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나무도 아프다

소요유 : 2008. 2. 18. 11:36


산에 오르다 보면,
별 일을 다 겪는다.
저 아랫 동네에 모든 티끌, 시름 다 내버려두고,
올라왔지만, 여기 윗 동네에도 사람들의 흔적은 여전한 것이다.

나무를 상대로 일없이 발로 차거나,
껍질을 뺑 돌아가며 벗겨 버린다.
가지엔 비닐 리봉을 달아맨다,
그것도 모자라 가지를 심심풀이 삼아 부러뜨리기까지 한다.
그 뿐인가,
생나무에 못 박기, 가시 철망 두르기, 매달려 가지 찢기...

행하는 이는, 무심한 듯 이리 나무를 홀대하지만,
단 일각일지라도 잠깐 멈추어 서서 그들을 되돌아보라.
“그들은 아파한다.”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러하지만,
나무를 상대로 몸을 툭툭, 탁탁 부딪히며,
혹간은 숫자를 헤아리는 사람을 보게 된다.

어느 날, 부자(父子) 사이로 보이는 남자 둘이 서서,
큰 소리로 숫자를 헤아리며 나무에 몸통을 세게 부딪히며,
‘나무치기’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주 등산로변에 서서 그리 안하무인으로 떠드는 모습이
볼쌍 사나왔지만, 살겠다고 저러는 것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며칠을 두고 보지만,
이들의 만행은 여전했다.

어느 날 그들이 저만치 아래, 쉬고 있는 현장을 지났다.
어떤 사람에게 그들 부자(父子)가
‘나무치기’에 대하여 열심히 설을 풀어내고 있었다.
마침 주의를 주고도 싶었던 차인즉,
몇마디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나무치기’에 대하여 3가지 말씀을 드리겠다,
이리 운을 떼며 아래와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

“하나, ‘나무치기’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잘못하면 아니 함만 못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세한 실핏줄이 터지기 때문에 몸에 어혈(瘀血)이 생긴다.
특히 노인인 경우 쉬이 가시지 않기 때문에 극히 조심해야 한다.
몸을 단련하여 무술대회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 한,
자칫 병을 사는 수가 있다.
어혈이 쌓이고 쌓인즉 혈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이게 성인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
어혈이 많아진다는 것은 곧 늙어가는 징표인 것이니,
건강하고자 하면 ‘피멍’이 들지 않도록 몸가축을 조신하게 단도리하여야 한다.
어혈은 만병의 근원이다.”
(※어혈 : 타박상 따위로 살 속에 피가 맺힘.)

"둘, 큰 소리로 숫자를 헤아리는 것은 주위 사람에게 폐가 된다.
산에 와서 조용히 명상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터,
삼가 남에게 예의를 잃지 말라."

“셋, 나무가 아프다.
나무 역시 살아 있는 생물임에 틀림없다.
그리 우악스럽게 부딪히면 나무인들 편할소냐 ?
진정 건강하고 싶으면 풀, 나무에게도 고은 마음으로 대하고,
어루 만지며, 속삭이듯 미소를 보내면,
이야말로 공덕 짓고 건강해지는 비결이다.”

그 날 이후,
내 얘기를 제대로 접수했는지, 그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 여럿이 경사 급한 언덕을 오르시는데,
몇몇이 뒤걸음 치며 오르고 있었다.

등산 길에 보면, 땅 위에 조그맣게 올라온 나무 뿌리에도 넘어져
몇 개월 고생하였다는 할머니를 만나곤 한다.
항차 꼬부랑 할머니가 뒷걸음질을 한다는 것은 여간 위험한 게 아니다.
뒷걸음질 하는 게,
이게 요가 수행법 중의 하나로 알고 있고,
상당히 좋은 건강법임을 모르는 게 아니다.
쓰지 않는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도 좋은 점이지만,
평소 사용하지 않는 오감을 일깨우는 공덕이 있다.

하지만, 노인네한테는 아주 금물이다.
사고라는 것이 늘 일어나서 사고가 아니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불각시에 찾아 드는 것이 사고다.
노인네가 뒤로 걷다가 넘어지게 되면 뼈가 부러지거나,
필시 크게 타박상을 입어 수개월 심히 고생하게 된다.
이리 되면, 아니 함만 못하다.

하니 노인네는 이런 위험한 짓을 하지 말고,
그저 몸가축을 조신하니 돌보며, 낮은 산을 산보하듯
바로 거니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그들 할머니들에게 이리 말씀을 전하며,
‘나무치기’ 역시 폐단이 많음을 설파하며, 당부의 말씀을 드렸다.
진정 건강을 돌보시려면,
그리 나무가 아파할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무치기’를 하실 것이 아니다.

그러 할 양이면, 차라리,
눈 즈려 감으시고,
일각(一刻 = 15분)여 나무를 살포시 껴 안으시며,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리 속마음을 전하면 한결 젊어지실 것이리라,
그리 권했다.

나무는 아낌없이 제 몸을 인간을 위해 던져 주지 않았던가 ?
할머니 일평생 사시며, 나무 집에, 가구에 그들 신세를 지시지 않았는가 ?

그러하니 ‘미안하고’, ‘고마운 게’ 아닌가 ?
이런 고은 마음 내실 제,
이내 마음 한켠에 ‘소녀’의 마음이,
문득 나비처럼 팔랑 되돌아 들어 앉는다.
이 때,
마음도, 몸도,
건강해지지 않을손가 ?

그날 이후,
모르고 지나쳤는데,
애써 불러 세워 은은한 미소 지으시며,
내게 인사를 전하신다.

“나무도 아프다.”
필시, 할머니도 이를 아셨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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