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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und

소요유 : 2010.12.01 16:08


ground

전기 또는 전자공학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 ground 또는 earth라는  말이 있다.
이게 우리말로 단순 번역하면 땅, 대지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게 왜 이들 공학에 등장하는 것일까?

전압(電壓)이란 두 지점간 전위(電位) 차를 말한다.
전압보다 사실 전위(電位)란 말은 사뭇 근원적이다.
무슨 말인가?
전위(電位)는 영어로 하면 electric potential이 되는데,
내 식대로 풀이 하자면 전기적 잠재태(潛在態)를 뜻한다.
전하(電荷)를 움직일 능력을 보유한 위치에 놓여 있는 상태를 뜻한다고 보아주길 기대한다.
그런데 여기서 위치란 장소란 의미보다는 지위(status) 또는 조건 따위의 충족 정도로 보는 것이 좋겠다.
(※ 참고 글 : ☞ 2009/06/01 - [소요유] - 물노빠)
그런데 이런 설명이 더 어려운가?
근원에 돌아가는 길은 사뭇 성가시고 꺼려지는가?
늘 즉각적인 결과, 성과 따위에 집착하는 삶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러할 것이다.

각설하고,
전압이란 두 지점 사이의 전위(電位) 차이를 말한다.
이를 전위차(電位差), 영어로는 electric potential difference라고 하는데,
electric potential difference 이 말은 아주 근사하게 잘 지었다.
두 지점 간의 잠재태의 강도(强度)가 다를 터인데,
그 차이를 electric potential difference, 이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니,
아주 꼭 들어맞는 용어라 하겠다.
位보다는 potential라는 말은 내겐 아주 의미심장하니 들려,
학창시절 때나 지금이나 저 말 앞에 서면 그 절실함에 가슴에 ‘울림’이 있다.

기실 삼라만상은 전위(電位)를 갖고 있다.
그러하니 두 물체간 또는 두 지점 간에는 필연적으로 전위차가 있을 터이다.
뭐 이제 흔히 쓰듯이 전위차를 전압이라고 고쳐 불러도 상관없다.

생각해보자,
가령 이론적으로는 765kv(765,000v)짜리 고압선 한 선 끝에,
1.5v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하면 765,001.5v가 된다.
물론 고압선은 교류일 터이지만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하여 단상 직류라 가정하자.
또한 저 건전지를 100v에 연결하면 101.5v가 된다.
전압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이런 예를 들었는데,
건전지의 플러스 측 배꼽처럼 뛰어나온 부분은 1.5v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준점을 어디로부터 잡느냐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1.5v라는 것은 건전지의 밑바닥 음극으로부터 배꼽 부분의 전위차가 그러하다는 것일 뿐,
밑바닥이든, 배꼽 부분이든,
음, 양극 하나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하니 전압 즉 전위차란 늘 ‘어디로부터’란 비교 상대를 의식하여야 하는 말이다.
자기보다 낮은 전위를 기준으로 따지면 플러스,
높은 전위를 기준으로 따지면 마이너스 전압을 갖게 된다.
그러고 보니 전압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전압은 절대적 기준을 가진 물리량이 아니란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세계에 절대적인 기준이 등장한다.
그게 ground인 것인데 흔히 어스(earth), 접지(接地)라는 따위로 혼용되기도 한다.
ground를 전위(電位) zero로 보자는 것이다.
'zero potential'
이는 마치 위 제시 참고 글에 등장하는 위치에너지의 경우와 상사(相似)하다.

대지(大地)를,
전하(電荷)에 대한 무궁원(無窮遠), 무한대의 source or sink로 보자는 것이다.
이는 환원하면,
ground를 전위의 변화 없이 무한대로 전하를 흡수할 수 있는 상태로 이상화한 것이다.

내가 일 년 내내 우리 밭에다 고추를 꺼내놓고 오줌을 누어왔다.
거의 한 곳이라 혹시 오줌냄새가 나지나 않을까 하였는데,
전혀 흉한 냄새가 나지를 않는다.
내 오줌이 여느 인간들과는 달라 본시 그윽한 향이 조금 나기도 하겠지만,
아무려면 그게 다일까나?

우리 밭은 오줌에 관한 한 infinite source or sink인 게다.
아아,
대지는 무한대로 내 무례를 받아주신 것이다.
그러함에도 청정함에 아무런 차이가 없으신 게다.
그래 대지(大地)는 지모(地母)이자 대모(大母)인 것이며,
끝내 지모신(地母神)으로 거듭 나투신다.
(※ 참고 글 : ☞ 2010/03/11 - [소요유] - 지모신(地母神) )

전하(電荷)를 역시 무한대로 공급하고 흡수할 능력을 가진 것으론
대지 말고 그 누가 있으랴.
더한다고 늘지 않고 덜어낸다고 줄지 않는 ‘땅’.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에 나오는 구절을 기억하는가?

舍利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사리자야,
이리 제법은 공상(空相)인 게다.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고,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고 ...

여기 밭 이웃들은 멀칭 비닐을 코 푼 휴지 버리듯,
제 밭, 빌린 밭 가리지 않고 그냥 처박아 둔다.
년년세세 저리 패악질을 해대니 땅이 썩고 고름을 흘리시고도 남을 터인데,
봄 되면 풀이 나고 들깨 순을 틔우고 가을엔 열매를 그득 안기신다.
이러하니 어찌 空相이 아닐런가?

아아,
거룩한 지모신이시여.
위대한 ground여.

그러함인데 나는 어이하여,
우리 밭에 비닐 조각 하나 견디어내지 못하고,
저리 유난을 떠는가?
(※참고 글 : ☞ 2010/10/13 - [소요유] - 쓰레기 전대(纏帶))
내 지모신을 향한 순정(純情)이 이리 가련한 것이어니,
과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

묘목을 화분에 키우고 있는데,
이것들은 수시로 물을 주어야 한다.
아니면 건조해져 뿌리가 말라죽고 만다.
하지만 본 밭에 심어둔 것들은 물을 주지 않아도 절로 죽지 않고 잘 견딘다.

정녕코,
ground야말로
infinite source이자 sink인 것임을.

어느 날 화분 하나하나가 1.5v짜리 건전지로 보인다.
우리 묘목들은 상실된 대지를 그리며 건전지 하나로 세상을 버티어간다.
건전지가 발명되자 우리들은 라디오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요즘엔 덕분에 아이폰을 손에 든 전사(戰士)들이 거리를 횡행한다.
이 파편화, 단자화(單子化)된 monad들은,
잿빛 포도(鋪道)를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내며,
고개를 쳐들고 허공중으로 산화(散華)한다.
화분에 든 우리 묘목보다 더 가엽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명년 봄이 되면 우리 묘목들은,
내 손에 이끌려 ground로 나간다.
꿈과 희망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저들 monad들은 ground가 더럽다고 아스팔트 포장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가죽 부츠를 신고서도,
발이 아프다고 종일 징징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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