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gta      

그런데

소요유 : 2010.11.23 00:29


그런데,

나는 지금,
저들 한전 용역 현장 직원들이 걱정이다.
(※ 참고 글 : ☞ 2010/11/22 - [소요유] - 안하무인 한전 가지치기)
저들이 어제 나를 힘들게 하였지만,
저들은 밉지 않다.

근원적으로,
저들은 내 친구들인 것임을.

나약하지만,
한없이 순박한 저들에 대한 애정을 나는 거둘 수 없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
값싼 감상이 아니다.
저들의 땀과 피로써 이 사회의 하부 구조가 튼튼히 지켜지고 있는 것.
상하가 어찌 있을까마는,
상부 구조라 칭하는 위치에 거하는 이들은 저들의 값비싼 희생으로,
헐값으로 제 존재의 태반을 의지하고 있음이니,
우리들은 저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음이라.

어제만 하여도 저들은 연신 잘못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정작 책임질 위치에 있는 자들은,
의뭉 떨고, 오만하게 버팅기며,
이 얇은 박빙(薄氷)의 세계를 으시대면 걸어갔지.
저나 나나 그게 곧 꺼질 것임을 알기나 알까?
가련타.

나는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을 제일 염오(厭惡)한다.
책임자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저 월급 많이 받는 위치에 이르른 자를 칭하는 것인가?
책임질 때 책임지라고 내세운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북풍한설,
옷설기 터지듯 문제가 벌어졌을 때,
이것을 한자어로는 파탄(破綻)이라고 한다.
그 때에 이르러 책임을 지라는 것이 아닌가?
그러하기에 이때에 이르기 전에,
사전에 꾀하고 기획하며, 뭇일을 단도리 하라고,
 책임을 맡기고 우정 대우해서 그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사태가 벌어질 때,
자신은 멀리 도망가고,
뒷설거지는 평소엔 대접 한번 제대로 받은 적이 없던 이들이 도맡아 감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더러운 구조 밑에 깔려버리고 말 저들을 나는 미리 변호하지 않을 수 없는 게다.

미운 것은 저들을 부리는 책임자들이다.
저들 직원들이 삽을 들고 용을 쓰며 뒷마무리를 할 때,
용역 책임자, 한전 직원은 그냥 멀거니 서서 지켜만 보고 서있었지.

일을 저지른 것은 저들이되,
정작 그 이면엔 저들 책임자들의 책무이행이 해태(懈怠)되고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읽는다.
세상의 강고한 구조를 읽고 있는 게다.
저 뒤엔 저들 책임자라는 이름으로 정작 책임을 질 자들이 강잉히 버티고 서 있는 것을.

허울만 그럴 듯한 바지저고리.

저들은 일이 벌어졌을 때,
그저 삼태기로 흙을 떠넘기듯,
아래로 아래로 마냥 밀어 넘기며 비겁하게도 수월하니 세상을 건너간다.

이게 아니라고 항변하려면,
증명해야 한다.
왜 적극 나서서 잘못을 고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았는가?
이게 필요가, 소용이 닿는 데가 없으니까,
오늘처럼 저리 안.하.무.인. 거만하니 나를 대하였던 것이 아닌가?
이게 공깃돌처럼 아래로 밀려 밀리고나면,
결국은 마지막 현장 직원이 다 도맡아 감당하여야 한다.
그러하다면 저들 책임자들이란 이들은 모두 월급을 반납하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를 득해야 한다.

그런데 기실 이것은 책임을 들어 남을 탓하고자 하는 것만이 아니다.
정작은 책임질 사태에 임하는 '태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말 하나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우리네 동양 동네는 책임 일방을 몰아 무작정 차가우니 묻는 것을 넘어,
태도를 들며 관대하니 저들 허물 있는 자들에게 숨구멍을 터놓고 있는 것이다.
이 여유로운 세상에서 그래 공손한 태도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저들이 설 땅은 어디메인가
자청하여 스스로를 동토로 유배시킨 저들은 얼마나 딱한가 말이다.

혹여 저들 용역 직원들이 다치는 것을 나는 원치 않는다.
다시 저들이 내 농원에 오면,
따뜻한 차라도 내놓고 두 손 잡고 위로해 주련다.
하지만,
정작 책임을 질 자들은 삽질 하고 있는 뒷켠에 서서,
망부석처럼 손 하나 까딱 않고 서 있는 언필칭 책임자들임을 나는 안다.

만에 하나 이번 일로 저들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면,
나는 책임자라는 이름을 가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정작 책임질 자들은 책임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들임을,
바위에 정을 들어 새겨파듯 여기 이 자리에서 푸르게 언명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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