한 모습이 나는 안타깝다.

예전 아파트를 분양 받아 새로 들어가서는 베란다 새시공사를 했다.
그 때 작업하시는 분이 쓰다 남은 타일조각, 등 잔여물을 남김없이 쓸어,
쓰레기 포대에 깨끗이 담으며 일을 마무리하더라.

직업의식을 제대로 가진 이라면,
마지막 끝마무리로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고, 명예를 챙길 줄 알아야 한다.
명색이 국.립.공.원.이 아니던가?
저리 봉두난발 되는대로 일처리하고는
공원 중의 으뜸인 국.립.공.원. 직원으로서의 긍지를 지켜낼 수 있겠는가?

언제 말한 80% 밖에 행하지 못하는 저들의 안일함이,
이제도 여전히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 참고 글 : ☞ 2009/03/19 - [소요유] - 80%란 이름의 면피)
내 채근에 따라, 실은 저 80%이후에 또 한 번 직원들이 나서서 일을 처리했는데,
그 때도 또 20%는 그대로 남겨졌었다.
저들에겐 철저함이란 그저 사치에 불과하다.
영원히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날 수 없는 저들의 한계를 나는 여기 북한산에서 늘 목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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