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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아기 고양이

생명 : 2012. 7. 25. 23:01



고양이들이 밭 가운데를 어슬렁거리며 의젓하니 풀숲을 유영(遊泳)하듯 흘러간다.
그러다 지치면 채 자라지 못한 나무이지만 밑동에 가만히 엎드려 있거나,
벌렁 자빠져 네 다리를 하늘로 향하며 오수를 즐긴다.

나는 녀석의 모습을 보면 갈 길을 늘려 외로 돌며 피해 다닌다.
허나, 여름 한 철은 그리 산다하지만, 겨울은 정말 견디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여긴 그야말로 혹한지역이다.
내가 이웃에게 여기는 왜 이리 추우냐 물었다.
그가 말한다.

“여긴 일선이라 추워요.”

일선이란 말은 참으로 오래간만에 듣는다.
우리 어렸을 때는 이 말을 많이 들었다.

“일선에 계신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

여기 일선이란 곧 一線이니, 곧 제일선(第一線)을 의미한다.
영어로 하자면 front line이니 전쟁터의 최전선을 말한다.
남한에서 보자면 전선은 최북단에 있으니 당연 추울 수밖에 없다.
하니 일선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춥고 배고프며 고통이 동반되는 지역임을 일깨운다.

겨울 한파를 저들 들고양이들이 어찌 견딜 수 있으랴,
나는 겨울에 여기 시골에 있지 않으니 녀석들을 충분히 돌볼 수가 없다.
해서 먹이를 상시로 주지 않고 가끔씩 주고 만다.
홀로 자립할 도리를 여름내 준비하여야지 나를 믿고 있다간 겨울을 맞이하자마자,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다.

그러한 것인데 나는 오늘 고양이 사료를 주문하고 말았다.
우선은 먹이고 보아야 했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 후문 쪽으로 걸어가다 고양이 하나를 발견했다.
가끔씩 후문께 쌓아둔 목재 더미 위에 저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기에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그러한데 아기 고양이 하나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너부러져 있는데 옆구리에 무엇인가가 삐져나와 있다.
가만히 보니 그것이 창자가 아닌가 싶다.
다쳐도 크게 다쳤으니 저리 기진하여 있는 것이리라.

전곡 시내에 있는 동물병원의 위치를 수소문하여 챙기고는,
녀석을 수습하려고 있던 곳으로 찾아가니 그 새 녀석이 없어졌다.

저 몸을 하고서는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사람 같았으면 아마도 갖은 엄살을 다 부리고,
포달을 부리며 주변 사람을 괴롭혔을 것이다.

그 동안 수 차 포획하려고 시도를 하였으나 늘 실패를 거듭한다.
아마도 내게 잡힐 때쯤 되면 이미 기력이 다 탕진되어 수술을 하여도 가망이 없을 터.

그래 나는 우선은 그 동안 먹는 것이라도 챙겨주려고 급히 사료를 준비하기로 한다.
집에서 가져온 음식도 저 녀석들에게 내주기로 한다.

헌데 오늘은 내게 사뭇 가까이 접근해온다.
아마도 몸이 괴로우니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었을 터.
하지만 잡으려 들면 몸을 내빼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내일쯤이면 내게 잡히지 않을까 싶다.
오후엔 일이 있으니 어떻게 하든 아침나절에 잡아야 한다.

다행이 내게 잡히면,
녀석은 수술하고 조금쯤 더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농원은 지금 풀이 번무(繁蕪)하여 이들을 다스리느라 일이 벅차다.
새가 날아 들더니만,
이젠 고양이까지 신변에 모여든다.

아, 생명이란 이리도 그 삶이 질기고 벅차구나.
일찍이 석가는 세상살이를 일러 苦海라 이르지 않았던가?

내가 키우고 있는 나무도 풀에 치이며,
고양이도 나뭇가지에 뱃가죽이 뚫리고,
새도 새끼를 키우느라 염천지절에 허우덕 거린다.
사람이라 한들 그 무엇이 다르랴?

최근 어느 블로그에 놀라갔다가 터줏대감들에게 집중포화를 받다.
온-오프 가리지 않고 어디나 텃새가 사나운 것은 매한가지.
마침 블로그 주인장이 점잖은 선비이신지라 이들을 내치고는,
외려 분에 넘치는 대접을 해주신다.
한 나흘 간에 걸쳐 내가 쓴 글들을 거두어 메뉴 내에 카테고리 하나를 신설하시고는
내 글을 모두어 한 자리에 안배해주시다.

세상살이가 고해라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염치를 알고 덕을 갖춘 이와 함께 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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