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먹지 않으면 산다

소요유 : 2010. 2. 6. 19:32


“먹지 않으면 산다.”

나는 당뇨병에 걸린 어떤 분과 교분을 나눈 지 두 해 정도 된다.
쉰 중반이 넘어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사업도 접고,
인생행로가 새로운 길로 꺾여 전개된 그 분.

그 분 말씀 중에 뇌리에 새겨져 인상적으로 남겨진 것은?

바로,

“먹지 않으면 산다.”

이 명제이다.
역설적인 이 말씀은 얼마나 차고 시린가?

“먹어야 산다.”

또는

“살기 위해 먹는다.”

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알딸딸한 우로보로스(uroboros) 화법을 향해,
눈을 치켜뜨고 대들 듯 토해버려진,

“먹지 않으면 산다.”

이 말씀은,

당뇨병으로 이 병원 저 병원 전전 하였지만,
그동안 쓰러져 사경을 헤매길 세 차례 이상 한 분으로부터,
고발의 형식으로 내게 던져졌다.

당뇨병이란 무엇인가?
이야기인즉슨 간단하다.
체내에 당이 많아지는 것이다.
까닭이 어떠하든 간에 소비되어야 할 당을 인체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이자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든,
기타 다른 기관의 기능부전에 의한 것이든,
몸 안에 쓸데없이 당이 많이 남겨진 것이다.
이게 그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여러 후발적인 문제를 일으켜,
종국엔 개중엔 발을 자른다든가, 실명을 한다든가 심각한 사태에 이르게 된다.

만약 몸이 처리하여야 할 당을 제대로 취급하지 못하다면,
보통은 ‘약’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들이 복약(服藥)을 의사의 지시대로 하였다한들,
편안히 제 명을 관리하며 안심족명(安心足命)할 자가 기개(幾個)이런가?

“못 먹어서 귀신이 되지, 이 풍진 세상에 먹고 싶은 것 먹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살아?”

이러면서 병에 항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개 종국엔 발 자르고, 눈이 멀고는 일찍 세상을 져버리곤 한다.

하지만, 내가 아는 지인은 당뇨병 발병이후 근 20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제1원칙 : 적게 먹는 것.

제2원칙 : 먹은 만큼 모두 산화시켜버리는 것.

사실 제2원칙은 제1원칙의 뜻으로부터 자연 도출되는 것에 불과하다.
제1원칙은 생존유지에 합(合)하는 만큼만 먹자는 것이다.
혹여 이를 지나쳐 과식하게 되면 이를 모두 소비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가장 간단하며, 효율적인 것은 ‘운동’이다.

그 날 먹은 것으로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 외에,
나머지는 모두 운동으로 소진시켜버리면,
남겨질 당(糖)이 없다.

그런데 기실 산다는 것은 욕(慾)의 발현이 아니겠는가?
이를 구하기 위해 의지(意志)를 펴는 것일진대,
먹는다는 것이야말로 이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살기 위해 먹는다.”
“먹어야 산다.”

이런 모습이 통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헌데,

“(도를 넘겨 필요 이상으로) 먹지 않으면 산다.”

이 말씀이란 얼마나 역설적이게도 서늘한가?
생의 '욕망과 의지'를 제한하므로서,
되려 생을 부축하는 이 도리란 제법 그럴 싸하지 않은가 말이다.

내 지인에게 권하길,
그동안의 내력을 글로 남겨 후학을 가르쳐 경계하라 하곤 있으나,
흐르는 세월을 마냥 기약할 수 없은즉 우선 이리 골체만 먼저 발겨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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