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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순종이 어디 있으랴

생명 : 2012. 7. 22. 10:44



최근래 읽은 글 중에 단연 으뜸인 글 하나를 소개한다.

추억 한구석에 꼭 있는 똥개는 어쩌다가 나쁜 개가 되었나. 여러 과정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개들은 질병에 강하고 생존력이 뛰어난 개들만 살아남는 등의 자연적인 도태 및 선발 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살아남은 개는 품종에 따라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적응력 좋고 강해 살아남은 다 같은 똥개였을 뿐이다. 선조들은 그나마 특징이 있는 개에게 발바리, 바독개 정도의 이름만 붙였을 뿐이다. 19세기에 편찬된 어휘사전 물명고(物名攷)에도 개를 겉모습만으로 대충 구분해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개를 순종, 품종으로 구분하고 나머지는 똥개로 분류해 차별하는 일을 선조들은 상상하지 않았다.

똥개는 튼튼하다. 뉴욕타임스는 똥개를 ‘최고 품종의 개’로 꼽았다. 똥개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개발한 개의 좋은 점을 모두 갖췄다. 오랜 세월에 걸쳐 결합된 다양한 유전자 덕분에 유전적 결함이 거의 없다. 덴마크의 한 연구에 따르면 똥개의 수명은 순종보다 길기까지 하다. 김광식 위드펫 동물병원 원장은 “개에게 사람의 지능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면서도 “잘 키운 잡종개가 사랑을 받지 못한 순종개보다 지능과 성격 면에서 월등할 수 있다”고 했다.

김종광 작가는 차별을 당하고 살아온 똥개들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을 담은 장편소설 ‘똥개 행진곡’을 통해 사람들이 개를 좋은 개와 나쁜 개로 분류해 차별하는 것에 분노한다.

소설 속에서 똥개 중에서도 비상한 능력을 가진 초(超)개 수백 마리는 인간에게 반기를 든다. ‘개와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단체에 소속된 똥개들은 공개 투쟁을 선포하고 “똥개도 애완견 역할을 잘할 수 있으니 순종 애완견과 똥개를 차별하지 말라”고 외친다.

“당신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개를 순종과 똥개로 차별하는가? 다 같은 개를 품종으로 나누고, 똥개라며 놀리는 당신들은 무슨 근거로 당신을 차별하고 비루하게 만드는 누군가에게 차별하지 말라고 하는가?” 김 작가는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순종도 결국 여러 피가 섞여 만들어진 잡종견이고 똥개다. 혈통이 고정됐을 뿐이다. 김 작가는 “우리도 세월을 거쳐 여러 피가 섞여 만들어진 다 같은 인간이다. 다 같은 잡종이다. 좋은 잡종과 안 좋은 잡종, 좋은 인간과 좋지 않은 인간을 구분해 차별하는 것은 개에게도 인간에게도 슬픈 일”이라고 했다.

“인간의 모습이 집약돼 있는 동물이 똥개가 아닐까요. 똥개가 겪는 슬픔, 차별, 부조리함을 그대로 겪고 살면서 정작 개는 순종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요. 사람이나 똥개나 날이 갈수록 희망이 보이지 않는 건 똑같습니다. 그래서 똥개를 똥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언제 명품 인간이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출처 : http://news.donga.com/Culture/3/07/20120720/47932884/1)

기사 내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자가 장하고 대견스럽다.
그런데 왜 하필 조중동 기자가 되었을까?

나 역시 개를 키운다면 우리 토종견을 키우고 싶다.
특히 발바리는 영리하고 집을 잘 지키며 주인을 잘 따른다.
여기 시골엔 이런 강아지들이 많다.
하지만 대개는 마지막 길이 편안치 않다.

이쯤에서,
우리도 이젠 동물들을 대하는 마음을 재정비하여야 한다.
사람에게도 못한다고?
그러기 때문에 더욱 더 분발해야 한다.
인간에게서 배울 수 없다면 차라리 동물로부터  출발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동물도 사람도 결국은 매 한가지,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사람간에선 염치를 차릴 수 있고, 생명간에선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이리 사람과 동물/사물/자연을 나눠놓고 보는 사람은 
나머지 것들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에게조차도 소홀하기 십상인 경우가 많다.
무엇인가에 제한을 걸고, 조건을 다는 버릇은,
실인즉 지금 그가 충분치 못하다, 또는 준비가 미처 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부디 열려, 새로 출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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